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우먼 안영미 ⓒ이명근 기자 qwe123@ |
그녀는 박수칠 때 떠났다. 개그우먼 안영미(27)는 지난해 영광의 분장실을 떠나 버라이어티의의 세계에 발을 들였다. 그녀를 처음 맞은 것은 메마른 아프리카의 살풍경. 쭈뼛쭈뼛 나간 버라이어티쇼에선 말을 시켜주지 않아 입을 닫고 있어야 할 때도 있었고, 소리 섞인 '영광인 줄 알아 이것들아' 한 마디를 하고 나면 더는 할 말이 없는 순간도 있었다고 그녀는 고백했다.
그러나 2010년 6월, 그녀는 핫한 버라이어티의 안주인으로 새롭게 자리매김하고 있다. 현재 고정 출연중인 프로그램만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단비', MBC에브리원 '무한걸스, 온스타일의 '패션 오브 크라이', SBS ETV '신정환의 예능 제작국' 등 4개. 출연이 예정된 프로그램을 더하면 1주일이 7일밖에 안되는 게 아쉬운 바쁜 스케줄을 소화해야 한다.
사람들 역시 코미디 프로의 캐릭터 뒤에 가려졌던 진짜 안영미를 조금씩 알아보는 중. 안영미는 이제야 "제 전성시대가 작년으로 끝나는 줄 알았다"며 환하게 웃었다. 화장기 하나 없는 얼굴로 오지를 오가고 옷 못입는 여자 연예인으로 핀잔을 받지만 그게 더 좋단다. 원없이 브라운관을 누비는 그녀는, 지금 행복하다.
-살이 조금 찐 것 같다.
▶2kg 정도 찌운 거다. 보는 분들이 너무 아파보인다고 걱정을 하셔서. 특히 '단비' 팀들이 무조건 살찌우라고 했다. 출연진 학대 논란이 있다나.
-요새 부쩍 바쁜 날을 보내고 있다.
▶단순히 출연만 하는 게 아니라서 회의에도 참석하고, 작가로도 활동한다. 일주일이 휙휙 지나간다.
개그우먼 안영미 ⓒ이명근 기자 qwe123@ |
-돌아온 '안영미 전성시대'를 실감하는지.
▶제 전성시대는 작년으로 끝나는 줄 알았다. 지난해 백상예술대상을 받은 뒤에 '그걸로 끝나냐', '백상의 저주가 시작되냐' 하고 사람들이 놀렸다. 정말 그런가보다 했었는데, 이렇게 돌아왔다.
요즘 들어 바빠지니 너무 좋다. 역시 사람은 일을 해야 한다. 쉬는 때는 잡생각도 많이 들고, 내가 다시 사람들을 웃길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많이 했다. 이런 저런 일을 하고 사람들과 부비며 일하다보니 다시 페이스를 찾아가는 느낌이다. 일하는 게 행복하다.
-민낯에, 평상복 가까운 옷차림에, 여자 연예인이 저래도 되나 싶을 때도 있다.
▶제가 너무 적나라하게 보여서(웃음). 여자 연예인이라면 포장을 해야 되는데 그러질 못한다. '무한걸스' 같은 데서는 신체검사도 하고, 성적표도 나오고 밝혀지는 게 너무 많아 걱정이다. 그것도 장단점이 있다. 제가 지나가면 연예인 취급을 안 하신다. 다들 쉽게 다가와 주신다. 그건 좋은데 또 너무 쉽게 생각하시기도 한다.
하지만 덕분에 옷 못 입는 연예인으로 '패션 오프 크라이'에 들어가게 됐다. 그런 모습을 보고 시청자들이 편해 하시더라. 여자 연예인들 보면 예쁘게 옷을 차려입고 나와서 베스트니 워스트니 평가를 받는다. 저는 아직 잘 못하겠고, 그런 게 낯뜨겁기도 하다. 정말 집에서 입던 옷 입고 그런다. 그런데서 사람들이 '저게 내 모습인데' 하고 느끼시나보다. '꾸미니까 낫네' 하는 희망도 함께 드리고.(웃음)
-외모로 놀리는 데 상처입을 법도 한데.
