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올림픽 축구 대표팀(유니폼 상의 노란색)이 2월 12일(한국시간)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남미 지역 최종 예선에서 아르헨티나에 0-1로 패하며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AFP=뉴스1 |
# 브라질 축구가 수상하다
'삼바 축구' 브라질이 수상하다. 세계 축구 최강국이 마구 흔들리고 있다. 브라질 축구는 2024 파리 올림픽 남미 예선을 통과하지 못해 본선 무대에 설 수 없게 됐다. 올림픽 2연패의 '디펜딩 챔피언' 브라질 축구의 위상을 떠올리면 충격적인 결과다. 2004 아테네 올림픽 본선 진출 실패 이후 20년 만에 다시 맛보는 쓰라린 아픔이다. 브라질은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동메달, 2012 런던 대회에서 은메달을 각각 따낸 뒤 자국에서 열린 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에서 첫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2020 도쿄 대회에서 2연패를 달성했다. 최근 4개 대회에서 연속으로 메달을 수확했던 브라질의 '올림픽 3연패' 꿈은 사라졌고, 파리 올림픽 남자 축구는 '디펜딩 챔피언' 없이 본선 경쟁을 펼치게 됐다.
브라질 축구는 성인 대표팀이 나서는 2026 북중미 월드컵 남미 예선에서도 6경기를 치르는 동안 단 1승(2무 3패, 승점 5)만 챙기며 6위에 머물러 있다. 이 같은 위기 상황에서 올림픽 대표팀의 지역 예선 탈락이라는 비보까지 날아들었다. 6.5장의 본선 티켓이 걸린 북중미 월드컵 남미 예선에서는 아르헨티나(5승 1패, 승점 15)-우루과이(4승 1무 1패, 승점 13)-콜롬비아(3승 3무, 승점 12)-베네수엘라(2승 3무 1패, 승점 9)-에콰도르(3승 2무 1패, 승점 8, 부정 선수 출전으로 승점 3 삭감)가 1~5위에 올라 있다.
브라질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은 지난 11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의 브리히도 이리아르테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르헨티나와 2024 파리 올림픽 남자 축구 남미 지역 최종예선 마지막 3차전에서 0-1로 졌다. 후반 33분 아르헨티나의 루치아노 곤도에게 결승골을 허용했다. 이로써 브라질은 1승 2패(승점 3)로 최종 예선에서 경쟁한 4개국 가운데 3위에 그쳐 두 장의 올림픽 본선 티켓을 거머쥐는 데 실패했다. 파라과이에 0-1로 진 뒤 베네수엘라를 2-1로 꺾고 이날 최종 3차전에서 아르헨티나와 본선 진출권을 놓고 물러설 수 없는 라이벌전을 펼쳤으나 패전과 예선 탈락의 결과를 한꺼번에 떠안았다.
아르헨티나 올림픽 축구 대표팀 선수들이 12일(한국시간)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남미 지역 최종 예선에서 브라질을 1-0으로 꺾은 뒤 기뻐하고 있다./AFP=뉴스1 |
브라질전 승리 후 포효하는 아르헨티나 올림픽대표팀. /AFPBBNews=뉴스1 |
2024 파리 올림픽 남미 지역 최종예선 최종 순위. /사진=남미축구연맹 SNS |
브라질은 2004 아테네 대회 이후 20년 만에 올림픽 본선 무대에 오르지 못했는데, 당시에도 본선 진출국은 파라과이와 아르헨티나였다. 두 팀은 나란히 아테네 올림픽 결승까지 진출했고, 아르헨티나가 파라과이를 1-0으로 물리치고 첫 올림픽 금메달을 따냈다. 당시 금메달의 주역으로 활약했던 하비에르 마스체라노가 이번 아르헨티나 올림픽 대표팀 감독을 맡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2004 아테네 대회에 이어 2008 베이징 대회에서 올림픽 2연패를 이룬 이후 16년 만의 우승에 도전한다. 2008 베이징 올림픽 때 우승 주역은 리오넬 메시, 앙헬 디마리아, 세르히오 아게로 등이다. 이때도 와일드 카드로 출전해 올림픽 2연패에 힘을 보탰던 마스체라노 감독은 파리 올림픽 본선 진출을 일궈낸 뒤 "메시가 우리 팀에 합류할 수 있는 문이 열려 있다"며 메시를 와일드카드 선수로 차출할 뜻을 내비치고 있다.
