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새벽 "이민정과 연인 출연? 그럼 둑됴!"(인터뷰)

양동욱 인턴기자

송새벽은 2010년 극장가에 혜성처럼 등장했다. "둑됴"(죽죠)를 유행시킨 '방자전'의 변학도를 시작으로 '해결사' '시라노:연애조작단' '부당거래'까지 쉴 새 없이 내달렸다.

각종 영화 시상식은 송새벽의 등장에 환호했다. 송새벽은 영평상, 대종상, 부일상, 영화대상, 디렉터스컷까지 신인상과 조연상을 휩쓸었다. 전북 군산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졸업한 뒤 연기를 하러 무작정 상경한 송새벽은 시쳇말로 완전히 떴다.


'7광구' 개봉을 앞두고 있으며 첫 주연을 맡은 '위험한 상견례'를 찍고 있다. '마더'에서 세팍타크로 킥을 날리던 단역 형사는 어느새 충무로에서 주목받는 '앙팡테리블'이 됐다.

그래서일까? 송새벽에는 뜨고 나니 변했다, 반짝 스타일 뿐이다, 란 폄하와 시기가 뒤따른다. 송새벽은 "에이 형님도 아시잖아요?"라며 뒷머리를 긁적였다. 인터뷰하러 스타뉴스 사무실 근처에서 자장면을 먹고 걸어왔지만 아무도 못 알아보는데 무슨 스타냐고 웃었다.

"'마더'가 장편영화 데뷔작이고 '방자전'이 두 번째에요. 반짝이라는 표현이나 걱정은 조금도 없는 것 같아요." 송새벽은 "오히려 나는 가만히 있는데 주변에서 들었다 놨다 하는 것 같다"고 했다.


사람은 사람인지라 송새벽 역시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질 때는 정신없었다. 송새벽은 "지하 소극장에서 스무살 때부터 연극하다가 갑자기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니 살짝 현혹되기는 했다"고 털어놨다. "관심을 가져주시는 것은 너무 감사한데 내 인생에 그런 적이 없다가 의도하지 않은 부분에서 축하해주시니 약간 흔들린 것은 좀 있었어요."

'방자전' 때 여자친구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했을 때는 아무도 관심 가져주지 않다가 어느 날 갑자기 기사화되는 것을 보고 당황하기도 했다. 확실히 그는 가만히 있었는데 주위에서 들었다 놨다.

낯가림이 있는 송새벽은 아직은 낯선 사람들을 만나 처신하는 데 서투르다. 그런 그를 사람들은 변했다 한다. 전을 모르는데 후를 이야기하는 말들에 지칠 법도 하다.

"변하고 싶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비굴하게 살고 싶지도 않아요. 좋게 변하는 건 당연한 거죠. 그렇다고 건방지기도 싫고요. 진심으로 겸손해야 더 많은 걸 얻는다는 걸 알 나이잖아요."

그래서 그는 '따먹는다'는 표현을 싫어한다. 흔히 연기자들 사이에선 맡은 배역을 잘 소화하는 것을 놓고 '따먹는다'는 표현을 사용한다. "그게 다 함께 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그런 표현은 왠지 나만 잘하겠다고 튀었다는 소리도 들려요. 모두가 노력하고 열심히 해서 보여준 건데요."

양동욱 인턴기자

그렇기에 처음 신인상을 탔을 때 송새벽은 멍멍 했다. 송새벽은 "나중에 TV를 다시 보니깐 아, 내가 상을 탔구나란 생각이 들더라구요"라고 했다. 개근상 외에는 받은 적이 없었다고 했다. 그는 "신인상은 주연급 신인이 받는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난 그런 것도 아니어서"라고 말했다.

송새벽은 "상금까지 주니 어, 어, 했죠. 상을 받는 게 당연할 수가 없잖아요"라며 웃었다. 그런 송새벽이기에 김윤석 같은 연우무대 선배나 '해결사'를 함께 한 설경구나 많은 선배들이 아낀다.

김윤석은 "송새벽은 비중이 큰 역할도 잘 해낼 것"이라고 했다. 설경구는 "비중이 큰 영화야말로 관객이나 영화 관계자, 그리고 스스로에게도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했다. 설경구는 연말 조용히 송새벽을 불러 밤새 소주잔을 기울이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이제 막 시작하는 배우에 부담이 될 수도 있다. 그래도 송새벽은 "그렇게 부담이 크지는 않다"고 말했다. 시나리오를 받은 이상 비중이 크든 작든 늘 주연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송새벽은 "작은 배우 없다고 하잖아요. 그런 부담은 가져도 안 되는 것 같아요. 한 신 한 신 날 믿고 가아죠"라며 씨익 웃었다. "상을 막 주시고 관심 가져주실 때 나한테 왜들 그러시나, 란 느낌이 없지 않았어요. 그냥 '포레스트 검프'처럼 살고 싶어요."

송새벽은 어릴 적 '포레스트 검프'를 보며 연기자에 대한 꿈을 키웠다. 모자라도 즐겁고 충실하게 살면서 주위를 행복하게 하는, 검프의 삶에서 배우로 길을 엿봤다.

송새벽은 '시라노:연애조작단'에 함께 출연한 이민정과 신인으로 가장 주목받았다. 함께 출연한 장면이 없어 촬영장보다 시상식장에서 더 많이 만났다. "이민정은 정말 잘하는 친구인 것 같다"는 송새벽은 연인으로 함께 출연하면 어떻겠냐는 질문에 "그럼 둑됴"라며 웃었다.

"머니투데이 독자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며 인사를 전한 송새벽은 "'포레스트 검프'처럼 바보 같이 살고 싶어요. 그런 저를 지켜봐 주세요"라고 새해 다짐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