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파스타' 사랑에 공감한 이유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0.03.10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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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월화드라마 '파스타'(극본 서숙향·연출 권석장)가 종영했다. 묵직한 뒷심으로 요리드라마 불패 전통을 이어간 '파스타'는 20대와 30대 시청자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으며 월화극 1위로 막을 내렸다. 최종회 시청률은 21.2%(AGB닐슨미디어리서치 기준). 첫 방송보다 10% 가까이 시청률이 뛰었다.

전쟁터와도 같은 주방과 그 속에서 피어나는 사랑 이야기를 담겠다는 '파스타'의 첫 욕심을 들었을 때, 지금과 같은 결과물과 반응을 예상할 수 없었다. 많은 시청자들은 이이 부엌에서 연애하는 요리 드라마와 병원에서 연애하는 메디컬 드라마와 취재원과 연애하는 기자들의 드라마를 물릴 만큼 많이 맛봤다. 그게 우리 전문직 드라마의 현실이란 조소도 나올 만큼 나왔다.


'파스타'의 막내 요리사 서유경(공효진 분)과 까칠한 셰프 최현욱(이선균 분)은 그런 시청자들 앞에서 보란 듯이 주야장천 주방 연애질을 했다. 그러나 시청자들은 그들의 연애에 설렜고, 그들의 요리에 매혹됐다. '파스타'는 같은 '주방 연애질'도 어떻게 만들고 다듬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완성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유경과 현욱의 사랑은 풋풋하면서도 성숙한 모습이었다. 많은 '어른'들의 사랑이 그러하듯이.

유경과 사랑한다 하여 셰프 현욱의 혀가 공정성을 잃지 않았고, 현욱의 사랑한다 하여 막내 유경이 거드름을 피우는 법도 없었다. 오히려 그들은 자신들의 연애를 이어가기 위해 온 몸이 부서지게 프라이팬을 흔들고 더욱 매섭게 요리를 평가했다. 둘 모두가 투철한 직업의식과 더 맛있는 요리를 만들겠다는 열정을 지닌 요리사였기 때문이다. 경쟁자였던 사장님 김산(알렉스 분), 여성 셰프 오세영(이하늬 분) 조차 그 사랑을 차지하거나 깨뜨리기 위해 이성을 잃지 않았다.


사랑을 위해 가족도 버리고 회사도 팽개치며, 맘 안드는 새식구를 구박하느라 최소한의 인격마저 져버린 드라마 속 사랑 전개법을 시청자들은 신물나게 봐 왔다. 가족과 애정이란 이유 아래 최소한의 합리성마저 져버린 막장 드라마들이 시청률 30%를 오가며 선전하는 가운데, 쿨하고도 프로다운 '파스타'의 사랑법은 최고의 요리사들이 빚은 작품답게 단연 맛깔스러웠다.

인물 속에 그대로 녹아든 연기를 펼친 이선균, 공효진의 공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이선균은 '강마에'를 연상시키는 까칠한 셰프가 사랑에 빠져 변해가는 과정을, 공효진은 미련할 만큼 우직한 막내 요리사가 사랑하며 성장해가는 과정을 자연스럽고도 사랑스럽게 그려냈다. 극이 극중 중간 중간 보인 허점을 능청스럽게 무마한 것은 전적으로 이들 두 배우와 연출의 힘이다. 연기 초보 알렉스 이하늬 역시 이들과의 어울림 속에 제 몫을 다했다.

예정된 16부에서 4회를 연장하고도 회를 거듭할수록 이토록 더 뜨거운 지지를 얻은 드라마가 또 있었던가. 때마다 톤을 달리하는 유경의 "예 셰엡~"이, "미련해서 고맙다"던 현욱의 목소리가 한동안 몹시도 그리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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