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MBC는 임원회의 끝에 논란을 빚은 김영희 PD를 교체키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 20일 김건모의 탈락과 재도전 과정을 담은 '나는 가수다'가 방송된 지 불과 3일만이다. 그 3일 동안 MBC와 인터넷은,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나는 가수다'에 대해 고민하고, 흥분하고, 비난했다. 논란의 3일, 과연 어떤 일이 있었나.
◆20일… 논란의 '나는 가수다' 재도전 방송
오후 5시20분. '나는 가수다' 3회가 방송됐다. 제작진이 지난 2주간 뜸을 들였던 충격의 첫 탈락자가 발표되는 순간이었다. 녹화는 이미 지난달 28일 이뤄졌다.
결과는 충격이었다. 자존심을 건 노래 대결을 펼친 7인의 가수 가운데 가장 연장자이며 가장 긴 경력을 지닌 김건모가 7위에 선정됐다. 김건모는 임주리의 '립스틱 짙게 바르고'를 부른 뒤 무대에서 내려가기 전 붉은 립스틱을 입에 바르는 장난스런 퍼포먼스를 벌인 터였다.
이후의 과정은 더 큰 충격을 불렀다. 방송에는 적막이 흐르다 더이상 녹화를 진행하기 어렵게 된 현장의 모습이 비춰졌다. 제작진은 논의 끝에 조심스럽게 김건모에게 재도전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고 밝혔고, 김건모는 고심 끝에 재도전을 결정했다.
직후부터 시청자의 비난 여론이 빗발쳤다. 인터넷은 '열폭'했다. "'나는 가수다'가 아니라 '나는 선배다'", "시청자를 우롱한 처사", "그럴 거면 서바이벌은 왜 했나"는 원색적인 비난이 쏟아졌고, 각종 패러디물까지 쏟아져 나왔다.
비난 여론이 더욱 거세지자 MBC는 월요일 오전 임원회의에서 '나는 가수다'에 대한 논의에 들어간다.
이 가운데 이날 오후 7시부터는 당장 다음 3번째 본선 무대의 녹화가 경기도 일산 MBC 드림센터에서 진행됐다. 출연진은 오후 2시부터 드림센터에 모여 대기하고 리허설을 치렀으며, 오후 5시부터 모여든 500인의 청중 평가단 또한 술렁임 속에 녹화에 참여했다.
김영희 PD는 녹화에 앞서 언론과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시청자들의 비난을 예상했다", "비난을 겸허히 받아들이겠지만 제작진만을 비난해 달라"며 사과의 뜻을 표명했다. 그는 녹화에 앞서 500인 청중 평가단에게도 사과했다.
7시부터 진행된 녹화에는 김건모를 비롯해 이소라 백지영 윤도현 박정현 김범수 정엽 등 일곱 가수가 그대로 참여했으며, 3주 전 대기실에서 모든 광경을 지켜보다 돌아갔던 제 8의 가수 김연우 또한 똑같이 함께했다.
김영희 PD에 따르면 이날 그 어떤 무대보다 긴장감 넘치는 공연이 펼쳐졌고, 1명의 탈락자가 나왔다. 이 탈락자는 재도전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예정대로 김연우가 등장해 7인의 가수에 합류했다.
그러나 직후부터 스포일러가 쏟아졌다.
이날 오전부터 재도전 의사를 밝힌 김건모가 '관객의 야유 속에 큰 절을 하고 노래를 불렀다', '노래를 부른뒤 '이것이 마지막'이라며 자진 탈락 의사를 밝혔다', '박정현과 김건모가 동반 탈락한다'는 각종 스포일러가 돌았다. 그러나 제작진에 따르면 이 모두는 사실과 다른 루머.
이날 오후 드림센터에서 회의 중 기자들과 만난 김영희 PD는 "인터넷을 보면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는 의견이 많다"며 "나는 사퇴할 수도 있다. 실제로 사퇴도 생각하고 있다"며 처음 자리에서 물러날 뜻을 밝혔다.
김영희 PD는 이 자리에서 "그러나 고민이 많다. 내가 사퇴하면 진정한 사퇴가 아닐 것 같다. 가수들과 이 무대가 흔들릴 것 같아서다"라며 "열심히 최고의 문제를 만드는 것이 당연히 그에 대한 보답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경영진에서 징계를 내릴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MBC 임원진은 '나는 가수다'와 관련해 이날 2번째 임원 회의를 가졌다.
◆23일… MBC 김영희 PD 교체 발표
23일 오전 MBC 임원진은 '나는 가수다'와 관련해 3번째 임원 회의를 열었다. 김영희 PD 교체 방침이 논의됐으며 결국 김영희 PD 교체, 안우정 예능국장 구두 경고 방침을 결정했다. .
MBC는 이날 오전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이 소식을 전하며 "녹화 현장에서 돌발 상황이 발생한 가운데 출연진과 제작진이 합의해서 규칙을 변경했다고 하더라도, '7위 득표자 탈락'은 시청자와의 약속이었다"면서 "기본 원칙을 지키지 못한데 대한 책임을 물어 김 PD를 교체한다"고 밝혔다.
한 번의 예외는 두 번, 세 번의 예외로 이어질 수 있고 결국 사회를 지탱하는 근간인 '원칙'을 무너뜨릴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조치를 취하게 됐다는 것이 MBC의 입장.
이들은 "제작진은 시청자들의 질타를 겸허히 받아들여 더욱 좋은 프로그램으로 보답하겠다고 밝혔다"며 "MBC는 조만간 김영희 피디의 후임을 결정해 '나는 가수다' 제작에 투입할 예정이다"고 덧붙였다.
현재 김영희 PD는 휴대전화의 전원을 꺼둔 상태며, 안우정 예능국장은 "공식입장 외에 할 말이 없다"며 "노코멘트"라고 답했다.
출연 가수들은 연출자인 김영희 PD의 갑작스런 교체에 놀라움과 함께 이구동성으로 "안타깝다"란 의사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