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화,동' 유연석 "'올드보이', 잘될줄 몰랐다"(인터뷰)

임창수 기자 / 입력 : 2011.03.03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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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유연석 ⓒ이명근 기자 qwe123@


달랐다. 스크린 속의 한수와 스크린 밖의 유연석은. 또렷한 눈빛과 힘 있는 목소리. "원래 한수처럼 유약하고 할 말 못하는 편이 아니다"라는 그의 말처럼 유연석은 밝고 활기가 넘친다.

그럼에도 '혜화,동'의 감독과 주연배우 유다인, 스태프들은 모두 '유연석의 한수'를 원했다. 영화 크랭크인을 한 달이나 미루며 '호야'를 촬영중이던 유연석을 기다렸다. 대체 무엇 때문일까. 이 배우의 무엇이 그들을 매료시켰을까.


유연석은 "진실 되게 연기한 데 공감해주신 것 같다"며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혜화와 관계를 회복하고 싶어 하는 한수의 감정을 놓치지 않고 따라가려 노력했다고. 과거 연애를 할 시절 관계가 회복되지 않을 때의 노력들을 떠올리며 한수의 절실함을 이해하려했다는 그다.

"거짓말도 많이 하고 이해하지 못할 행동들을 하지만 한수 본인은 입양동의서와 초음파사진을 보고 정말 아이가 살아있다고 생각했을 거에요. 스스로도 믿고 싶지 않지만 믿어야 하는 거죠. 한수에게 아이는 혜화와 자신을 이어주는 유일한 끈이니까요. 정말 아이가 살아있다고 속으로 최면을 걸면서 진심을 담아 이야기를 했는데 오디션 때 그런 면을 좋게 봐주신 것 같아요."

비겁해 보이는 한수의 행동들도 그의 입장에선 일견 공감이 됐다. 어린 나이에 아버지가 된 부담이 상당했을 것 같다고. 덜컥 아이가 생겼다고 했을 때의 걱정, 혜화에 대한 절실함 등 한수의 마음을 경험과 상상의 힘으로 머릿속에 그려나갔다는 그다.


"한수가 하는 행동만 봐선 정말 찌질하고 비호감이죠. 하지만 그런 행동들에 동정이 가기도 하더라구요. 갑자기 애가 덜컥 생겼으니 얼마나 무섭고 걱정이 됐겠어요. 예전부터 핸디캡이 있거나 동정이 가는 캐릭터들에 좀 끌렸던 면이 있는데 이번에도 그랬던 것 같아요. 영화 자체가 혜화의 입장에서 흘러가고 한수는 반대편에 서 있는 인물이라 어쩔 수 없겠지만 한수의 편도 조금은 이해를 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동갑내기 배우 유다인은 자신과는 다른 성향의 배우였다. 유연석은 유다인의 절제된 감정 표현에 놀랐고, 유다인은 보다 손쉽게 연기에 필요한 감정에 도달하는 유연석에 부러움을 느꼈다. 두 사람은 서로의 존재에 긍정적인 자극을 받으며 멋진 연기를 선보였다.

"(유)다인이는 평소에도 말수가 별로 없는 편이에요. 반면에 저는 좀 활달하고 속내를 잘 얘기하는 편이고, 다인이가 제 얘기를 잘 들어주곤 해서 함께 촬영하면서 많이 친해졌죠. 다인이가 보기엔 제가 보다 손쉽게 감정에 도달하는 것 같아서 부러웠다고 하는데 저는 클로즈업 컷에서 살짝살짝 절제된 모습으로 감정을 내비치는 다인이가 오히려 대단해보였어요. 달궈지는데 시간은 걸리지만 한번 뜨거워지면 무쇠 솥처럼 오래 간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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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유연석 ⓒ이명근 기자 qwe123@


경남 진주 출신인 유연석은 고등학교 2학년 때 재수를 하게 된 형을 따라 서울로 올라와 학원을 다니며 연기공부를 시작했다. 어린 시절부터 배우를 꿈꿨다는 그는 당시 학원에서 알게 된 누나와의 인연으로 '올드보이'의 유지태 아역으로 출연할 기회를 거머쥐었다.

"'올드보이'에 출연한 건 대학교 1학년 때였어요. 입시를 준비하면서 연기학원을 다닐 때 늘 저보고 '유지태 닮았다'고 놀리던 누나가 있었는데 그 누나가 '올드보이' 의상팀에 들어가게 되서 저한테 오디션 소식을 알려준 거죠. 당시에는 그렇게 잘 될 줄은 몰랐는데 지금 와서 돌아보니까 제가 배우생활을 하는데 큰 타이틀을 하나 얻은 거더라구요."

한동안 '리틀 유지태'로 불리며 부드럽고 유약한 역할들을 주로 맡아왔던 그가 연기 변신을 시도한 것은 2009년 MBC 드라마 '혼'에서 였다. 학생회장 백종찬 역을 맡은 그는 이전까지와는 정반대의 캐릭터를 맡아 새로운 면을 보여줬다. 난생 처음 맡은 악역은 그 자체로 도전이자 기회였다.

"새로웠죠. 그 전까지 좀 부드럽고 착한 이미지였던 거 같은데 완전 반대의 캐릭터였으니까요. 심지어 대본에 '악마 같은 미소를 지으며'라는 지문도 있었어요. 감독님도 선한 얼굴에서 나오는 사악함이 더 큰 반감을 자아낸다고 생각하신 것 같고, 저도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서 재미있었죠. 막 남의 머리에 우유를 붓고 불도 지르고 하니까 통쾌함도 있었던 거 같구요.(웃음)"

세종대 영화예술학과에 재학중인 그는 연극, 뮤지컬 무대에 대한 욕심 또한 감추지 않았다. 처음 연기에 흥미를 느끼게 된 계기가 학예회 때 무대에서 박수를 받았던 짜릿한 기억이었던 데다 학교에서 연극 무대를 경험하며 큰 매력을 느꼈다고.

"기회가 되면 꼭 연극이나 뮤지컬 무대에도 서보고 싶어요. 매력을 많이 느끼고 있기도 하고 심화된 연기 배울 수 있는 장이기도 하잖아요. 뭐 노래를 가수처럼 잘하는 것은 아니지만 예전에 음악극이나 뮤지컬을 한 경험이 있어서 제 감정을 얘기할 정도는 되는 것 같아요. 이순재 선생님께서 저희 학교 지도교수님이신데 올해도 졸업연극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누나와의 금지된 사랑을 들킨 소년 이우진에서 '혼'의 극악 학생회장 백종찬으로, '런닝,구'의 짝사랑 마라토너 허지만에서 다시 '혜화,동'의 찌질남 한수로. 매 작품마다 안타까운 사랑을 키웠던 유연석은 현재 출연중인 드라마 '호박꽃순정'에서도 짝사랑의 열병을 앓고 있다.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넘나들며 활발히 활동 중인 그가 관객과 시청자 뿐 아니라 여주인공의 사랑을 받게 되는 것은 언제쯤일지. 언젠가 화면 가득 펼쳐질 '사랑받는 남자' 유연석의 매력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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