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민 "'내마들'로 연기에 불… 결혼은 3년후?"(인터뷰)

최보란 기자 / 입력 : 2011.06.2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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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남궁민 ⓒ사진=이기범 기자


배우 남궁민(33)이 MBC 주말극 '내 마음이 들리니'의 봉마루(또는 장준하) 역으로 소위 '포텐'(잠재력을 뜻하는 인터넷 용어)이 터졌다.

가족의 배신에 대한 살 떨리는 분노, 바보 아버지 영규에 대한 애틋한 연민, 사랑하는 여인이자 동생인 우리를 향한 가슴앓이까지. 넘치는 극적인 감정들을 표현해야 하는 봉마루의 캐릭터는 남궁민의 진가를 제대로 보여줬다.


며칠씩 계속되는 밤샘 촬영, 대본과의 씨름 속에 '내 마음이 들리니'도 어느덧 4회만을 남겨뒀다. "봉마루와 헤어지면 시원하고도 굉장히 아쉬울 것 같다"며 미소 짓는 남궁민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 종영까지 4회만을 남겨두고 있다.

▶제 생각에 엔딩은 화합적으로 갈 것 같다. 작가님도 아직 갈등이 많으신 것 같다. 마루가 악하게 하려 해도 내재돼 있는 안타까운 면들이 있어서 쉽지 않다. 마루가 어떤 식으로 복수를 하려 할지, 혹은 그게 성공할지, 차동주(김재원 분)가 막아낼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개인적으로는 복수를 할 거면 아주 독하게 하고, 아니면 아예 화해했으면 하는 생각이다. 좀 더 긴장감 있게. 하지만 그건 제 욕심이고, 마루의 얘기만 가지고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여러 인물과의 짜임새와 상황을 다 같이 생각해야 하니까.

- 봉우리와의 관계는 어떻게 흘러가나.

▶봉우리(황정음 분)에게도 감정적으로 접근을 많이 하고 싶은데, 작가님께서 결말을 어떻게까지 써 주실지 모르겠다. 아직 마루는 우리를 놓은 게 아니다. 보낼 마음도 없고. 26회에 우리한테 "넌 나를 늘 최진철의 아들, 차동주의 형, 봉영규의 아들로만 본다. 네가 나를 남자로 봤을 때는 의사 장준하일 때 밖에 없겠지"라고 슬프게 얘기하는 장면이 있었다. 이 얘기를 한 뒤에도 과연 사랑 고백을 할지 모르겠다. 개인적으로는 복수도 확실히 하고, 거절당하면 제대로 당하고, 실패도 하고. 그래서 끝을 보고 다시 시작하면 좋겠다. 원래 성격이 맺고 끊는 게 확실하다.

- 마루의 캐릭터가 극중에서 부각도 됐고,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번 작품하면서 진짜 열심히 했다. 예전에는 대사에서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으면 '왜 그럴까' 스스로 반문을 많이 했다. 이번엔 마루를 이해하려고 노력했고, 영규, 순금, 동주, 우리 돌아가면서 폭풍 대사를 몰아치며 눈물을 보이는 장면에서도 한 사람마다 다른 감정으로 눈물을 흘리려고 노력했다. 제작진, 작가님, 배우들에게도 감사하고, 또 제 스스로도 정말 노력했다고 생각한다.

-마루와 헤어지면 아쉬움이 크겠다.

▶전 애인을 잊으려면 새 애인을 사귀어야 한다고 한다. 빨리 새 작품으로 만나 뵙고 싶다. 이상하게 준하보다 마루라는 이름이 애잔하고 애착이 간다. 끝나고 나면 너무 시원할 것 같다. 그렇지만 일주일 정도 지나면 공허함이 몰려올 것 같다. 군대에 다녀 온 뒤 제 연기의 흐름을 잃어서 스트레스가 있었는데, 이 작품을 하면서 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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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남궁민 ⓒ사진=이기범 기자


- 예전과 캐릭터를 대하는 자세가 달라진 계기가 있나.

