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든카드' 히메네즈에 LG의 명운이 달렸다

잠실=한동훈 기자 / 입력 : 2015.06.17 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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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상문 LG 감독과 히메네즈가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LG트윈스 제공





포커판에는 '투페어를 쥐고 히든카드로 풀하우스를 노리는 자에게는 절대 딸을 주지 말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가능성이 희박한 무모한 도전이라는 뜻이지만 반대로 일발 역전도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투페어를 풀하우스로 만들기만 한다면 일거에 판을 뒤집을 수 있다.


LG 트윈스가 지난 15일 마지막 히든카드를 뽑았다. 무난한 활약을 펼쳤던 잭 한나한을 방출하고 지난겨울부터 눈여겨봤던 루이스 히메네즈를 전격 영입했다. 1군 코치진도 개편했다. 개막 후 두달이 지나도록 아무런 조치가 없었던 LG인데 더이상 늦어지면 안되겠다고 판단, 두 작업을 이틀만에 일사천리로 끝냈다.

코치진 개편은 사실 분위기 쇄신 용이다. 가시적인 효과는 기대하기 힘들다. 양상문 LG 감독 역시 "감독이 제일 하기 싫은 게 코칭스태프 개편이다. 코치가 바뀐다고 선수들의 능력이 당장 향상되는 게 아니다. 분위기 반전을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해보는 것"이라고 밝혔을 정도다.

하지만 외국인타자 교체는 최고 수준의 활약을 펼친다는 전제 하에 엄청난 효과를 낼 수 있다. LG는 이미 '준수한' 정도의 타격 실력을 보여준 잭 한나한의 파급력을 확인했다. 4월 한 달 타선이 꽉 막혀 득점력이 완전히 바닥 수준이었는데 한나한의 합류로 숨통이 트였다. 한나한이 리그를 폭격했다고 할 만한 타자는 아니었음에도 효과는 뚜렷했다. 적당한 정교함에 적당한 장타력을 갖췄고 득점권에서는 훌륭한 결정력을 뽐내며 LG 타선을 이끌었지만 NC의 테임즈나 삼성의 나바로 등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LG가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득점력 때문이다. 외국인투수 루카스 하렐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지만 그게 주된 원인은 아니다. 소사와 류제국, 우규민이 제 몫을 충분히 하고 있고 루카스도 로테이션은 거르지 않았다. 5선발 요원도 많은 편이다. LG의 선발진은 리그 전체로 봐도 잘 굴러가는 편에 속한다.

때문에 '타선만 살아나면' 반등의 기회는 충분하다고 4월부터 외쳐왔다. 그런데 그 타선이 답답함은 조금 해소됐을 뿐 아직도 위압감은 주지 못한다. 한나한이 잠시 숨결을 불어 넣었지만 폭발력은 부족했다.

그렇다면 단지 히메네즈의 합류로 LG가 강타선을 구축할 수 있을까. 이 또한 가능성이 크지 않다. 말 그래도 투페어에서 풀하우스를 기대하는 심정으로 그러기만을 바라야 한다. 당장 가시적인 효과로는 타격 재능이 훌륭한 양석환의 수비 부담을 덜어줄 수 있고 정성훈과 박용택의 활용 폭이 넓어질 수 있다. 그 외에는 오로지 히메네즈의 개인 역량에 달렸다.

히메네즈가 최소한 한나한 이상의 타격 능력을 선보이며 수준급의 3루 수비 능력을 증명함과 동시에 박용택, 이병규 등이 동시 폭발하면서 선발진은 한 치의 실수도 없이 마운드를 지켜야 한다. 더이상 물러날 곳이 없는 LG의 유일한 반등 조건이다. 한화 이글스 김성근 감독도 지난 주말 LG와의 3연전 도중 "여기에 머물러 있을 팀이 아니다. 흐름만 타면 언제든지 치고 나갈 힘을 갖고 있다"고 말했었다.

남은 6월을 의미 없이 보내면 7월부터는 사실상 대역전은 불가능하다. 지난 2013년과 2014년, LG의 기적은 모두 6월에 시작됐다. LG도 마지막 패는 이제 꺼낸다. 히메네즈에게 올 시즌 운명이 걸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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