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GV 정경 |
한국의 경우, 한 편의 영화를 보기 위해 66분 동안 일해야 한다. 최저시급으로 1시간 남짓 노동을 해야 한 편의 영화를 볼 수 있다는 의미다. 다른 나라는 어떨까. 프랑스는 40분, 미국은 46분이다. 일본과 중국은 각각 91분과 96분으로 한국보다 길다. 일본과 중국 관객이 한국보다 더 많은 시간 일을 해야 한 편의 영화를 볼 수 있고, 프랑스와 미국은 그보다 더 적은 시간이 걸리는 셈이다.
최근 영화진흥위원회가 한국을 비롯한 각국의 2021년 평균 영화 관람가격과 최저시급을 기준 삼아 산출해낸 '영화 티켓 부담지수'이다. 이에 따르면 지수가 높을수록 관객이 체감하는 관람가격 부담이 커진다. 그렇다면 한국 극장 관객이 안아야 하는 부담의 크기는 어느 정도일까.
#다시 커지는 영화 관람료 부담
2021년 한국의 평균 영화 관람가격은 9657원이며 최저시급은 8720원이다. 이를 기준으로 따지면 앞서 언급한 5개국의 2021년 '영화 티켓 부담지수'의 평균치는 68분이다. 한국은 비교적 평균치에 가깝다. 하지만 이를 2010년 이후 흐름에 비춰보면 상황은 조금 달라진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최근 내놓은 '영화티켓지수로 알아본 영화관람 가격 적정성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한국은 114분이었다. 이후 2017년 74분, 2018년 67분, 2019년 61분, 2020년 60분으로 매년 줄어들었다. 그만큼 관객이 체감하는 영화 관람가격에 대한 부담감도 줄어들었던 셈이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된 2021년에는 66분으로 늘어났다. 올해 상반기도 마찬가지다. 한 편의 영화를 보기 위해 최저시급을 받으며 일해야 하는 시간이 2011년부터 10년 동안 계속 줄어들었지만, 2021년 다시 늘어나면서 관객의 관람료 부담의 체감도가 높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2019년보다 9.5%가 증가한 것이기도 하다. 같은 기간 중국 3.0%, 일본 1.9%, 프랑스 -1.7%, 미국 -7.2%라는 점에 비추면 한국 관객의 부담이 얼마나 커졌는지를 읽게 한다. 영화진흥위원회는 "코로나19 확산 사태 이후 한국의 영화 관람가격 상승률이 높았기 때문이다"고 분석했다.
"최저시급으로 1시간 일했을 때 평균 관람가격으로 볼 수 있는 영화 편수"를 가리키는 '영화티켓 구매력지수'도 이를 확인시켜준다. 2021년 기준 한국은 0.9편으로, 영화진흥위원회는 "1.49편인 프랑스와 1.31편인 미국보다 적고, 0.66편인 일본과 0,63편인 중국보다는 많다"고 썼다.
이에 따르면 한국은 5개국 평균치인 1.00편에 가깝다. 하지만 지수 증감률을 들여다보면 2019년에 비해 2021년 한국은 -8.7%로, 중국(-3.0%)과 일본(-1.9%), 프랑스(0,8%)와 미국(7.8%)보다 가장 큰 감소폭을 기록했다. 영화진흥위원회는 그 배경 역시 "코로나19 기간 중 단계적 관람가격 인상"이라고 봤다. 1시간 일해서 볼 수 있는 영화 편수가 2011년 이후 10년 동안 연속 늘어났지만, 2021년 들어 줄어들면서 "영화 관람가격의 증가폭이 크게 느껴지는 상황"이라는 진단이다.
'공조:인터내셔날' 스틸 |
그래서였을까. 올해 여름 '한산: 용의 출현'과 '비상선언', '헌트'와 '외계+인' 등 한국영화 대작이 잇따라 개봉했지만 흥행 성적은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다. '한산: 용의 출현'만이 310억여원의 제작비 규모 대비 600만 관객이라는 손익분기점을 넘겼을 뿐이다.
이를 바라보는 대다수 언론매체들은 가파르게 오른 극장 영화 관람료를 중요한 원인으로 지목했다. 실제로 각 극장은 감염병 확산 이후 세 차례에 걸쳐 관람료를 올렸다. 2020년 2월 코로나29가 확산된 이후 10월부터 주요 멀티플렉스 극장은 1000원을 인상한 데 이어 이듬해 7월과 올해 7월까지 각각 1000원씩 올려 받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통계를 보면 2018년 8383원이었던 영화 평균 관람료는 올해 상반기 1만78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1만원을 넘어섰다.
그 사이 극장 관객은 줄어들었다. 바이러스 감염 우려에 극장은 정상적으로 관객을 맞을 수 없었고, 관객 역시 극장을 찾지 않았기 때문이다. 영화진흥위원회는 "2019년 1조9140억원이었던 극장 매출은 2020년 전년 대비 73.3% 감소한 5104억원으로 떨어졌고, 2021년에는 전년 대비 14.5% 증가한 5,845억원을 기록했다"면서 "극장 매출이 2020년에는 2019년의 1/4 수준, 2021년에는 2019년의 1/3 수준으로 줄었다"고 집계했다. 극장은 이 같은 손실에 관람료 인상으로 대응했다.
다만, 최근 '공조2: 인터내셔날'의 흥행과 코미디 영화 '육사오'의 예상 밖 선전 등에 힘입어 9월 전체 극장 관객은 986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44만명, 2020년 9월보다는 687만명이나 늘어나면서 희망의 불씨를 댕겼다. 하지만 이 역시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 9월 1474만명의 66.9%에 불과한 수준이다.
이에 많은 언론매체가 이 같은 상황을 불러온 주요 배경 가운데 하나로 관객이 체감하는 영화 관람료 부담을 꼽은 것도 결코 무리가 아니라는 시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