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夏극장 결산] 3천만 찾은 빅4영화..웃음 속의 명암 ①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6.08.24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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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웠던 여름 극장가가 마무리되고 있다. 올 여름 극장가는 '부산행' '인천상륙작전' '덕혜옹주' '터널' 등 100억대 한국영화 빅4에, '제이슨 본' '수어사이드 스쿼드' 등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까지 어느 해보다 뜨거웠다.

올 여름 4대 메이저 투자배급사가 배급한 한국영화 빅4가 끌어 모은 관객수는 대략 2800만명. 8월 말까지 3000만명 가량 관객을 동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쌍천만 영화가 탄생했던 2015년 여름 극장가보다 높은 수치. 지난해 여름에는 '베테랑'(1341만명)과 '암살'(1270만명), '뷰티 인사이드'(205만명), '협녀'(43만명)가 2800만명 가량 관객을 동원했다.

올 여름 극장가가 여느 해보다 치열한 접전이었다는 증거다. 빅4 영화 모두 손익분기점을 넘었다는 점도 이례적이다. 통상 여름 텐트폴 영화 결전에선 각 투자배급사별로 명암이 뚜렷했다.

올 여름 극장가에서 가장 크게 웃은 건 '부산행'을 배급한 NEW다. 1100만명을 동원한 '부산행'은 프리퀄 애니메이션 '서울역'도 11만명을 넘기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여름 시즌에선 쓴 맛을 봐왔던 NEW로선 첫 여름 천만영화라는 점도 특기할 만하다.


682만명을 동원하며 700만명을 눈앞에 둔 '인천상륙작전'은 여러모로 올 여름 극장가에 주목받은 영화다. 영화 완성도를 둘러싼 평단의 뭇매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이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까지 관람하면서 마지막까지 뒷심을 발휘하고 있다. '인천상륙작전'을 배급한 CJ E&M은 체면치레에 성공했다.

500만명이 찾은 '덕혜옹주'도 특기할 만하다. 허진호 감독과 손예진이 손잡은 '덕혜옹주'는 올 여름 빅4 중 가장 약체로 꼽혔다. 통쾌한 영화들이 성공해왔던 여름 시즌과는 안 맞는 내용일 뿐 더러 여배우 원톱영화는 흥행에 실패한다는 징크스도 깼다. '덕혜옹주'는 여름 시즌에서 500만명을 동원, 올해 한국영화 경향 중 하나인 여성영화 흐름에 정점을 찍었다.

빅4 마지막 주자인 '터널'도 무서운 기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0일 빅4 중 가장 늦게 개봉한 '터널'은 12일만에 500만 관객을 돌파했다. '덕혜옹주'를 제친 '터널'은 현재 추세라면 '인천상륙작전'까지 쫓을 전망이다.

서로 특색이 뚜렷한 빅4 영화들의 선전은 여러 가지를 시사한다. '부산행'은 한국에선 불모지나 다름 없는 좀비를 전면에 내세워 성공을 거뒀다. '인천상륙작전'은 지난해 '연평해전'에 이어 국가주의를 강조하는 영화가 흥행에 성공한다는 사례로 남았다. '덕혜옹주'는 민족주의를 자극하며 신파 코드로 관객을 동원했다. 세월호 사건을 연상시키는 '터널'은 희망을 안기는 결말로 관객을 끌어 모았다. '터널' 속 정부, 사람들 모습과 '부산행'이 그린 모습이 닮았다는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결국 4편의 영화가 지금 한국의 풍경들을 담아내 관객들과 소통한 것.

뿐만 아니다. 이들 영화들은 그림자도 뚜렷하다. '부산행'은 개봉을 앞두고 대규모 유료시사회를 감행, 작은 영화들이 설 자리를 빼앗았다는 비난을 받았다. '인천상륙작전'은 재미보단 의미를 강조했다는 뼈 아픈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덕혜옹주'는 역사 왜곡 논란에 휘말렸으며, '터널'은 세월호를 연상시킨다는 우려에 마케팅을 최소화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겪었다. '터널'은 영화 엔딩에 특정 사건과 관련없다는 자막까지 삽입했다.

올 여름 빅4 영화들이 흥행에 성공한 데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이 제 힘을 못쓴 덕이 크다. 개봉 전 뜨거운 관심을 모았던 '제이슨 본'은 259만명에 그쳤다. '수어사이드 스쿼드'도 화제에 비해 188만명을 모으는 데 그쳤다. 지난해 여름 개봉한 '미션 임파서블5'가 612만명을 동원한 것과 비교된다.

연일 계속된 폭염 덕도 컸다. 폭염이 계속되자 시원한 극장으로 나들이에 나선 관객들이 늘어난 것.

메이저 배급사들의 치열한 경쟁 탓에 스크린을 제대로 확보 못해 쓴 맛을 본 영화들도 두루 있다. '국가대표2'는 여러 미덕에도 불구하고 상영관을 좀처럼 잡지 못해 66만명을 동원했다. 한국 애니메이션 거장 이성강 감독의 '카이: 거울 호수의 전설'도 스크린을 확보 못해 관객과 만날 기회를 얻지 못했다. 오히려 재개봉 영화들이 틈새시장을 공략, 신작 다양성영화들보다 더 많은 관객을 동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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