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려원 "'드제', 출연안했어도 보고싶은 드라마"(인터뷰)

최보란 기자 / 입력 : 2013.01.2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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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정려원 ⓒ구혜정 기자 photonine@


배우 정려원(32)은 지난 한 해 욕쟁이 재벌녀와 순수한 열정의 작가로 분해 색다른 캐릭터들을 소화해 내며 시청자로 하여금 그녀를 다시 보게 했다.

정려원이 선택한 두 작품 SBS '샐러리맨 초한지'와 '드라마의 제왕' 모두 평범하지 않은 소재를 다루며 눈길을 모았다. 그녀가 연기한 백여치와 이고은 또한 흔하지 않은, 개성 뚜렷한 캐릭터였다.


고로 2012년은 정려원만의 연기 철학과 작품에 대한 눈이 확고해진 해였으며, 또한 그 선택이 시청자들과 호흡했다는 점에서 큰 수확을 이룬 한 해였다.

이를 인정받아 그녀는 2012 SBS 연기대상에서 최우수연기상과 10대 스타상 2관왕의 영예를 차지하기도 했다. 수상 뿐 아니라 시상식 MC에 도전해 안정적인 진행 실력까지 선보이며 한해를 화려하게 마무리 했다. 하지만 정려원은 시상식 날 장염에 걸렸었다는 비화를 털어 놨다.

"(이)동욱씨가 잘 해주셔서 저는 묻어갔죠. 사실 그날 엄청 아팠어요. 장염이 걸려서 물도 잘 못 마시고, 그래서 시상식 내내 목소리도 너무 작았죠. 긴장돼서 아픈 줄도 몰랐지만, 나중엔 서 있는 것도 힘겨울 정도였어요."


장염으로 고된 시상식을 마친 정려원은 다음날에도 드라마 촬영을 하는 강행군을 이었다. "영하 19도 인천 앞바다에서 새해 첫날 촬영을 했다"며 씩씩하게 웃는 그녀의 모습을 보니, 우아한 모습 뒤에 미처 몰랐던 노력과 아픔이 과연 '드라마의 제왕'감이다.

서로 다른 목적을 지닌 제작자와 작가, 배우가 뭉친 좌충우돌 드라마 제작기를 그린 '드라마의 제왕'은 선수들이 보는 드라마로 통할 만큼 방송가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그려냈다. 그래서 배우로서 선뜻 택하기 어려울 듯도 하지만, 정려원은 바로 그런 점이 작품의 매력이었다고 말했다.

"저 또한 '드라마 제작에 이런 일들이 있구나'하고 놀란 것도 있었고, '이런 얘기 좀 나왔으면' 했는데 나와 준 것들도 많았어요. 드라마가 너무 돈이 되는 쪽으로만 몰리는 경향이 있는데, '결국 누구를 위해 드라마인가' 신랄하게 비판하고 다뤄준 점도 좋았어요. 어느 순간에는 철저하게 입맛에 맞춰진 드라마만 만들어지는 것 같아서요. 우리가 너무 인스턴트에서 익숙해 진 게 아닐까 생각도 들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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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정려원 ⓒ구혜정 기자 photonine@


정려원은 "그래서 '드라마의 제왕'이 너무 재밌었다"라고 짧지만 진심어린 감회를 전했다. "그 전까지는 새로운 캐릭터를 보여주고 싶다는 게 주였다"는 그녀는 "그런데 이 드라마는 굳이 내가 출연하지 않더라도 꼭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작품이었다"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그러나 드라마 속에서 드라마 제작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기에는 자기 비판적인 부분을 피하기 힘들었다. 예를 들어 드라마는 시청률을 위해 로맨스에 치중하거나 연장을 하는 관행을 비판했지만, '드라마의 제왕' 또한 후반 갑자기 러브라인에 집중하고 연장 방송을 결정하는 등 아이러니에 빠지기도 했다.

"보시는 시각은 제각각이겠지만, 작가님도 그런 부분을 많이 고민 하셨던 것 같아요. 드라마가 만들어지기까지는 엄청나게 힘든 과정이예요. 작가님은 그런 제작적인 부분을 먼저 보여주고 러브라인을 강화하느냐, 아니면 드라마 제작 과정의 일들을 좀 더 보여주느냐 하는 부분을 많이 생각하셨을 거고요. 적절히 잘 섞어 주신 것 같아요. 어느 한 쪽에 치우친 것 같지는 않아요. 작가님이 뚝심을 잃지 않고 하고 싶은 이야기는 다 하고 끝내신 것 같고, 그런 점이 좋았어요."

