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대상과 MBC연예대상에서 각각 대상을 받은 강호동(왼쪽)과 유재석 ⓒSBS, 머니투데이 스타뉴스 |
매년 연말은 언제나 여러 가지로 들떠있고 분주하다. 직장, 가족, 친구들끼리의 각종 송년회가 줄줄이 이어지고, 새해를 앞둔 설렘 때문에 말이다.
이건 방송가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한 해를 결산하는 의미에서 각종 시상식이 3사 공중파에서 차례차례 돌아가며 치러지니까.
일단 연예대상은 3사 모두에서 결정되었다. 그 중에서 한동안 주춤했던 이경규가 KBS 대상을 수상한 것이 가장 인상적이었으며, MBC와 SBS에서 유재석과 강호동이 대상을 수상했다. 각자 수상 소감에서 강호동은 유재석을, 유재석은 강호동의 이름을 부르며 이야기를 했는데, 실제로 친한 사이인 그들은 현재 1인자 자리 또한 사이좋게 유지하고 있다.
그렇담 이 둘의 각각의 장점은 무엇일까? 한 번 비교해보자.
■ 강호동
강호동은 유재석과 정반대의 성향과 진행방식,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시청자들에게 보여지는 느낌, 힘세다, 드세다, 거칠다, 무섭다(?) 하는 것들은 외모에서 풍기는 이미지일 뿐 아니라, 프로그램의 진행 방식에도 녹아있다.
그래서일까? 강호동은 그의 강하고 거친 이미지를 좋아하는 사람, 그걸 부담스러워하는 사람, 즉, 호, 불호가 분명하게 나눠진다.
그렇담 이런 궁금증이 생길 것이다. ‘당연히 남녀노소 모두 좋아해야 최고가 되는 거 아닌가?’ 하고 말이다.
물론 맞는 얘기다. 하지만, 그의 강하고 거친 면 때문에, 오히려 방송가 제작진들이 그를 더 모시고 싶어하는 경우가 더 많다는 사실이다.
일단 간단한 예를 들어보자. ‘무릎팍 도사’는 아마도 강호동 아니면 할 만한 MC가 없을 것이라고 감히 단정하겠다. 훌륭한 MC들이야 많지만, 이 프로그램의 특성을 팍.팍. 살려줄 사람은 바로 강호동이기 때문이다.
‘무릎팍 도사’가 어떤 프로그램인가? 다른 착한 토크쇼와는 달리, 게스트들의 사건, 사고와 들춰내기 싫은 과거사, 속마음 등을 팍.팍. 끄집어내야하는 것이 컨셉트 아닌가. 이게 제작진이 ‘이런 질문 해주세요’라고 대본에 적는다고 어떤 MC든 누구나 해낼 수 있는 게 아니다. MC 역시 사람인데, 얼굴을 대놓고 상대방의 괴로운 얘기들을 건드린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호동은 그 어떤 곤란한 질문 앞에서도 위축되지 않는다. (아, 물론 그렇다고 그가 냉혈한이란 얘기는 아니다) 그 특유의 코믹한 표정과 제스처, 유들유들한 입담으로 민감한 질문들을 구렁이 담 넘어가듯 스물스물 잘 끌어낸다는 것이다. 그가 가지고 있는 파워풀함과 밀어붙이는 강단은 현장 게스트들에게도 전달이 돼서 그들도 ‘저절로’ 솔직 고백을 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래서, 가끔씩 작가들이 녹화장 안 보이는 곳에서 ‘스케치북’에 약간은 곤란한 질문들을 써서 부탁할 때가 있다. 그럴 때, 과감하면서도 기분 상하지 않게 그 질문을 소화해주는 MC가 바로 강호동이다. 그에겐 이런 쾌감있는 진행 능력이 있으니, 방송가 제작진들에겐 당연히 그가 최고의 MC일 수밖에.
■ 유재석
그렇담 강호동과 1인자 자리를 주거니 받거니 하는 유재석, 그는 어떤가? 정말 오랫동안 ‘국민MC’라는 타이틀을 굳건히 지키는 만큼, 시청자들에게는 ‘친근하다’ ‘따뜻하다’ ‘처음 만나도 수다 떨 수 있는 연예인이다’ 등등의 착한 이미지들이 있다.
그렇담 방송가에서 제작진에게 보여지는 그의 장점은 무엇일까? 일단 직설적으로 말하자. '고가의 출연료를 줘도 아깝지 않은 MC'.
MC의 역할이 무엇인가? MC는 프로그램의 얼굴이요, 전체를 이끄는 수장이다. 장군이 방향을 제대로 못잡고 엉뚱한 산으로 올라가서 '이 산이 아닌가벼~?' 해서야 어디 전쟁에 이길 수 있겠는가? 이처럼 MC도 프로그램 전체를 끌고 가는 중요한 역할이기 때문에, MC가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서 프로그램이 흔들릴 수도 있고, 살아날 수도 있다.
방송 제작을 하다보면 제작진이 천재적인(?) 구성과 컨셉트로 프로그램을 구성해서 줘도 어떤 MC는 그것마저도 제대로 소화시키지 못해서, 엉뚱한 진행멘트와 엉뚱한 토크를 끌어낼 때가 있다. 하지만, 유능한 MC는 제작진이 준 대본이외에 +알파를 듬뿍듬뿍해서 제작진이 기대하지 못했던 상황까지 끌어내며 재미있게 진행을 한다.
결과적으로 보면, MC의 역할이 프로그램 전체의 성패를 좌지우지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유능한 MC를 섭외하는 것이 프로그램 준비의 1순위일 때가 많다. 그 때 당연히 거론되는 인물이 ‘유재석’이다. 그가 한다면 최소한 창피한 프로그램은 되지않을 것이라는 기대감과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는 프로그램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기 때문에, 미해결 된 상태로 프로그램을 진행하지 않는다. 제작진과 충분한 대화를 한 후에 방송 진행에 임하다보니 프로그램이 산으로 갈래야 갈 수 없다.
이뿐이 아니다. 게스트들을 섭외하다보면 ‘MC가 유재석이에요’라고 했을 경우, 선뜻 응하는 연예인들이 꽤 많다는 사실이다. 그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예능인처럼 청산유수로 말을 잘 못해도, 예능 프로그램 출연 경험이 거의 없어도 유재석이라면 편하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어줄 거라는 믿음이 가기 때문이란다. 이런 것이 유재석, 그를 오랫동안 ‘국민MC’로 불려지게 한 요인인 것 같다.
<이수연 방송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