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야 시작되는 게 영화일 거야.
20여년 동안 영화 전문기자로 활동해온 저자는 영화가 사람과 사람을 잇는다고 생각한다. 때로는 사람들이 영화로 서로를 잇는다고 생각한다. 그리하여 끝나야 시작되는 게 영화일 것이라 생각한다.
윤여수 영화전문기자가 쓴 씨네 에세이 '당신이 좋다면, 저도 좋습니다'는 여섯 개의 챕터로 나뉘어 36편의 국내외 영화를 소개한다. # Scene이란 구분한 각 챕터들은 결국 사람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돌고 돌아 결국, 다시- 사람과 사람이다'로 '기생충'과 '나, 다니엘 블레이크' '카트' 등을 소개한다. '청춘이 꾸는 꿈에 더 마음이 쓰이는 이유'로 '리틀 포레스트'와 '빌리 엘리어트' '품행제로'와 '동주' 등을 나열한다. '보헤미안 랩소디'와 '바보들의 행진'에서 같은 청춘을 엿본다.
때로는 탄식한다. '밀양'과 '설국열차' 등으로 '정말, 세상은 아름다운가'라고 묻는다. '그랜토리노'와 '카모메 식당'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등으로 '세월은 그리도 멀고 짐은 그리도 무거운가'라며 인생의 무게를 이야기한다.
그러면서도 '암살'과 '지슬' '1987'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등으로 그래도 세상은 나아간다고 말한다. 마지막 챕터가 '사랑은 사라지지 않는다'라는 점도 저자와 닮았다. '화양연화'와 '접속' '건축학개론'과 '84번가의 연인'으로 사라지지 않는 사랑을 이야기한다.
저자의 분류에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도 저자는 개의치 않을 것 같다. 영화가 사람과 사람을 잇듯이 이 책 또한 사람과 영화를 잇는 징검다리이길 저자는 바라는 것 같다.
'당신이 좋다면, 저도 좋습니다'에 소개된 영화들은 힘겨운 현실을 고스란히 드러내면서도 그 안에서 새로운 세상과 꿈과 미래를 향해 가자고 말한다고 믿는다. 그래서 그 각각의 마지막 장면에 '끝' 또는 'The End'라는 말은 '아직은 끝이 아니야'라는 의미를 품고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이 책은 영화와 사람에 대한 연서다.
윤여수 지음. 드림디자인 발행. 320쪽. 1만 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