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타' 권석장 PD(왼쪽)와 이선균 <사진제공=MBC> |
MBC '파스타'가 종영한 지 닷새. 아직도 케이블 채널에서는 '파스타' 연속방송이 한창이고, 인터넷에서 확인되는 팬들의 여운도 채 가시지 않았다. 요리와 사랑을 마술처럼 빚어낸 드라마 '파스타'의 진짜 요리사가 바로 권석장(45) PD다. '결혼하고 싶은 여자'(2004), '여우야 뭐하니'(2006), '깍두기'(2007)를 만든 그는 20∼30대 여성들의 심리를 사려 깊게 표착하기로 이름난 연출자다.
'파스타'의 종영 다음날 열린 쫑파티 현장. '연출자가 말을 해 뭐하냐' 고개를 저으며 시끌벅적한 고깃집에서 소줏잔을 기울이던 권 PD가 입을 연 것은 '파스타'가 이렇게 잘 될 줄 몰랐다던 '도발' 덕분이었다. 권 PD는 대번 "왜 안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까"라며 술술 몇 마디를 이어갔다. 스타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그가 '파스타'에 대해 처음 강조한 것은 바로 '땀'과 '눈물'.
"전쟁 드라마가 전쟁의 리얼리티를 살려야 한다면, 요리 드라마는 요리의 리얼리티를 살려야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라는 그의 말에 모든 게 담겼다. 촬영은 말 그대로 전쟁이었다. '파스타'의 요리 한 장면에는 무려 160컷이 담겼다. 요리 장면 하나를 위해 배우들이 움직이고, 카메라가 돌아가고, 연출자가 '오케이'를 외친 게 160번이라는 뜻이다. 고성이 오가고 일사불란하게 초 단위로 요리가 만들어지는 '파스타'의 주방 자체도 연상시킨다. 우리가 울고 웃으며 본 '파스타'는 바로 그 '땀'과 '눈물'의 결과물이었다.
드라마 '파스타' <사진제공=MBC> |
-어떤 드라마를 만들고자 했나.
▶표현하기 어려웠다. 어떻게 표현할지 몰랐지만, 딱 보이는 '사랑의 진정성'을 살리자 했다. 모니터 앞에 일하는 사람이 주인공인 드라마는 그 사람이 뭘 하는지 모를 수가 있다. 성실한 사람이 뭔가를 이뤄가는 과정은 그 자체로 드라마적 재미와 감동이 있다.
처음엔 남자만 있는 주방에 여자가 오도록 하자고 했다가, 여자들이 있는 주방에 남자가 와서 여자들을 쫓아내는데 왜 쫓아낼까 하고 거꾸로 접근했다. 작가가 잘 써줬다. 연출하는 사람 입장에선 비슷한 드라마가 뭘까 생각했다.
-가장 중점을 뒀던 부분은?
▶무조건 땀이 보여야 해고 눈물이 보여야 하는 드라마라고 생각했다. 주방신을 대충 넘어가고 싶은 유혹이 많았다. 워낙 시간이 많이 드니까. (모 출연자는 주방 촬영에 들어가면 한 번에 6시간이 걸렸다고 증언했다!)
-요리 장면이 리듬감이 넘친다.
▶전쟁 드라마가 전쟁의 리얼리티를 살려야 하듯, 요리 드라마는 요리의 리얼리티를 살려야 한다. 한 신에 약 160컷을 담은 것 같다. 하고 싶었던 것에 비슷하게는 갔던 것 같다. 이를테면 사랑을 하는 요리사가 아니라 요리가사 사랑을 하는 한다는 거다. 그게 그 말인가?(웃음)
'파스타' 제작발표회의 권석장 PD <사진제공=MBC> |
-공효진과 이선균 두 사람이 나오는 장면은 리듬이 조금 달라 NG처럼 보이는 자연스러운 컷들이 눈에 띄더라.
▶리허설을 하다보면 제가 계산하지 못한 것들이 있다. 어느 날 촬영을 하는데 공효진씨가 진짜 얼굴이 빨개지는 거다. 그게 재밌어서 일부러 컷을 안하고 놔뒀다. 날것의 느낌이 좋더라. 하다 보니 그리 됐다.
-주인공 공효진과 이선균은 어땠나?
▶다른 걱정은 없었다. 다만 B급 감성으로 흐르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다.
이선균의 눈에는 가끔 광기가 보인다. 정말 캐릭터와 잘 맞다고 생각했다. 공효진은 왠지 쓸쓸한 변방에서 우짖는 새 같은 느낌이 있다. 주류와 거리를 둔 느낌. 그렇기에 이 역할에 더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반대는 없었나.
▶내부에서 반대가 없지는 않았다. 남들이 반대해서 나는 고집을 더 피웠다. 그 결과, 생각한 것 이상을 해줬다. 배우들에게 고마워해야지. 잘 해줬다. 난 이정도에서 멈춰도 되겠다 하다가 두 사람이 앞서 나가니까 '재밌겠다' 싶어 더 끌고 나간 부분도 있다. '이 조합이 재밌겠다' 생각은 했지만 내 소망이었을 뿐 이었는데, 정말 그것이 잘 돼서 기쁘고 흐뭇하다.
드라마 '파스타' <사진제공=MBC> |
-젊은 여성의 감성을 자주 다루는 이유가 있나.
▶20대 후반에서 30대까지, 젊은 여성의 감성을 자주 다루는 이유는 따로 없다. 하다 보니까. 궁금하지 않아요? 앞으로 어찌 변할지는 모르지만 관심이 간다. '파우스트'에 보면 그런 말이 나운다. '우리를 구원으로 이끄는 것은 여자니라.' 내가 궁금하고 알고 싶은 걸 드라마로 만들고 싶다. 그 나이 대 여자들이 생각하고 느끼는 것이 궁금하고 재밌다.
-작품이 끝나고 가장 먼저 하고싶은 일은?
▶여행을 가겠다. '결혼하고 싶은 여자' 끝나고서도 남미로 여행을 갔다. 거기서 지금 와이프를 만났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