MBC 사극 '선덕여왕'이 31일 자체최고시청률을 또 한 번 경신했다.
무려 42.2%(TNS기준). 재밌는 드라마가 시청자의 마음을 훔치는 것은 당연한 일. 하지만 '선덕여왕'이 월화 안방극장을 점령하면서 동시간대 드라마들은 기 한 번 못 쓰고 있어 안타까움마저 안기고 있다.
지난 5월 25일 첫 방송한 '선덕여왕'은 시작하자마자 월화극 1위에 올랐다. 25일 시청률은 16.0%. 당시 동시간대 경쟁작인 SBS '자명고'가 10.4%, KBS 2TV '남자이야기'는 9,8%를 기록했다.
이후 '선덕여왕'은 방송 3회 만에 20%를 돌파하는 등 꾸준히 시청률이 상승, 어느새 30%후반대의 고공비행을 하더니 8월 중순부터는 줄곧 40%대의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다.
'선덕여왕'의 흥행 앞에 '자명고'와 '남자이야기'는 드라마 자체의 완성도를 떠나 시청자들의 무관심 속에 조용히 종영하는 비운을 맞기도 했다.
'자명고'의 뒤를 이은 '드림'이나, '남자이야기' 후속 '2009 전설의 고향'도 마찬가지. 이 두 드라마는 '선덕여왕'의 인기 앞에 더욱 속수무책이다. '드림'의 경우 '선덕여왕'이 자체최고시청률을 경신한 1일, 4.1%의 시청률을 나타내 자체최저시청률(?)을 또 한 번 갈아치우는 아픔을 맛봤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선덕여왕'의 행보는 방송가의 큰 관심일 수밖에 없다.
특히 지난 31일 '선덕여왕'이 12회 연장돼 올 연말까지 방송예정이라는 사실이 확인되자 방송가는 탄식을 내뱉었다.
'선덕여왕'과 겹치기(?)를 피하려던 타방송사들은 그 연장 소식에 제물(祭物)이 또 하나 추가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선덕여왕'을 피해 수목으로 옮겨간 KBS 2TV '아이리스'는 그나마 다행인 상황. 하지만 올 연말 야심차게 메디컬 사극 '제중원'을 준비 중인 SBS로서는 곤혹스러운 입장이다.
당초 SBS는 '드림'에 이어 '제중원'을 방송하려했지만 불가피하게 '천사의 유혹'을 편성할 수밖에 없었다.
여러 사정이 있지만 '제중원'에 거는 기대가 큰 만큼 '선덕여왕'과 방송 시기가 맞물리는 것을 최대한 줄여보려 한 것이다. 하지만 '선덕여왕'의 연장 결정으로 방송 초반, '선덕여왕'의 막바지 클라이맥스와 맞붙을 수밖에 없는 불리함을 안게 됐다.
더욱이 연말까지 4개월 가까이 남은 상황에서 '선덕여왕'이 앞으로 또 언제 연장할지 몰라 이래저래 '선덕여왕'은 타방송사 드라마 관계자들에게 '목에 가시'같은 존재가 돼가고 있다.
한 방송사 드라마 고위관계자는 "사극에 대한 시청자들의 충성도는 회를 거듭할수록 커진다"며 "게다가 '선덕여왕'처럼 적기에 적절한 아이템으로 시청자를 끌어들이는 능력이 탁월한 드라마에 대항하기는 정말 어려운 일"이라고 고충을 털어놨다.
이래저래 2009년 월화극은 '여왕' 앞에서 경의만을 표하다 끝날 판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