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미넴 |
비가 쏟아진 19일 오후 서울 잠실 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 세계적인 힙합 뮤지션 에미넴의 랩도 열정적으로 쏟아졌다. 그의 역사적인 첫 내한공연은 90분이란 다소 짧은 시간에 펼쳐졌지만, 고난도 랩 기술과 음향으로 힙합공연의 매력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후드를 뒤집어 쓴 에미넴도, 우비를 겹쳐 입은 팬들도 외쳤다. "힙합!"
에미넴의 이번 내한공연 타이틀은 '리커버리'. "은퇴 소문이 돌았지만 그는 오늘 서울에서 무대로 복귀한다"고 말했고, 에미넴은 등장했다. 검정 모자를 눈이 보일 듯 말듯 깊게 눌러 쓰고, 후드로 가린 에미넴 특유의 모습이다.
그는 자신이 걸어온 인생사를 주제로 랩을 쏟아냈다. 드럼 베이스 기타 DJ 건반 등 라이브 밴드의 풍성한 사운드에 맞춰 에미넴은 또박또박 랩을 찍어 내뱉었고, 흔들림이 없었다. 동료 래퍼 로이스 다 파이브 나인과의 호흡도 객석을 들뜨게 했다.
이날 에미넴은 2010년 발표작 '리커버리' 앨범 수록곡을 위주로 셋리스트를 꾸몄다. 특유의 장난기로 재치를, 슬픈 멜로디 속 깊이 있는 랩을 펼쳐지자 감동의 힙합 공연이 완성됐다. '스탠' '러브 더 웨이 유 라이' '루즈 유어셀프' 등 20여 곡이 펼쳐졌다. 유명 힙합 프로듀서 닥터드레도 깜짝 등장, '포갓 어바웃 드레'를 함께 불렀다.
에미넴은 이날 수위를 낮추지 않았다. "코리아"를 연신 외치며 공연을 이어갔던 에미넴은 '클리닝 아웃 마이 클로짓'을 부르기 전 "여기 온 사람 중 부모와 문제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되나"라며 평소와 다름없이 비속어가 포함된 랩을 뿜었다. 이 곡은 그가 부모로부터 불만을 품었던, 자전적인 얘기를 담은 노래다.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낫 어프레이드' 무대. 에미넴은 노래에 앞서 팬들 덕분에 자신이 힘든 시기를 이겨내고 다시 무대로 돌아올 수 있었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고, 관객들은 박수와 뜨거운 환호로 화답했다.
특히 에미넴은 국내 팬들의 '떼창'(노래를 다같이 따라 부르는 것)과 뜨거운 호응에 감동한 듯 두 팔을 벌려 머리 위로 하트를 여러 번 그렸다. 그의 이례적인 행동이다. 이 장면은 트위터를 통해 전파되며 네티즌들 사이 화제도 됐다.
에미넴은 팬들을 향해 "여러분들은 날 떠나기 싫게 하는 군요"라며 더욱 격렬한 공연을 펼쳤다. 이는 앞서 16일과 17일 일본 오사카와 도쿄에서 열린 공연에서 일본 관객의 썰렁한 반응에 에미넴이 객석을 향해 "제발 너희 자신을 위해서라도 소리를 지르라"고 했다는 것과 대조돼 더욱 눈길을 끈다.
특별한 공연 장치도 필요 없었다. 에미넴의 한 마디, 동작 하나하나에 객석은 뜨겁게 반응했다. '라이터스'를 부를 땐 전 관객이 라이터 혹은 야광봉을 들어 불빛을 만들어 감동을 안겼다. 또 마지막 앙코르곡 영화 8마일 OST 수록곡 '루즈 유어셀프'를 부를 땐 팬들 모두 합창하며 열정적인 분위기 속 역사적인 공연을 한껏 즐겼다.
이날 공연에는 많은 연예인들도 자리를 찾아 큰 관심을 드러냈다. 정우성, 리쌍 개리, 안선영, 이희준, 작곡가 윤일상 등이 공연을 즐기고 갔다.
에미넴은 '제2의 엘비스'라 불리며 흑인들의 전유물이었던 힙합 음악신에 신선한 바람을 몰고 온 인물. 리듬감 넘치는 랩과 공격적인 가사로 큰 인기를 끈 그는 영화배우로도 왕성한 활동을 펼치며 힙합계는 물론 팝계를 움직이는 스타로 자리 잡았다.
에미넴은 천재적인 랩 실력과 직설적인 가사로 흑인 뮤지션 중심의 힙합계를 뒤흔들며 최고의 반열에 오른 아티스트다. 현재 9000만 장 이상의 누적 음반 판매고를 기록했으며, 그래미상과 아카데미상을 비롯해 다양한 수상 기록도 보유하고 있다.
에미넴은 월드투어와 더불어 자신의 레이블 셰이디 레코드(Shady Records)를 재정비해 힙합그룹 슬로터하우스(Slaughterhouse) 등의 앨범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