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철 감독(오른쪽)과 강백호. /사진=KT위즈 |
과거 한국 프로야구를 지배한 '해태' 하면 떠오르는 느낌은 '코끼리 감독' 김응용(80)으로 대표된다. 18년간 타이거즈를 이끌며 검빨 유니폼의 강렬한 이미지와 함께 제왕적인 카리스마를 뿜어냈다. 이는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도 있지만 자칫 소통이 틀어지면 독불장군으로 비칠 수 있다.
이강철 감독은 프로 선수 생활 16년 중 15년을 해태와 KIA에서 보냈다. 1989년 해태에서 데뷔해 2000년 삼성으로 이적했으나 이듬해 KIA로 복귀해 2005년까지 투수로 뛰었다. 위계질서가 엄격하기로 유명한 곳에서 산전수전 다 겪었으니 그의 이름처럼 '강철'같은 스타일이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강철 감독은 돌연변이에 가깝다. 선수들이 부담을 가질까 봐 직접 말도 아낀다. 특별히 당부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유한준이나 박경수 등 베테랑을 통한다. 선수들과 말을 섞을 때에는 최대한 편하게 느끼도록 농담 위주다. 이른바 ''MZ세대' 선수들과 소통에서도 '1등 감독'이라 할 만하다. 물론 프로 7년차 배제성(25)은 "사장님과 말단 직원이 농담을 하면 편하겠느냐"며 웃기도 했지만 말이다.
그렇다고 마냥 말랑말랑하기만 한 감독은 아니다. 선수를 꾸짖을 때에는 영리하게 미디어를 활용하기도 한다. 직접 할 말과 기사를 통해 전달할 내용을 철저히 구분해 이용한다.
천방지축 외국인 선수를 다룰 때에는 '해태 카리스마'를 내뿜는다. 외국인 선수들이 번역기를 돌려 기사를 확인하는 사실도 알고 말도 가려서 한다. 경기 도중 선수가 부당하게 손해를 봤다고 느낄 때에는 심판들에게 전매특허 '배치기'를 발동하기도 한다. 선수들이 따르고 좋아할 수밖에 없다.
부임 2년차에 페넌트레이스 2위, 3년차인 올해 우승에 다가선 성과는 결코 우연이 아니다.
허구연 해설위원은 '타 팀 경험'을 그 원동력으로 꼽았다. 허 위원은 "한 팀에 오래 있으면서 속속들이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밖에서 우리 팀이 어떤지 보는 것은 또 다르다. 다른 팀을 경험하면 그 팀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보인다"며 "이강철 감독은 조범현(당시 KIA), 염경엽(당시 히어로즈), 김태형(두산) 등 다양한 감독을 모셨다"고 분석했다. 이 감독은 2008년 KIA를 시작으로 2013년 히어로즈, 2017년 두산에서 코치 생활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