리오넬 메시(왼쪽)와 하비에르 마스체라노 아르헨티나 U-23 대표팀 감독. /AFPBBNews=뉴스1 |
# '유럽 챔피언' 잉글랜드는 왜 파리 올림픽에 출전하지 않는가
파리 올림픽 본선 무대에는 모두 16개국이 참가한다. 개최국 프랑스와 지역 예선을 통과한 15개국이다. 대륙별 본선 진출권 배정은 유럽 3장, 아프리카와 아시아 각 3.5장, 남미와 북중미 각 2장, 오세아니아 1장이다.
2024 파리 올림픽에서 개최국 프랑스 올림픽 남자 축구대표팀을 이끄는 티에리 앙리 감독. /AFP=뉴스1 |
잉글랜드는 우승했지만, 올림픽에는 '영국'으로 출전해야 하기 때문에 최근 관례대로 출전을 포기했다. 영국 축구는 단일 협회를 두지 않고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로 나눠져 있다. 월드컵과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등 국제축구연맹(FIFA)과 유럽축구연맹(UEFA) 주관 대회는 4개 협회를 모두 인정하지만,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영국'만을 허용하기 때문에 올림픽 출전을 위해서는 '단일팀'을 구성해야 한다. 그러나 4개 협회는 갈등 관계에 있어 원만한 합의점을 찾기 힘들어 1970년대 이후 올림픽 출전을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잉글랜드(또는 영국)가 모든 올림픽에 불참한 것은 아니다. 자국에서 열렸던 2012 런던 대회 때는 '영국 단일팀'으로 출전했다. 그마저 스코틀랜드와 북아일랜드는 단일팀 차출을 거부했고, 웨일스 선수만 합류했다. 잉글랜드 선수들을 중심으로, 주장 라이언 긱스를 비롯한 웨일스 선수 5명만 가세한 단일팀이었다.
아프리카에서는 2023 아프리카 23세 이하(U-23) 네이션스컵을 통해 우승팀 모로코와 준우승한 이집트, 3위를 차지한 말리가 파리 올림픽 본선에 직행했고, 4위 기니는 아시아 예선 4위 팀과 대륙간 플레이오프를 치러 마지막 티켓을 노린다.
북중미에서는 올림픽 예선을 겸한 2022 북중미축구연맹(CONCACAF) 20세 이하(U-20) 챔피언십을 거쳐 도미니카공화국과 미국이 본선행을 확정했다. 오세아니아에서는 2023 오세아니아축구연맹(OFC) 올림픽 예선 대회를 치러 뉴질랜드가 본선 진출국으로 결정됐다.
2020년 U-23 아시안컵에서 우승을 차지했던 한국. /AFP=뉴스1 |
황선홍 올림픽 대표팀 감독. /사진=뉴시스 |
아시아는 가장 늦게, 오는 4월 15일부터 5월 3일까지 카타르에서 열리는 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에서 올림픽 무대에 설 주인공을 가린다. 이 대회 1~3위는 올림픽 본선 무대에 곧바로 올라가고, 4위는 아프리카 예선 4위 기니와 플레이오프를 갖는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한국 올림픽 대표팀은 10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에 도전한다. 한국은 '죽음의 조'인 B조에서 일본, 중국, 아랍에미리트(UAE)와 조별리그 경쟁을 벌인다. 한-중-일, 동아시아 3개 국이 한 조에 몰려 있고 중동의 복병 UAE도 무시할 수 없다. 16개국이 4개 조로 나뉘어 치르는 조별리그를 거쳐 각 조 2위까지 8강 토너먼트에 올라 순위 싸움을 이어간다.
2024 AFC U-23 아시안컵 조 편성. /사진=대한축구협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