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교''돈의 맛', 노년 베드신을 보는 두가지 시각③

[★리포트]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2.05.16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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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교'와 '돈의 맛', 파격적인 노출과 설정으로 공개 전부터 호기심을 자극했던 두 영화가 드디어 각각 베일을 벗었다. 두 영화는 특히 60∼70대의 중년, 혹은 노년이 한참 어린 상대와 벌이는 베드신을 담고 있어 특히 화제가 됐다. 보는 이를 '후끈' 달아오르게 하거나, 젊고 아름다운 육체가 관능미를 발산하는 베드신을 상상해 온 관객이라면 두 영화의 베드신은 아마 독특한 충격으로 다가올 것이다.

노년의 베드신은 '너는 내 운명', '그놈 목소리'의 박진표 감독이 2002년 '죽어도 좋아'에서 한차례 파격적으로 그려낸 바 있다. 당시 '죽어도 좋아'는 전문 배우가 아닌 실제 노년 커플을 캐스팅해 두 사람의 베드신을 카메라에 담았다. 비록 소수의 관객이 관람했으나 영화는 당연히 상당한 파장을 일으켰고, 이는 이후 실버 로맨스, 황혼 로맨스 영화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이후 10년이 이르기까지 상업 영화에서는 노년의 베드신이 쉽사리 등장하지 못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관객이 굳이 보고 싶지 않아 한다'는 것. 두 영화는 그같은 핸디캡을 안고 노년 베드신에 도전했다.

박범신의 동명 소설이 원작인 '은교'는 여고생 은교의 젊음에 매혹된 70대 노시인 이적요의 갈망을 담아냈다. 극중에는 이적요가 젊은 시절 싱그러웠던 자신이 은교와 정사를 벌이는 모습을 상상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정지우 감독은 이적요 역에 나이 대에 맞는 중견 배우 대신 박해일을 캐스팅했고, 1977년생인 박해일은 자신의 본래 나이 2배는 됨직한 노인 연기를 위해 매번 8시간이 소요되는 특수분장을 견뎌냈다.


박해일이라는 젊은 배우가 노년의 이적요를 연기했다는 점은 비록 판타지이기는 하나 노인과 여고생의 섹스라는 설정 자체에서 오는 반감을 상당 부분 누그러뜨린다. "늙음이 또한 죄가 아님을" 이야기하는 영화답게, 햇살이 쏟아지는 듯한 화면에서 해사한 배우들의 벌이는 베드신은 노시인 이적요의 매혹을 '아름답게' 그려내 보였다.

이는 정 감독이 각종 기술적 문제에도 불구하고 젊은 배우 캐스팅을 고집한 이유이기도 했다. 정지우 감독은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이적요 역에 실제 나이가 맞는 중견 배우를 캐스팅할 생각도 당연히 해봤다"며 "그러나 수십억 제작비가 투입되는 상업영화에서 무리라고 판단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제작비 2억의 영화의 영화로 찍었다면 실제 그렇게 촬영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돈의 맛'은 '은교'의 정 반대 지점에서 노년의 베드신을 그린다. 스스로 대한민국을 움직인다고 자화자찬하면서 돈이면 안 되는 게 없다고 생각하는 재벌가의 늙은 안주인인 백금옥은 자신의 아들뻘 되는 젊은 비서 주영작을 침대로 끌어들인다.

60대 중반인 배우 윤여정이 백금옥 역할을 맡아 실제 아들뻘인 김강우와 이 장면을 연기했다. "가만 있어"라고 조용히 위협하면서 어찌할 줄 몰라 하는 젊은 육체에 얼굴을 부비는 장면이 고스란히 카메라에 담겼다. 다음날 백금옥이 '개운하다'며 가벼운 발걸음을 옮기는 장면에서는 실소가 터질 정도다.

재벌가의 허위의식, 그 속에 숨겨진 치부를 노골적으로 그려내는 영화가 이같은 불편한 베드신을 통해 노린 효과는 분명하다. '돈의 맛'은 '은교'가 고통스러운 특수분장까지 감수하면서 피해가고자 했던 그 지점, 노년의 욕망과 젊은 육체가 벌이는 섹스의 반감을 정조준했다.

지난달 앞서 개봉한 '은교'는 현재까지 127만 관객을 모으며 꾸준히 관객의 호응을 얻고 있다. 거부감 자체를 노려 노년의 베드신을 완성시킨 '돈의 맛'은 어떤 반응을 얻을까. 제 65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돈의 맛'은 오는 17일 국내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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