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잠실구장에서 만난 박용택(왼쪽) 해설위원과 신동현 군. /사진=김우종 기자 |
'한국 야구의 살아있는 전설' 박용택(43)은 1년 전 약속을 잊지 않고 지켰다.
박용택의 은퇴식이 3일 오후 5시 잠실구장에서 펼쳐지는 롯데 자이언츠와 홈 경기가 끝난 뒤 성대하게 거행된다. 박용택의 많은 지인들이 참석하는 가운데, 특별한 손님 1인도 잠실구장을 찾는다. 바로 박용택의 열렬한 팬들 중 한 명. 만 19살의 신동현 군이다.
박용택과 신 군의 만남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한창이던 지난해 5월 잠실구장에서 성사됐다. 부슬부슬 비가 내리는 가운데, 휠체어를 탄 채로 잠실구장에서 박용택을 기다리던 신 군.
신 군은 어릴 때 자주 넘어져 병원을 찾았다가 근육이 위축되는 질환인 뒤셴근이영양증 진단을 받았다. 질병이 서서히 진행하면서 주로 몸을 움직이는 데 사용하는 근육이 약해지는 질병이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휠체어를 사용하기 시작한 신 군은 6개월에 한 번씩 정기 검진을 받는다. 많은 일을 하고 싶지만 몸을 못 움직여 속상한 마음이 크다. 그런 그가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는 야구. 어릴 적부터 휠체어를 탄 채로 아버지를 따라 야구장을 많이 찾았다.
당시 신 군은 " 어릴 때부터 아빠와 같이 야구장에 간 추억이 많다. 그래서 야구 선수가 꿈이었다. 비록 지금 그 꿈을 이룰 수는 없지만, 야구를 좋아하는 마음은 그 누구보다 앞선다"고 말했다.
그리고 또 하나의 꿈이 있었으니 바로 박용택을 만나는 일이었다. 당시 사연을 들은 '메이크 어 위시(Make-A-WISH)' 재단이 둘의 만남을 성사시켰다. 아울러 박용택의 매니지먼트를 담당하고 있는 브리온컴퍼니의 박희진 팀장은 지난해부터 연락을 꾸준히 취해왔고 이번에 약속을 지킬 수 있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은퇴식이 언제 열릴지 알 수 없었던 당시 박용택은 신 군을 향해 "은퇴식이 열리는 날까지 꼭 건강해야 한다. 내가 마지막으로 그라운드에 서는 날이 될 것"이라면서 "그때 너를 꼭 초대할게"라고 약속했다. 그리고 1년이 지나 레전드는 약속을 지켰다.
"모든 팬 분들이 다 고맙지만, 몸이 불편한 친구들이 응원을 해주면 더욱 마음이 뭉클해진다. 진짜 건강했으면 한다. 내가 마지막으로 그라운드를 서는 그 날에 동현 군도 신나게 구경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던 박용택이 이제 진짜 마지막으로 그라운드 위에 선다.
박용택(오른쪽) 위원과 신동현(왼쪽) 군. /사진=김우종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