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때부터 정상이 아냐"..'밤의 해변' 현실 싱크로율 대사들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7.03.14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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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밤의 해변에서 혼자' 스틸컷


지난 13일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의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가 베일을 벗었다. 김민희에게 여우주연상을 안긴 지난 제67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공개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당시 불륜설의 주인공이었던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의 2번째 영화로 화제가 됐고, 유부남 영화감독과의 관계로 고민하는 여배우의 이야기임이 알려지며 더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홍상수 감독은 자서전적 이야기가 아니라고 거듭 강조했지만, 두 사람이 관계를 당당히 인정하기에 이른 지금 영화와 현실을 뚝 떼어놓고 보기가 힘든 게 사실. 홍상수 감독의 영화답게 감칠맛 나는 영화 속 대사들은 더더욱 절묘하다.




"필요해서 산 거지 원해서 산 건 아니니까."

-독일 함부르크에서 영희와 만난 선배 언니 지영(서영화)의 대사. 남편의 불륜으로 헤어진 뒤 독일에서 살고 있다.




"내가 좀 감당이 안되는 가봐. 내가 좀 솔직하잖아. 그런 게 어떤 때 힘들더라고. 그것뿐이 없어. 솔직해야 돼…. 그 사람 자식도 있거든. 자식이 진짜 무서운 것 같아…. 좋아하지, 사랑해. 그래도 너무 힘들게 하면 어쩔 수 없는 거지. 난 다 걸고 그렇게 못해."

-선배 언니에게 유부남 감독과 만남에 대해 털어놓는 영희의 대사.



"난 상관 안 해.난 이제 남자 외모 안 봐. 별 거 아니더라고. 잘 생긴 남자는 얼굴값 해."

-자신이 만난 유부남 영화감독이 머리를 밀었다며 이어지는 영희의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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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밤의 해변에서 혼자' 예고편 캡처




"바람 불어와 어두울 땐

당신 모습이 그리울 땐

바람 불어와 외로울 땐

아름다운 당신 생각

잘 사시는지 잘 살고 있는지

보이시나요 저의 마음이

왜 이런 맘으로 살게 됐는지

보이시나요 저의 마음이

왜 이런 맘으로 살게 됐는지"


-강릉에 있는 지인의 카페에 갔다가 바람을 쐬러 나와 담배를 피우던 영희가 홀로 흥얼거리는 노래 가사.



"사랑이 어딨어요. 보이질 않는데. 사랑이 있어야 어디 가서 사기라도 하죠. 저는 할 건 다 해본 것 같아요. 충분히 다 했어요. 가치도 없는 것들 그리 생각도 하기 싫고. 곱게 사그러들었으면 좋겠어요. 그게 백번 나아요. 다 자격 없어요. 다 비겁하고 추한 짓 하면서. 다 사랑받을 자격 없어요."

-지인들과의 술자리에서 술에 취해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희의 대사.



"벗어야 하리라.

답답한 사랑도

벗어 던져야 하리라

꽉찬 그리움도

훌훌 씻어버려야 하리라.

만나지 못해 발동동

만나서 더욱 애달픈 아픔도

미련없이 잊어야 하리라

툭! 벗어 던져야 하리라."


-영희와 술을 먹던 선배 명수(정재영 분)와 천우(권해효 분)가 식당 유리창에서 발견하고 읽은 시. 윤중 박종화 시인의 'GAMNAMU 2011 –0335755733'. 월간 두타문학 42권 8호 통263권 제 263회 두타시 낭송회 작품집.



"할 일이 없잖아요. 뷸륜이니까. 지들은 그렇게 잔인한 짓 하면서 지들끼리 좋아하는 걸 불륜이래."

-유부남 감독과 사귀었다는 이유로 영희를 비난하는 사람들 이야기를 하며 지인들끼리 나누는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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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밤의 해변에서 혼자' 포스터




"안 한다고 했어요. 쓰레기예요. 신인감독인데, 돈 벌려고 작정한 영화예요. 아무것도 안 들어오면 뭐라도 해야죠."

-일을 쉬고 있는 배우 영희가 제안받았던 영화 출연을 거절했다며.



"내가 그때부터 정상이 아닌 것 같다. 정상이 아니다. 후회하는 데서 벗어나야지. 괴물이 되는 것 같다. 그래, 후회하지. 매일매일 후회하고 살지. 후회해서 뭐해. 누가 좋아서 하냐. 그런데 그것도 자꾸 하다보면 달콤해서 돌아가고 싶지 않아."

-영희와 사귀었던 유부남 감독 상원. 우연히 만난 영희와의 술자리에서.



"헤어질 때가 온 것입니다. 그 객실 안에서 우리의 시선이 마주쳤을 때 우리 둘 다 자제력을 잃고 말았습니다. 나는 그녀를 끌어안았고, 그녀는 내 가슴에 몸을 맡겼습니다.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습니다. 그녀의 얼굴, 어깨 그리고 눈물 젖은 손에 키스를 할 때, 그때 우리는 정말 불행했습니다. 나는 그녀에게 사랑을 고백했고, 심장이 타버리는듯한 고통을 느끼면서 그때야 비로소 우리의 사랑을 방해한 그 모든 것들이 얼마나 불필요한 것이고, 사소한 것이고, 기만적이었는지를깨닫게 됐습니다. 사랑을 할 때 그리고 그 사랑에 대해서 생각을 할 때는 일상적인 의미에서의 행복이나 불행, 일상적인 의미에서의 선한 행동인가 악한 행동인가라는 분별보다는 더 고상한 것, 더 중요한 것에서 출발해야 하며, 아니라면 차라리 아무런 생각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그때 알게 됐습니다."

-새로 만드는 영화의 시작이라며 감독 상원이 영희에게 들려주는 소설 속 구절. 안톤 체홉의 '사랑에 관하여' 중. 그는 영희에게 이 책을 선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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