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찾은 '돼지의 왕' "황금카메라상 타고 싶어요"(인터뷰)

칸(프랑스)=전형화 기자 / 입력 : 2012.05.2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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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현지시간) 제65회 칸국제영화제를 찾은 '돼지의 왕' 박희본,연상호 감독,김꽃비가 뤼미에르 극장 앞에서 즐겁게 웃고 있다. 칸(프랑스)=전형화 기자


"황금카메라상을 탔으면 좋겠어요."

연상호 감독, 김꽃비, 박희본, '돼지의 왕' 3인방이 제65회 칸국제영화제를 찾았다. '돼지의 왕'은 잔혹 애니메이션을 표방하지만 3인방의 표정은 마냥 밝고 경쾌했다. 비가 흩날리는 칸의 날씨와 아랑곳없이 이들은 칸의 바람을 마음껏 즐기는 표정이었다.


20일(현지시간) '돼지의 왕' 3인방을 칸에서 만났다. '돼지의 왕'은 이번 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됐다. 한국 장편 애니메이션이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상호 감독은 칸영화제에 초청된 영화 중 신인감독에게 수여하는 황금카메라상 후보이기도 하다.

연상호 감독은 "어제 황금카메라상 후보 수락 사인을 하는데 두근반 세근반 하더라"며 웃었다. '돼지의 왕'에 목소리 연기로 참여한 김꽃비와 박희본은 "왠지 기운이 좋다"며 "황금 카메라상을 탔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경쾌하고 상쾌했다. '돼지의 왕'과는 딴판이다. 3인방은 영화제란 영화인들의 축제라는 걸 몸으로 느끼는 것 같았다.


'돼지의 왕'은 1억5000만원의 제작비로 만들어진 독립 애니메이션. 회사가 부도난 뒤 충동적으로 아내를 살해한 남자가 15년 전 중학교 시절 친구를 찾아 당시 사건을 이야기하면서 과거를 쫓는 미스테리물이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비전부문에 초청돼 넷팩상(아시아영화진흥기구상)을 비롯해 한국영화감독조합 감독상, 무비꼴라쥬상 등 3개 부문을 석권했다. 칸영화제측은 부산영화제에서 일찌감치 '돼지의 왕'을 낙점했다. 그만큼 '돼지의 왕'이 물건이란 뜻이다.

19일 늦은 저녁 칸에 도착한 김꽃비와 박희본은 "이제 막 칸에 도착해서 좋은 지 잘모르겠다"며 생끗 웃었다. 김꽃비는 영화 '똥파리'를 함께 한 양익준 감독과 연상호 감독이 친분이 있어 자연스럽게 '돼지의 왕'에 합류했다. 박희본은 출연작 '도약선생'이 서울독립영화제에 개막작으로 초청되면서 '돼지의 왕' 조영각 프로듀서와 인연이 닿아 함께 했다.

김꽃비는 "연상호 감독이 원래 여배우에 관심이 많다"며 "박희본 출연이 결정되자 너무 좋아하더라"고 놀렸다. 연상호 감독은 옆자리에 앉아있던 부인 눈치를 슬쩍 살피며 "그런 적 없다"고 눙쳤다.

박희본은 "정말 그랬냐"며 깔깔 대다가 "시나리오를 읽고 너무 재미있었다. 어린 여고생 역인줄 알았는데 중학생 남자 역이라 녹음할 때 당황하긴 했었다"고 말했다.

김꽃비와 박희본은 '돼지의 왕'에 만족도가 무척 큰 눈치였다. 김꽃비는 '똥파리' '창피해' 등 국내 독립영화 뿐 아니라 독일, 일본 감독들과도 호흡을 맞추는 명실상부한 독립영화계 스타. 그런 김꽃비지만 "'돼지의 왕' 마지막 장면은 두고두고 떠올릴 명장면"이라고 엄지손가락을 세웠다.

걸그룹 밀크 출신이지만 이제 배우란 명칭이 제법 어울리는 박희본은 이번 영화제에 참석하기 위해 출연 중인 '신의 퀴즈3'를 출국 직전까지 찍다가 비행기를 탔다. 그만큼 애정이 컸기 때문이다. 연상호 감독은 그런 두 배우가 기특한 듯 했다. 연상호 감독은 23일 황금 카메라상 후보들이 레드카펫 행사를 할 때 여배우들과 함께 선다. 그로선 천군만마가 함께 한 기분일 것 같았다.

연기가 좋아서 연기자로 전향한 박희본은 "배우가 더 재미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희본은 SM엔터테인먼트에서 어린 시절부터 트레이닝을 받은 게 배우로 성장하는데 큰 도움을 줬다고 했다. "인사가 만사"라는 그녀는 시트콤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를 하면서 좋은 분을 계속 만나고 또 그 덕에 '돼지의 왕'을 했고, 그래서 칸에 왔다며 환하게 웃었다.

영어,일본어,프랑스어를 구사하는 김꽃비는 '글로벌 액터'답게 올해는 홍콩과 오사카,LA에서 독립영화들을 찍었다. 김꽃비의 영역은 상업영화와는 또 다르지만 더 넓게 퍼지고 있다.

연상호 감독은 차기작을 이 배우들과 하고 싶은 눈치를 보이기도 했다. 좋은 사람들이 만나 좋은 기운을 받아 만든 작품이 좋은 결과를 내는 법이니깐. 연상호 감독은 차기작 '사이비'를 메이저 투자배급사로 발돋움하고 있는 NEW와 함께 하기로 했다. 이번엔 거짓만 말하지만 모든 사람에게 존경하는 종교 지도자와 진실만 이야기하지만 악인으로 취급받는 사람의 대결을 그린다.

연상호 감독이 황금 카메라상을 타게 된다면 '사이비' 제작이 한층 탄력을 받게 되는 건 당연지사다.

과연 '돼지의 왕' 3인방이 수상의 영예를 안을 수 있을지, 수상 여부를 떠나 이들은 칸을 즐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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