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아프리카의 눈물' 프롤로그 '뜨거운 격랑의 땅' 방송 화면 |
"현지서 운전해 준 청년에게 팁 줬더니 최신폰 샀더라고요."
MBC 다큐멘터리 '아프리카의 눈물' 제작진이 촬영 후일담을 전했다.
지난 3일 프롤로그 '뜨거운 격랑의 땅' 편을 통해 베일을 벗은 '아프리카의 눈물'에서는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건전지를 화장품으로 이용하는 부족민들의 모습이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아프리카를 떠올리면 기아와 사막, 낙타를 타고 이동하는 유목민들을 떠올렸던 시청자들의 편견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부족의 전통 문화와 기계 문명 사이에 오묘한 융합을 이루는 그들의 삶이 눈길을 끌었다.
최근 머니투데이 스타뉴스와 만난 연출자 장형원 PD도 "자료 조사를 통해서도 몰랐던 사실"이라며 놀라움을 전했다. 그는 "오지라서 통신이 어려우리라는 판단 하에 위성 전화를 구해 갔다. 그런데 현지 유목민들이 휴대폰을 쓰고 있더라. 저렴하고 통화가 잘 돼 우리도 구입해 사용했다"라고 말했다.
풀라니족 청년 이브라힘(19)처럼, 유목민들 중 젊은 청년들은 웬만하면 휴대전화 하나씩 소지하고 있다. 월별로 요금을 지불하는 것이 아니라 50~100세파(한화 약 125~250원)하는 프리카드를 구입해 일정 기간 사용한다.
특히 현지 촬영 동안 제작진의 운전수 노릇을 했던 투와레그족의 청년은 제작진도 잘 모르는 블루투스 기능을 능숙하게 활용했다고.
장 PD는 "제가 휴대폰에 파일을 옮기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는데, 그 청년이 블루투스로 옮겨줬다. 따로 월급을 받긴 하지만 매번 수고하는 것에 고마워 한국 돈으로 10만원 정도 팁을 줬다. 다음에 만나니 휴대전화를 최신폰으로 바꿨더라"라고 웃으며 전했다.
학구열 또한 상상 이상. 한 유목민 청년은 천막생활 중에도 틈틈이 독학으로 불어를 마스터했다. 관광차 현지를 찾은 프랑스인들과 대화를 시도해 회화도 공부했다. 한국 제작진과 동행한 통역가가 "책으로 배워 문법이 잘 맞고 격조 있는 회화를 구사한다"며 감탄 했을 정도.
마치 커플처럼 붙어 다니는 유목민 청년들의 모습도 제작진들이 신기하게 생각한 문화다. 거의 껴안다시피 한 자세로 어딜 가나 붙어 다니는 모습이 묘한 분위기를 연출해 외국인들의 오해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장 PD는 "왜 그렇게 붙어 다니느냐고 한 번 물었더니 '우리도 이것이 이상해 보인다는 것을 안다. 이처럼 행동하는 것은 둘만의 특별한 우정을 남들에게 과시하기 위한 것이다'라고 하더라"라고 설명했다.
외모에 관심이 많은 풀라니족 청년들이 전통 축제인 게레올에서 건전지를 활용해 화장을 하는 모습도 눈길을 끈 장면. 특히 게레올은 한국 방송 사상 최초로 공개된 영상이었다.
장 PD는 "건전지를 깨 그 안의 가루를 버터와 섞어 연지와 아이라이너로 쓰는 것은 화장품이 구하기 어렵고 비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검은 화장품은 특수한 돌을 빻아 만드는데, 풀라니족이 있는 서아프리카에서는 구하기 어렵다. 알제리 수입산을 구해야 하는데 이는 귀한 물품이다.
그는 이 같은 후일담을 공개하며 "아프리카 인들이 이처럼 외모에 신경을 쓰고, 부족 전통의 축제를 중요시 하는 것은 그들의 환경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원시부족일 수록 의식이 많고 거기에 오랜 시간 정성을 쏟는다"라고 전했다.
"고단한 삶을 잊기 위한 수단으로 그런 문화가 발달한 것이 아닐까. 화면 속 화려한 장신구와 보디페인팅, 전통놀이, 축제의 이면에는 그들의 척박한 삶이 있다"라는 것.
'지구의 눈물' 시리즈 3탄인 아프리카의 눈물'은 앞서 온난화가 가져온 영향에 대해서 경고한 '북극의 눈물', 파괴되지 않은 밀림의 동경을 심어 준 '아마존의 눈물'에 이어, 온난화로 인해 실제로 격동을 겪고 있는 아프리카 인들의 삶을 조명하고 있다.
지난주 첫 선을 보인 프롤로그에 이어 총 5부작이 매주 금요일 밤 전파를 탄다. 오는 10일에는 카로족의 성인식 소 뛰어넘기와 수리족의 동가축제, 이들의 원시적 삶을 위협하는 온난화의 영향을 조명한 1부 '오모계곡의 붉은바람'이 시청자들을 찾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