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촉촉한 비를 맞으며 9일간의 영화 축제를 마무리했다.
비유가 아니라 영화의 전당에서 비가 새면서 폐막식이 열린 영화의 전당 광장 곳곳에 빗물이 떨어졌다. 1678억 5000만원이 든 건물이 시간당 23.0㎜의 비에 여지없이 빈틈을 드러낸 것이다.
비가 쏟아져도 영화의 전당 천장에 빛나는 LED 전등은 형형색색 여전히 아름다운 빛을 발하며 폐막식을 위로했다. 이날 오후7시20분 부산 해운대 영화의 전당 광장에서 장진 감독과 류현경의 사회로 폐막식이 열렸다.
폐막식에는 폐막작 '내 어머니의 연대기' 하라다 마사토 감독을 비롯해 뉴커런츠 심사위원장 욘판 감독과 심사위원 오다기리 조 등 국내외 게스트들이 레드카펫을 밟았다.
이날 폐막식에선 '소리없는 여행'과 '니뇨'로 뉴커런츠상을 수상한 이란 모르테자 파르샤바프 감독과 필리핀 로이 아르세나스 감독에 시상식이 열렸다. 이탈리아 귀도 롬바르디 감독의 '그곳'으로 플래시 포워드 상을 받았다. 선재상은 인도 뱅캇 아무단 감독의 '그를 기다리는 카페'가, 특별언급은 일본 요시노 코헤이 감독의 '스스로 해보세요'가, 한국 수상작은 이우정 감독의 '애드벌룬'이, 특별언급은 오현주 감독의 '천국도청'이 각각 수상했다.
비프메세나상은 박배일 감독의 '나비와 바다'와 일본 이데 요코 감독의 '쇼지와 타카오'가 영광을 안았다. KNN관객상은 인도 망게쉬 하다왈레 감독의 '인디안 서커스'에 돌아갔다.
지난 6일 개막한 이번 영화제는 70개국 307편이 상영돼 총 관객수가 19만 6177명을 기록, 지난해 18만 2046명에 비해 1만명 이상 늘었다. 좌석 점유율도 83%로 지난해 78%에 비해 증가했다.
총 참석 게스트는 프레스를 제외하고 8828명으로 지난해 7130명에 비해 1000명 이상 늘어 부산국제영화제가 명실공이 아시아 최대 영화축제라는 사실을 입증했다. 영화의 전당 시대를 맞아 내적,외적 성장을 이뤄 낸 것이다.
하지만 개막식부터 우려를 자아냈던 영화의 전당은 마지막까지 문제를 드러냈다.
지난달 29일 개관식을 열고 일주일만에 영화제 개막을 해 개막식 오전까지 마무리 공사가 한창일 만큼 일정이 촉박했다. 그러다보니 새집증후군을 비롯해 영사 사고, 마이크 연결 등 숱한 문제점이 드러났다. 급기야 비까지 샜다.
영화제를 운영하기 위해선 영화의 전당을 시범 운영을 한 뒤 문제점을 살펴봐야 하는 게 정석이었다. 개막식 오전까지 마무리 작업을 해야만 했던 영화제측도 이런 문제점은 알고 있었다.
사실 영화의 전당 조기 개관을 앞두고 여러 곳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시공사 한진중공업이 아직까지 건물주로 돼 있을 만큼 공기를 제대로 맞추지 못했다. 운영하는 영화의 전당 재단측과 영화제가 손발이 맞지 않는다는 소리도 꾸준히 흘러나왔다.
결국 이용관 집행위원장은 이날 오전 10시 결산 기자회견에서 "시공사 한진중공업과 운영하는 영화의 전당 재단법인의 문제점이 심각하다"며 "이런 영화제는 안 하는 게 낫다"고 할 만큼 불만을 터뜨렸다. 이용관 위원장은 스타뉴스와 인터뷰에서 "영화의 전당 재단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내년에는 영화의 전당에서 영화제를 안할 수도 있다"고 했다.
비새는 영화의 전당을 내년에는 더 이상 볼 수 없길 바라며 영화제는 폐막작을 상영하는 것으로 모든 일정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