드라마를 집필한 장항준 작가가 이야기 구조의 균형을 잡았다면, 드라마 안에서 정려원도 캐릭터에서 선과 악의 중심을 잡아야 했다. 작가인 이고은은 시청률과 돈을 지켜야 하면서도 작품의 순수함을 유지해야 하는 가장 복잡한 캐릭터였다. 현실에서 작가 스스로도 늘 고민했던 부분을 이고은의 역할에 투영됐으리라는 짐작도 할 만 하다.

"분명 작가님 자신의 모습도 드라마에 있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이고은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나온다기보다는 대본을 전체를 하고 싶었던 얘기들이 나온 게 아닐까 해요. 제작사 대표들이 하는 얘기나 방송국에서 하는 대사들. 또 작가의 입장에서 들었던 얘기들이 드라마 전체에 반영이 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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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정려원 ⓒ구혜정 기자 photonine@


드라마 속 드라마를 만들어 가는 과정을 통해, 또 작가라는 역할을 통해 정려원이 배우로서 한 층 성장할 수 있었음에는 틀림없어 보였다. 그리고 정려원은 무엇보다 선배 연기자들과의 호흡에서 많은 것을 배웠음을 강조했다.

"작년에 진짜 공부를 많이 한 것 같아요. 함께 호흡을 맞춘 선배님들에게 너무 고마웠죠. 원한다고 해서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자주 오는 게 아니잖아요. 김명민 선배님이나 이범수 선배님 모두 연기하면 빼 놓을 수 없는 분들인데 저한테는 좋은 시간들이었던 것 같아요. 고은이가 성장을 했다는 것처럼 느껴져서 좋았어요. 기회가 되면 이선균 선배님이나 장혁 선배님처럼, 올해도 선배 연기자들과 호흡을 맞춰보고 싶어요. 배우고 싶은 욕심이예요."

한편 극중에선 작가와 제작자뿐 아니라 배우들의 연기에 대한 고민도 나왔다. 정려원도 자신만이 생각하는 단점이나 연기에 대해 고민한 부분들이 없지 않았을 것.

"배우들이 '튀어야 된다'는 압박이 있는데, 이번 작품에서 저는 최대한 자연스럽게 섞이게 하려고 했어요. 걱정은 많이 했어요. 고은이가 어떻게 하면 존재감이 튀지 않으면서 묻히지는 않을 수 있을까. 그런 고민을 했던 것 같아요. 다행이 고은이라는 캐릭터 자체가 가지고 있는 부분들이 워낙 자연스러웠죠."

정려원은 연기자로서는 "어떤 캐릭터라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생각을 열어 놓으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라고 고백했다. 자신을 비워놓는 것이 가장 좋은 준비인 것 같다는 것. 그녀는 "어떤 습관이든 짙어지지 않게 중립을 지키려고 항상 신경 쓰고 있다"라고 말했다.

바쁜 한해를 보내고 밝아 온 새해도 촬영장에서 맞이했던 정려원에게 가슴에 품은 올해의 계획들을 물어봤다.

"올해는 작품이 끝나고 하나 둘씩 그려둔 그림들을 전시하고 싶어요. 뭔가 표현하고 싶어서 펜화를 시작했다가. 디지털 아트와 페인팅을 작년에 해 봤는데 너무 재밌어서 짬날 때마다 그리고 있어요. 다양한 배우와 이야기가 있는 옴니버스 형식 영화를 찍고 싶어요. 제작년까지 매일 썼는데 작년엔 거의 못썼어요. 그래서 일기를 매일 쓰고 싶고, 책도 많이 읽고 싶어요."

그림과 글을 좋아하는 정려원에게서 자신 안에 내재된 감성들을 밖으로 표출하고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 하는 소망을 엿볼 수 있었다. 그런 면까지 배우다운 그녀다.

정려원은 새해 소망해 덧붙여 "무엇보다 연기를 정말 잘 하고 싶어요. 또 스태프들에 사랑받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라고 보탰다. "예전엔 대중들에게 신뢰받고 사랑받는 배우가 되고 싶었는데 요즘은 스태프들이 신뢰하고 사랑하는 배우들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라는 그녀의 바람이 배우와 스태프에게 사랑받는 '드라마의 제왕' 이고은 작가처럼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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