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헤켄. |
지난해 11월이었다. '프리미어12' 대회에서 한국이 우승을 차지한 가운데, 일본 가고시마에서는 넥센의 마무리 캠프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그런 넥센의 마무리 캠프에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에이스 밴헤켄이 일본 무대로 진출한다는 소식이었다. 마무리캠프에도 찬 기운이 돌았다.
결국 밴헤켄은 그해 12월 초, 일본 세이부 라이온스에 공식 입단했다. 넥센은 밴 헤켄의 이적료 30만달러를 챙겼다. 지난 1998년 삼성 라이온즈가 호세 파라를 요미우리 자이언츠로 보내면서 이적료를 받은 이후 17년 만에 외인 이적료를 받은 것이었다.
일본 무대 생활을 쉽지 않았다. 총 10경기에 출전, 승리 없이 4패 평균자책점 6.31로 부진했다. 일본 프로야구 2군 무대에서는 5경기에 출전, 2승 평균자책점 0.95로 좋았으나 더 이상의 1군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그즈음, 넥센은 밴헤켄 측과 다시 접촉을 하기 시작했다. 마침내 밴헤켄은 연봉과 계약금 없이 옵션 10만달러 조건에 넥센으로 컴백했다. 일본 무대로 떠난 지 약 7개월 만에 일이었다.
그리고 밴헤켄은 올 시즌 12경기에 선발 등판, 7승 3패 평균자책점 3.38을 기록하며 넥센의 3위 등극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넥센 염경엽 감독은 시즌 도중 "밴헤켄이 돌아온 게 대단히 컸다. 1선발 역할을 정말 잘해줬다"고 칭찬했다. 9월 29일 두산 잠실전에서는 개인 최다인 12탈삼진을 뽑아내는 위용을 선보이기도 했다.
준플레이오프에 돌입했다. 밴헤켄은 1선발이 아닌 2차전 선발이라는 특명을 받았다. 염 감독은 "준플레이오프는 3선발 체제로 시작해야 할 것 같다. 밴헤켄이 나이가 좀 있다. 대우 차원에서 2차전 선발로 결정했다. 또 결정적인 준플레이오프 5차전이나, 플레이오프 1차전 선발까지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넥센은 1차전에서 0-7로 완패한 상황. 2차전까지 내줄 경우, 사실상 벼랑 끝에 몰릴 수밖에 없었다. 밴헤켄이 해줘야만 했다. 염 감독은 "밴헤켄을 믿고 갈 것이다. 별다른 사인도 내지 않을 것"이라면서 굳건한 믿음을 보였다. 더욱이 밴헤켄은 통산 LG를 상대로 19경기에 등판, 115⅓이닝 33자책, 12승 4패 평균자책점 2.58로 매우 강했다. 데이터는 정확했다.
이날 밴헤켄은 7⅔이닝 동안 3피안타 1볼넷 5탈삼진 1실점 역투를 펼치며 승리 투수가 됐다. 1회에는 2사 후 박용택에게 볼넷을 내줬으나 히메네스를 삼진 처리했다. 2회는 삼자 범퇴. 3회에는 1사 1루에서 손주인을 병살타로, 4회엔 무사 1루에서 박용택을 병살타로 유도했다.
5,6회는 모두 삼자 범퇴. 7회에는 2사 후 히메네스에게 좌중간 2루타를 허용했으나 채은성을 우익수 뜬공 처리했다. 그리고 8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2사 2루 상황에서 마운드를 김세현에게 넘겼다. 마운드에서 내려가며 모자를 벗는 그를 향해 기립박수가 쏟아졌다.
역시 에이스란 이런 것이다. 넥센 밴헤켄이 팀을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구원했다. 이제 넥센은 시리즈 전적 1승 1패 원점 상태에서 잠실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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