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방영된 MBC PD수첩의 '광우병 보도' 중 일부 내용은 사실에 부합하지 않아 정정보도를 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은 다만 "미국과의 쇠고기 협상에서 우리 정부의 대응이 잘못됐다는 취지의 보도 내용은 '사실적 주장'이 아닌 '의견의 표명'에 해당하는 만큼 정정·반론보도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양창수 대법관)는 2일 농림수산식품부가 MBC PD수첩을 상대로 "7가지 보도 내용을 정정 또는 반론 보도해야 한다"며 제기한 '정정·반론보도청구 소송'에서 원심 판결을 파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원심인 서울고법은 2009년 6월 내린 판결에서 △한국인은 MM유전자형 비율이 높아 광우병 위험이 크다 △미국에서 인간광우병이 발생해도 정부가 독자적 대응을 할 수 없다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을 모르거나 은폐하고 있다는 3가지 내용은 정정보도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이에 대해 "피고가 내세우는 증거만으로는 '한국인이 MM유전자형 비율이 높아 광우병 위험이 크다'고 단정할 수 없고, 그 과학적 사실의 진위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상태"라며 정정보도의 대상에 해당한다고 본 원심을 유지했다.
대법원은 특히 "언론이 과학적 연구의 한계 등을 언급하지 않은 채 과학적 연구사실을 단정적으로 보도했다면 이는 진실하지 않은 것"이라며 정정·반론보도의 대상이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대법원은 하지만 "△미국에서 인간광우병이 발생해도 정부가 독자적 대응을 할 수 없다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을 모르거나 은폐하고 있다는 보도 내용은 '의견의 표명'에 불과한 만큼 정정보도 대상이 아니다"며 원심을 파기했다.
대법원은 "사실적 주장인지 의견의 표명인지는 사회적 흐름이나 시청자에게 주는 전체적 인상 등을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며 정부 대응에 대한 보도는 의견의 표명으로 봐야 하는 만큼 이를 사실적 주장이라고 전제한 원심 판결을 뒤집었다.
한편 대법원 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이날 광우병 보도로 인해 당시 농림수산식품부장관인 정운천 전 장관의 명예가 훼손됐다며 기소된 조능희 PD 등 MBC 'PD수첩' 제작진 5명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조씨 등은 2008년 4월29일 방영된 PD수첩 '긴급취재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 편에서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을 몰랐거나 알면서도 은폐·축소한 채 수입 협상을 체결했다고 보도, 정 전 장관 등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