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노', 야생 짐승남들의 거침없는 하이킥

김관명 기자 / 입력 : 2010.01.14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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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수목드라마 '추노'가 거침없는 시청률 하이킥을 날리고 있다. 14일 시청률 조사회사 AGB닐슨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13일 방송된 '추노' 3회는 전국 시청률 26.4%를 기록했다. 벌써 30%가 보인다.

'추노'는 한마디로 남자들의 이야기다. 그것도 단정하거나 세련되며 호사스러운 양반집 남자들이 아니라, 웃통 되는 대로 풀어 제치고 아무 데나 누워 자는 야생의 남자들이다. 이런 이들이 뒷간에 앉은 가냘픈 여인(김하은)에게조차 "너한텐 뒤지도 아까워..그냥 짚새기 써"라고 내뱉는 건 당연지사.


그러면서도 이 남자들은 야수의 본성을 갖췄다. 일단 먹잇감이 포착되면 물불 안 가리고 달려들고, 제 몸의 깊은 상처 하나쯤은 눈빛과 오기로 참아내는 그런 남자들. 양반들이 만들어낸 도덕률쯤이야 그저 본능 하나로 가뿐히 뛰어넘어 조롱하고, 인간사회 최대의 파워라 할 '돈' 냄새 앞에서는 발정 난 기색을 숨길 수 없는. 그래서 유약한 요즘 세대는, 진정한 수컷의 표상이라는 찬사 아래 이들을 '짐승'이라 부른다.

'추노'의 짐승남들은 그러나 약육강식 야생의 세계가 그러하듯 두 부류로 나뉜다. 관노비로 전락한 옛 장교 '태하'(오지호)와 이를 쫓는 조선 최고의 추노꾼 '대길'(장혁) 식의 이분법은 그저 드라마가 표면에 내세운 겉모습. 오히려 옛 여인(이다해)에 대한 속정 하나로 평생을 버틸 수 있는 순정남 장혁과, 옛 군주(강성민)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과 한으로 무덤 앞에서 큰 절을 올린 열혈남 오지호는 자웅 동체다.

'추노'는 대신 야수의 그 막강한 힘을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길고 긴 싸움으로 읽혀진다. 힘과 정의와 속정을 갖춘 수컷 우두머리들(오지호 장혁 한정수)과, 그 모든 게 없어서 늘 배신과 모략에서 제 삶의 길을 찾는 찌질이 수컷들(성동일). 단련된 몸과 정신을 갖췄으면서도 자신들을 초개처럼 버린 영화 '300'의 스파르타 군인들과, 권력의 끝자락을 어떻게든 부여잡고 제 안위만을 최우선으로 생각한 드라마 '선덕여왕'의 귀족들처럼. 그래서 이들이 맞붙는 '추노'는 태생적으로 비극이다.


'추노'는 그러면서 이들 야수-짐승-수컷들의 '몸'에 카메라를 집중하는 영리함을 보였다. 장혁과 오지호, 그리고 최장군(한정수)까지 시도 때도 없이 웃통을 벗어 튼실하고 넓은 가슴, 탄탄한 초콜릿 복근을 과시한다. 드라마 배경이 여름이라 다행일까. 하여간 이들의 몸을 탐하는 건 주막집 큰 주모(조미령)와 작은 주모(윤주희)만이 아닐 게다.

더욱이 제3회에서는 '300'의 유려한 카메라 워크 그대로 두 수컷 장혁과 오지호가 벌이는 갈대밭 싱글매치에 긴 시간을 할애했다. '영웅'의 두 남자, '매트릭스'의 두 남자,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의 두 남자, 바로 그 스크린 속 남자들이 시도때도 없이 보여줬던 원 터치 원 킬 싸움. '추노'는 아예 작정하고 이 싸움의 영상미에 올인했다. 왜? 야생 짐승남들의 핏빛-피비린내 싸움이야말로 이 드라마의 처음이자 끝이니까. '추노'는 이제 겨우 3회가 방송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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