▶캐릭터가 나를 얼마나 이해시키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다. 이유 없이 분노하고 슬퍼했다면 저는 몰입도도 떨어졌을 것이고, 얼굴에 하기 싫은 표가 났을 것이다. 그 만큼 마루의 캐릭터가 화를 내는 이유가 분명하게 이해가 됐다. 부모가 따로 있는데 엉뚱한 다른 사람을 부모로 속아왔고, 가족 다 버리고 손을 잡고 나온 어머니는 다른 이유가 있었다는 것 등. 충분한 이유가 있기에 가능했다.

-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나 촬영장 에피소드?

▶순금 할머니(윤여정 분)에게 용서 안하겠다고 소리치는 장면이다. 대본이 하도 안 외워져 따로 분리해서 가지고 다닐 정도였다. 원래는 20화 마지막 장면인데 감정이 도저히 살지 않아 21화 초반으로 밀려났다. 원래대로 마무리 됐다면 드라마가 더 좋았을 텐데. 제가 소화를 못해서 다음 화로 넘어갔다. 제가 그 대본을 '할머니 대본'이라고 불렀다. 짬만 나면 그걸 가져오라고 해서 외웠다. 요즘도 그것 때문에 몽유병처럼 악몽을 꿀 정도다. 무의식중에 대사를 한다. 대본을 제 것으로 만드는데 시간이 걸리는 편이라, 압박이 심하다.

- 연기에 있어서 본인 스스로를 너무 몰아세우는 것 아닌가.

▶저는 한 번에 확 뜬 게 아니라 꾸준히 연기를 하면서 여기까지 왔다. 그런 과정에서 생긴 일종의 열등감이 제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쉴 때도 뭔가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스스로 궁지로 몰아넣으면서 연기를 하려고 한다. 데뷔 10년 정도 됐는데, 아침 일일 주말 단막 특별극 다 해 봤다. 그 동안 나만의 매력을 찾으려고 노력을 많이했다. 예를 들어 발성에 자신이 없어서 뮤지컬 선생님 찾아다니면서 복식 호흡법을 배우기도 했다. 쉬면서 가만히 있으면 뒤쳐진다는 열등감이 있었기 때문에 연기의 끈을 놓지 않고 있을 수 있었다. 항상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슬럼프가 올 때면 '나보다 열심히 하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 봉우리를 향한 외사랑이나 생부 최진철에 대한 분노 등, 일방적인 감정연기가 많아 힘든 점은 없었나.

▶연기에 있어서는 일방적이지 않다. 상대방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 감정이 밀려온다. 저는 작은 리액션을 찍을 때도 꼭 상대배우에게 제 앞에 서 있어 달라고 한다. 사람의 반응에 따라 제 표현도 미묘하게 달라진다.

'내마들'에서 제가 식물원 갔는데 거기 사람들이 제가 온 것을 싫어하는 장면이 잇었다. 연기인데도 은근히 소외감이 느껴지더라. 그럴 때 저도 모르게 감정이 이입된다. 그럴 땐 연기를 하길 잘 했다라는 생각이 든다.

또 저는 감정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나는 타입이다. '어느 멋진 날' 할 때 신현창 감독님이 "너는 얼굴에 표시가 난다. 너는 그냥 네 마음대로 연기를 해 봐라"라고 하셨다. 욕심을 내면 극적 포인트를 못 찾고 뭔가 놓치는 것 같다. 화를 낼 때도 '상대가 이렇게 화를 내니까 나는 이렇게 해야지'하고 연기하면 잘 안 된다. 흐름에 맡기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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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남궁민 ⓒ사진=이기범 기자


- 지금 말투가 극중 장준하와 비슷하다. 아직 캐릭터에 빠져 있는 것 같다.

