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기황후' 화면 캡처 |
'기황후' 하지원과 백진희의 신경전이 불이 붙었다. MBC 월화특별기획 '기황후'(극본 장영철 정경순·연출 한희 이성준)에서 후궁이 된 기승냥과 황후 타나실리의 기싸움이 팽팽하다.
지난 3일 방송된 27회에서 타나실리(백진희)는 내명부의 기강을 핑계 삼아 후궁들을 모아 임신을 막는 약제가 들어있는 귀비탕을 하사했다. 하지만 승냥(하지원)은 타나실리의 의도를 눈치 챘다. 승냥은 타나실리 앞에서 귀비탕을 먹는 시늉을 하다가 바닥에 약을 쏟아버리며 타나실리를 분노케 했다. 이어 타나실리는 매일 밤 황제 타환(지창욱)의 침소에 드는 승냥을 투기하며 또 다시 벌을 내리기로 한다. 결국 타나실리는 조례에 늦은 승냥을 서고에 가두고 내훈강령 백 조를 백 권에 쓰게 한 후 다 쓰기 전까지는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하게 했다. 승냥은 실신하고 말았다.
왕을 치마 폭에 감싸안고 천하를 호령한 여인들의 '여인천하' 버금가는 살기등등한 기싸움에 시청자들은 즐겁다. 두 사람의 대결이 지금껏 탄탄히 쌓아 온 캐릭터와 이야기의 연장선상에서 벌어지는 일이라 더더욱 볼만하다. 긴 호흡의 드라마가 지루해진다 싶으면 등장시키곤 하는 뜬금없는 여여(女女) 갈등구도와는 시작부터 다르다.
원나라 최고 권력자의 딸에 무엇이든 제멋대로 하려는 천방지축이지만 사랑 없는 결혼생활로 가슴 아파하며 황제를 그리는 타나실리는 미워할 수 없는 악녀 캐릭터를 공고히 쌓았다. 여리고 고운 얼굴로 독기를 내뿜는 백진희는 '기황후' 반전 캐스팅의 성공 사례다. 안정적인 연기력도 한 몫을 했다. 덕분에 타나실리는 전형적인 악녀에서 벗어난 입체적 캐릭터로 후궁 승냥과 대립각을 날카롭게 세우고 있다.
산전수전을 끝에 후궁이 된 승냥 역시 마찬가지다. 원나라에 공녀로 끌려와 무수리로 일하며 고려인에 대한 차별을 목격했으며, 스스로도 아이를 잃은 어머니가 된 그녀는 복수심 하나로 궁에 되돌아왔다. 중반 넘게 '기황후'를 이끌어 온 하지원은 왕의 사랑이나 권력이 아니라 복수를 위해 움직이는 여인이 되어 제대로 독기를 품은 모습이다. 목표를 위해 시녀들을 매질하길 서슴지 않는 모습에선 악녀의 기운도 보인다.
두 사람은 서로를 곤경에 빠뜨리기 위해 끊임없이 계략을 꾸미며 극의 긴장감을 더하게 된다. 4일 방송에서는 승냥이 황후의 인장을 빼앗을 계획을 꾸민다.
시청률은 두 여인의 대결에 따라 요동치는 중이다. 지난 3일 방송은 닐슨코리아 기준으로는 시청률이 다소 하락해 23.9%에 머물렀지만 TNmS 수도권 기준으로는 28.9%까지 시청률이 치솟아 30%에 근접했다. 당분간 두 여인의 양보 없는 기싸움이 '기황후'를 좌지우지하며 시청자의 시선을 붙들 전망이다.
김현록 기자 roky@mtstar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