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정희ⓒ송지원기자 |
빨간 드레스, 여태껏 한 번도 보여주지 못한 농염한 표정과 자태, 연기.. 3분 남짓 카르멘의 '하바네라'를 공연한 임정희의 열정적인 무대가 끝나자, 관객들은 일제히 기립 박수를 쳤다. 그리고 그는 영웅이 됐다.
7일 오후 비가 저벅저벅 내리는 날, 논현동의 한 사무실에서 임정희를 만났다. 오는 5월 초 발매 예정인 신곡 준비와 tvN '오페라스타'를 병행하느라 수척한 모습이다. 인터뷰를 마치자마자 또 '오페라스타' 준비를 위해 떠나야 한다고.
"첫 회에 1등을 했다. 예상 했나?(기자)" "하하. 조금(임정희)."
'오페라스타'의 도전은 임정희에게 새롭다. 가수로서 무대에 서는 것 외에 리얼리티 형식의 오디션 프로그램의 출연도 생소할 뿐 아니라, 앨범 발매 인터뷰가 아닌 프로그램 출연으로 인터뷰하는 것도 생소하다.
그는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는 것 같다"며 "음악과 버라이어티가 합해진 프로그램이라 처음에는 회사에서 권해서 전략적으로 들어갔지만 이제는 너무 좋다"고 뿌듯해했다.
사실 가수가 노래로 평가받는다는 것, 쉽지 않은 일이다. 오페라라는 다른 장르라고 해도 가창력이 담보돼야 하지 않나.
그는 "처음에는 사실 부담이 컸다. 여성 보컬리스트로서 노래로 평가받고 탈락한다는 규칙도 그렇고, 클래식에 큰 관심도 없었다"며 "내가 유일하게 본 오페라가 '파우스트' 정도였다"고 털어놨다.
거기에 모든 언어를 외국어로 소화하고 발성도 매우 다르다. 그는 "첫 회에 불렀던 '하바네라'를 한 달 정도 1000번 가까이 연습한 것 같다. 아프리카 발음 외우는 것처럼 무식하게 외우는 것이 쉽지 않다"며 "주어와 조사를 구분할 수 없으니 노래를 100% 소화하는 것이 힘들다"며 고충을 말했다.
이어 "발성도 많이 다르다. 흔히 대중음악은 김장훈 선배나 김범수 오빠가 부르는 방식이 전혀 달라도 개성이라는 것으로 실력이 될 수 있지 않나"며 "성악은 좋은 소리라는 정답이 나와 있다. 거기에 맞추려다 보니 어렵지 않나 생각이 든다"고 설명했다.
임정희ⓒ송지원기자 |
임정희는 경쟁자를 묻는 질문에 "생각보다 테이가 잘했다. 목소리도 크고"라며 "신해철 선배 무대도 놀랐던 것이 오페라 발성은 제대로인지 모르겠지만 가수의 개성이 잘 담겨있더라. 정통은 아니라고 할 수 있을지 몰라도 크로스오버로 개성을 잘 표현했다"고 꼽았다.
최근 인기리에 방송했던 MBC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와 비교해달라고 했다.
그는 "감동적이고 재밌게 봤는데, 한편으로는 너무 처절했다. 같은 가수로서 무대에 서는 입장과 과정, 기분을 어느 정도 이해한다"며 "보는 분들은 즐기실 수 있지만, 살아남기 위해 준비해야 하는 가수 입장에서는 처절함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방송됐으면 좋겠다. 여성 보컬리스트로 살아오면서 가수에게 무대가 있고 노래를 부르는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은 의미가 있더라"고 말했다.
그리곤 여성 보컬리스트로 7년을 살아온 소회를 밝혔다. 임정희는 여성 보컬리스트들의 모습이 지나치게 정형화됐다고 꼬집었다.
임정희는 "존경하는 인순이 선배나 이은미 선배도 노래할 때 카리스마 있고 파워풀한 모습만 비춰지지만 실제로 엄마 같이 후배를 잘 챙겨주고 재밌는 모습이 있으시다"고 했다.
그는 "한국에서 여자 가수로 산다는 것은 너무 해야할 일이 많은 것 같다. 섹스어필을 하거나 음악성을 강조한 느낌"이라며 "그것도 지나치면 안 되더라. 섹스어필이 지나치며 음악성이 무시되고, 음악성이 강조되면 따분하고 재미없고 말이다"고 설명했다.
그에게 이번 '오페라스타'는 그동안 가져왔던 고민들에 대해 풀어볼 기회라고 했다. 그는 '오페라스타'를 통해 다양한 여성 보컬리스트로서 모습을 보여줄 참이라고. 그는 '오페라스타' 첫 회에 프로듀서 방시혁이 많이 칭찬했다고 했다.
"(방)시혁 오빠가 임정희'하면 무대에서 파워풀하게 노래하는 것만 보다가 빨간 드레스를 입고 요염한 춤으로 카르멘 오페라를 하는 것이 새롭게 받아들여지는 것 같더라. 자신감을 좀 얻은 것 같다. 앞으로도 이 프로그램을 통해 임정희를 재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