▶장준하의 약간 어눌하고 느린 말투. 그런 개성이 있어야 연기하기가 편하다. 영화 '비열한 거리'할 때 또 말투가 달랐다. 평상시에도 캐릭터에 빠져 있게 되니까, 아무래도 다음엔 밝은 로맨틱 코미디 같은 걸 해야겠다. 하하. 제가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했는데 장준하처럼 감정이 격정적인 역할은 없었다. 연기의 스펙트럼을 넓혀 온 것 같아서 다른 역할도 자신감 있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 극중 캐릭터 덕에 '다크마루' 등 다양한 별명을 얻었다.

▶저도 '다크마루' 동영상을 봤다. 제가 화내고 슬퍼하는 감정신들을 모아 놓은 건데 '내가 정말 파란만장했구나' 싶더라. 의사가 아니라 첩보 요원 같았다. 봉마루 10종세트, 100종 세트처럼 표정연기들을 모아 놓은 것도 봤다. 어떻게 보면 좋은 모습만은 아닌데, 그것을 가지고 여러 사람이 웃으면서 공유할 수 있다는 게 좋더라. 개인적으로는 '미역마루'가 마음에 들었다.

- 이 작품으로 얻어 가려고 했던 것은 성취했나.

▶20대까지는 제 역할로 뭔가를 이뤄야 한다는 압박이 강했는데, 지금은 그냥 제 캐릭터를 잘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박용우 형이 "민이 너는 충분히 잘 하고 있으니까 부담을 떨쳐내고 네 캐릭터를 사랑하려고 노력해라"라고 조언을 해 준 적이 있다. 제가 승철이한테 화를 내는 장면이 있는데, 자꾸 웃으면서 찍게 되더라. 그래서 '이런 신 같은 경우는 저로 기싸움을 하는데 우린 웃고만 있냐'라고 했을 정도. 배우들 사이 분위기가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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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남궁민 ⓒ사진=이기범 기자


- 뉴스 인터뷰에서 남동생을 '보물1호'라고 밝혀 화제가 됐다.

▶은연중에 그런 생각을 갖고 있었던 것 같다. 어릴 때 유난히 붙어 다녔고, 싸움도 많이 했다. 저도 첫째고 집안이 넉넉한 게 아니다 보니 제가 입던 옷을 동생에게 물려주곤 했다. 어릴 땐 몰랐는데 크면서 그런 동생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생기더라. 방송 후에 제 동생이름이 검색어에도 오르고, 화제가 됐다. 그래서 동생한테 칭찬을 받았다. 동생이 은행을 다니는데 그날 회식도 하고, 형으로서 괜히 뿌듯했다.

- 얼마 전에 결혼식에서 사회를 본 사진이 화제가 됐다.

▶그게 네티즌들 관심을 받아 기사화 될 줄 몰랐다. 그런 관심이 감사하고 좋았다. 제 정말 친한 친구 결혼식이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다. 제가 친한 사람들이라도 연락을 자주 안하는 타입이라, 34살이 돼서 오랜만에 친구를 보니 다 아저씨가 돼 있어 놀랐다.(웃음) 그런데 한 친구가 딸을 데려왔는데, 보고 있으니 저도 모르게 빠져 들더라.

- 결혼은 언제쯤 할 계획인지?

▶아마 제 동생이 먼저 결혼을 하게 되지 않을까. 동생은 여자친구가 있다. 저는 아직. 앞으로 3년 정도는 하기 어려울 것 같다. 처음 시작했을 때처럼 다시 시작이라고 생각하고 일에 매진하려고 한다. 지금은 연기에 몰입하고 싶은 욕구가 굉장히 강하다. 만약 지금 제 관심을 뺏어가는 사람이 생기면, 원망할 수도 있게 될 것 같다.

- 시청자 혹은 팬들에게.

▶팬카페에도 인사드리고 싶은데, 어쩜 이렇게 시간이 없는지. 정말 잠잘 시간도 없고, 주말에도 대본 외우느라 정신적으로 여유가 없었다. 그래서 팬들에게 너무 미안하다. 드라마 끝나면 팬들에게 꼭 너무 감사하다고 얘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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