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빈·박시후..드라마 재벌남, '차도남' 대신 '허당'

최보란 기자 / 입력 : 2010.11.18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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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시크릿가든'에서 백화점 CEO 김주원 역으로 출연 중인 현빈


드라마 속 재벌남은 언제나 여성들의 영원한 로망이다.

신데렐라와 백설공주에 나오던 동화 속 백마 탄 왕자님은 시대가 변해 외제차를 몰뿐, 재벌남에 대한 환상은 시청자들에게 언제나 통하는 성공 법칙이다.


한동안 재벌 2세는 '차도남'이라는 공식이 성립했다. '가을동화'의 원빈, '발리에서 생긴 일'의 조인성 등이 대표적인 인물. 가슴속에 상처가 있고 재력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 드는 까칠하고 도도한 캐릭터들이 재벌남의 전형이었다.

그런데 재벌남이 변했다. 여전히 조각 같은 외모, 어마어마한 재력과 집안 배경을 지녔지만, 어딘가 한 구석이 부족하다. 실수를 하거나 굴욕을 당하기도 하고, 어쩐지 '허당'스러워진 재벌남들이 과거와는 또 다른 매력으로 여심을 흔들고 있다.

현빈은 SBS 주말드라마 '시크릿가든'(극본 김은숙·연출 신우철)에서 일주일에 화목 이틀만 출근하지만 능력과 감각만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백화점 CEO 김주원 역으로 출연하고 있다.


지난 2005년 MBC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레스토랑 사장 '삼식이' 현진헌 역으로 출연했던 현빈은 당시 자존심 강하고 도도한 매력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르며 여심을 흔들었다.

차가운 눈빛의 현빈이 등장할 때 마다 배경에 흐르던 진헌의 테마곡, 클래지콰이의 'She is'가 무척이나 어울렸다. "차가운 나를 움직이는 너의 미소~"라는 가사는 삼순이(김선아 분)를 만난 뒤 차도남에서 자상한 남자로 변하는 현빈의 모습에 적절했다.

'시크릿가든'에서 등장한 현빈의 첫인상도 처음엔 이와 비슷하게 보였다. 그러나 극이 진행될 수록 어딘가 '허당'스러운 면모가 드러나며 주원만의 매력을 발산하기 시작했다.

가만히 있어도 재벌남 포스가 나던 그는 추운 날씨에도 "지붕 닫으려면 이런 차 왜 사느냐"며 꿋꿋이 오픈카를 타고, 스스로를 "내가 저런 몸과 엘리베이터를 타다니 경거망동 했구나 할 그런 사람"이라고 소개해도 알아주지 않는 비굴함을 보이기도 했다.

트레이닝복 차림의 그를 무시하는 라임에게 등판에 붙어있는 상표를 보여주려고 애쓰며, 일부러 상표가 보이도록 옷을 접어놓는 깨알같은 장면이 웃음을 자아냈다.

드라마 촬영장에 서 있는 자신을 사인을 받으러 온 팬으로 오해한 스태프에게 "이 옷은 댁들이 생각하는 그런 옷이 아니야. 40년 동안 트레이닝복만 만든 이태리 장인이 한 땀 한 땀 만들었다고"라고 소리치는 그는 전형적인 재벌남과든 차별화된 캐릭터로 눈길을 잡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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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역전의 여왕'에서 퀸즈그룹 본부장이자 회장의 사생아 구용식 역으로 출연 중인 박시후


박시후 역시 MBC 월화드라마 '역전의 여왕'(극본 박지은·연출 김남원)에서 퀸즈그룹 회장의 아들이자 본부장 구용식으로 출연하며 '서변앓이'에 이은 '구본앓이'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구용식 역시 겉보기엔 까칠하면서도 건방진 태도가 몸에 밴 재벌 2세. 하룻밤을 같이 보낸 여자에게 "대학 총장님 따님이 가정교육을 어떻게 받은 거야. 내가 들어가지 말라고 진짜 안 들어 가냐"며 도리어 나무라는 첫 등장이 능청스러웠다.

박시후 스스로도 드라마 출연에 앞서 "구용식 역은 냉소적이기는 하지만 능청스럽게 너스레도 잘 떠는 면이 있다"며 "서변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라고 캐릭터에 대해 설명하기도 했다.

사실 능글맞고 매사 당당한 겉모습과 달리 구용식은 재벌가의 사생아로서 가슴 속에 상처를 숨기고 있는 인물.

그러나 술에 취해 회사 계단에서 곯아 떨어져 황태희(김남주 분)에게 질질 끌려가는 모습이나, 자신의 생일날 홀로 야근을 하는 황태희에게 억지로 박수를 치라고 시키고 촛불을 끄며 좋아하는 모습, 불을 끄려고 태희가 쏟은 물에 흠뻑 젖어 생쥐꼴이 되는 등 굴욕적인 모습이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다.

오죽하면 한상무(하유미 분)의 집에 빈손으로 나타나 황태희가 산 케익을 뺏어 들어 "나랑 반반씩 냈다고 하자"는 모습에 황태희가 "뭐 재벌 2세가 저러냐"며 혀를 찰 정도.

프레젠테이션을 빼앗기고 눈물을 쏟는 황태희에게 "나 좀 보자"고 사무실로 부른 뒤, "조용하고 조명도 괜찮으니 실컷 울고 나오라"며 문틈으로 어색하게 손수건을 내미는 모습에서 인간미가 느껴진다.

이들의 출연 덕에 시청률도 나날이 상승하며 인기를 몰아가고 있다. '역전의 여왕'은 첫 회 10% 초반으로 출발해 지난 15일 16.7%(AGB닐슨미디어리서치 전국기준)까지 오르며 자체 최고 성적을 기록했다.

'시크릿가든'도 첫 방송에서 17.2%의 높은 시청률을 보이며, 등장부터 주말극 정상의 자리를 꿰차고 있다.

시청자들도 "구본부장 볼수록 매력있다", "현빈, 껄렁한 재벌남 역할도 너무 잘 어울린다", "박시후 전작에서 멋지다고 생각했는데, '역전의 여왕'보고 빵 터졌다"며, 여자 주인공 앞에만 서면 실수연발인 귀여운 허당 재벌남들의 매력에 푹 빠져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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