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황선홍 감독(가운데)이 1일 중국과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8강전에서 송민규(왼쪽)의 득점 후 기뻐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
지면 탈락하는 경기, 상대는 5만여 열광적 홈팬들을 등에 업고 경기를 펼치는 중국. 어떤 홈텃세가 작용할지 모르는 토너먼트 라운드에서 팀의 핵심 전력 둘을 모두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한 뒤에도 낙승을 거둔 뒤 황선홍(55) 축구 대표팀 감독이 남긴 말이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1일(한국시간) 중국 저장성 항저우 황룽스포츠센터 스타디움(Huanglong Sports Centre Stadium)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중국과 8강전에서 2-0으로 이겼다.
어려운 고비를 너무도 손쉽게 넘은 한국은 4강에서 우즈베키스탄과 만난다. 경기는 오는 4일 오후 8시부터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대회를 앞두고 황선홍호에 대한 걱정 어린 시선이 많았다. 사상 최초로 23세 이하(U-23) 아시안컵에서 8강 탈락했고 6월 아시안게임 멤버로 치른 중국과 친선전에선 패하기도 했다. 특별한 색깔의 전술이 읽히지 않기도 했다.
선수 선발 과정에서 잡음도 있었다. 음주운전 사실을 은폐했던 선수를 발탁했다가 번복하는 촌극을 빚었다. 가까스로 대체 선수를 발탁했지만 자칫 엔트리에서 소중한 1명 적게 대회를 치를 뻔한 안이함이 도마에 올랐다.
![]() |
후반 시작과 함께 경기장으로 들어오고 있는 황선홍 감독(왼쪽). /사진=뉴시스 |
그러나 중국전을 통해 다소 여론이 뒤집히는 모양새다. 이강인(파리생제르맹)과 정우영(슈투트가르트)을 빼놓은 베스트 11은 파격적이기까지 했다. 팀 핵심인 이강인과 5골을 몰아치고 있는 정우영은 중국 현지인들도 익히 알고 있는 얼굴들이다.
황 감독은 둘을 빼고 중국에 맞섰다. 설득력은 있는 선택이다. 중국이 거칠게 나올 게 분명했고 보다 활발하게 뛰며 중국 선수들과 맞부딪힐 수 있는 선수들을 우선적으로 내세우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면서 리드만 잡아놓거나 혹은 끌려가지만 않는다면 후반에 교체 카드를 통해 충분히 승부수를 띄울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상황은 예상보다도 훨씬 좋았다. 홍현석의 환상적인 프리킥 골로 앞서갔고 송민규의 추가골까지 나오며 2-0 리드를 잡고 전반을 마쳤다. 후반 추가 시작도 교체 없이 시작했다. 18분이 돼서야 이강인과 정우영이 포함된 교체카드 3장을 썼다.
앞서 있는 상황에서 거칠게 나오는 중국을 맞아 무리하게 추가 득점을 하려기보다는 부상을 당하지 않는 걸 최우선에 두고 경기 감각을 조율하는데 힘썼다. 실리를 다 챙긴 완벽한 승리였다.
![]() |
완승을 거두고 기뻐하는 대표팀 선수들. /사진=뉴시스 |
선수들의 정신력 문제를 꼬집으며 잘 무장시키겠다던 황 감독이다. 그는 "부담이 상당히 되는 분위기나 여러 가지 여건이 있었지만 선수들이 경험이 있었기에 이겨냈다"며 "개인적으론 이런 분위기나 압박을 즐길 줄 알아야 한 단계 나아갈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내색은 안했지만 선수들이 잘해줬고 열정과 냉정 사이를 아주 잘 오갔다. 팀적으로도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만족감을 표했다.
4강 상대인 우즈베키스탄은 5년 전에도 한국이 8강에서 만났던 팀이다. 가장 어려운 경기 중 하나였고 치열한 연장 혈투 끝에 4-3 진땀승을 거뒀다.
이번 대회에도 전력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황 감독은 "우즈벡은 상당히 직선적이고 파워풀하고 에너지가 있다. 힘 싸움을 하는 팀이기에 같이 맞서면 어려울 수 있어 전술적으로 잘 준비를 해야 한다"며 "최고의 적은 우리 안에 있다. 절대로 방심하면 안 되고 자신감을 갖되 한걸음 물러나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신중하게 접근해서 반드시 4강 승리로 이끌어 결승 가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5경기 23득점 1실점, 4강 진출. 험난한 일정이지만 체력적으로 크게 무리가 갈만한 선수도 눈에 띄지 않는다. 아직 '황선홍 매직'이라는 표현을 꺼내들기에 시기상조인 건 분명하다. 다만 이젠 불안감 가득했던 비판 어린 시선도 어느 정도 접어놔도 될만큼 성과로 보여주고 있다.
![]() |
경기 후 기자회견에 나선 황선홍 감독. /사진=안호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