▶그런 게 너무 익숙하다. 평소에도 화장도 안 하고 다니고 옷도 편하게 입어서 그런 걸로 툭툭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해 주시는 게 더 편하다. 선배들이 제게 그렇게 편하게 이야기해주시는 게 더 좋다. '영철'이라는 별명이 생긴 게 더 행복하다. 내숭떨지 않아도 되고. '단비'도 그렇고 '무한걸스'도 그렇고, 저는 좀 더 씹어달라고 한다.
사실 제가 처음 버라이어티에 왔을 땐 아무도 제게 말을 걸지 않았다. '똑바로 해 이것들아' 이거만 시키셨다. 그게 제 전부인 줄 아시는 거다. 대본에도 그게 전부고, 그게 끝나면 또 할 말이 없어지고. 그게 참 불편했다. 방황도 했고. 민낯으로 활보하고 핀잔주는 사람한테 당당하게 제 모습을 보이면서 안영미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조금씩 시청자들도 알아가시게 됐다.
개그우먼 안영미 ⓒ이명근 기자 qwe123@ |
-'분장실의 강선생님'을 뒤로하고 버라이어티쇼에 도전하기까지 쉽지 않았을텐데.
▶얼마나 걱정했나 모른다. '개그콘서트'를 오래 했으니 버라이어티를 해보자 했을 때, '안돼요!' 그랬다. 떠나면 망할 것 같았고, 주위에서도 너무 걱정을 했다. 조금만 사라지면 금방 잊혀질 거라고. 저도 소심해서 주저했는데 대표님이 용기를 북돋워주신 게 힘이 됐다. '단비'나 '무한걸스' 팀에서도 제게 용기를 준다.
제가 인복이 있나보다. 김용만 선배, 현영 선배, 형돈 선배, 김국진 선배, 이경규 선배, 정환이 오빠… 선배들도 저를 띄워주려고 애를 쓰시고, 전화로 '니가 있어야 된다'고 응원해주신다. 그런 선배들이 계셔서 용기를 얻는다. 그러다보면 스스로도 '내가 잘 하는 게 있네' 하며 으쌰으쌰 하게 된다. 요즘 그 덕분에 그나마 적응하고 있는 것 같다.
-원래 연기 욕심도 컸는데.
▶고백하자면 제가 연기 욕심이 있다. 예전에는 인터뷰를 할 때도 '왜 버라이어티를 해요' 그랬다. 지금까지 해온 게 코미디 연기지 않나. 처음 버라이어티 적응 기간에는 너무 '개그콘서트'로 돌아가고 싶고, 그래야 인정을 받을 것 같고, 연기를 해야 할 것 같은 생각에 시달렸다.
제가 입버릇처럼 연기 하고 싶다고 그랬다. 그런데 어느 날 소속사에서 뮤지컬 '루나틱' 출연 기회를 잡아오셨다. 뮤지컬은 정말 해보고 싶은 무대였다. 그런데 막상 제가 준비가 안 된 상황이었다. 말로만 그렇게 하고 싶다고 해 놓고 준비는 안 하면서 시켜만 주면 잘 할 것처럼 자만을 했던 거다. 오디션을 보러 갔다가 개망신을 당했다. 노래를 시키시길래 저는 그냥 가요 불렀다. 너무 창피하고,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 백재현 선배님은 그래도 기회를 주려고 하셨는데 제가 자신이 없어서 포기했다.
-지금은 버라이어티에 올인 중?
▶지금은 버라이어티에 한참 적응하는 중이니까 이걸 열심히 하려고 한다. 이것저것 하겠다고 덤비다가는 이도 저도 안될 것 같다. 지금은 제게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지금의 제게 시청자들이 기대하시는 게 있지 않나. 분장실의 안영미가 어떻게든 재밌게 하는 걸 보고 싶으실 텐데, 딴 길을 가고 제가 하고 싶은 것만 하면 실망하시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버라이어티에서 안영미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목표나 각오가 있다면?
▶제가 버라이어티에서도 사람들한테 웃음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기대를 배신하지 않는 안영미이고 싶다. '안영미 변했어' 하는 소리가 나오지 않는 개그우먼이 되고 싶다. 또 여자 MC로도 자리매김하고 싶다. 지금 제게 가장 부족한 건 지식과 경험이다. 지식과 경험을 습득한 다음에 사람들에게 두루 재미를 전할 수 있는 여자 MC가 되는 게 제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