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 현장리뷰] '결승골' 최유리 하트세리머니→지소연·장슬기 연속골... '벨호' 여자축구 3-0 완승... 필리핀 상대로 5전 전승

이천=이원희 기자 / 입력 : 2024.04.05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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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승골을 넣고 손가락 하트세리머니를 선보인 최유리.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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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소연의 골을 축하하는 한국 선수단.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답답한 흐름을 제대로 깨뜨렸다. 한국 여자축구가 후반 골 폭풍을 몰아쳐 필리핀을 잡아냈다.

콜린 벨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은 5일 오후 7시 이천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신세계 이마트 초청 여자축구대표팀 친선경기' 필리핀과 홈경기에서 3-0 완승을 거뒀다. 이로써 한국은 필리핀과 5차례 맞대결에서 모두 승리하는 기분 좋은 기록을 이어갔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한국이 20위, 필리핀은 39위로 한국이 앞선다. 하지만 최근 필리핀은 전력이 좋아져 다크호스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2022년 여자아시안컵 4강에 진출, 2023 여자월드컵에서는 뉴질랜드까지 잡아냈다. 이날 한국도 고전을 면치 못했으나, 최유리(버밍엄시티)의 결승골에 이어 지소연(시애틀레인), 장슬기(경주한수원)의 연속골이 터지면서 승리를 챙겼다.

한국과 필리핀은 오는 8일 같은 장소에서 한 차례 더 평가전을 치른다. 한국은 다시 한 번 승리에 도전한다.

벨 감독은 3-4-3 포메이션을 꺼내들었다. '17살 특급' 케이시 페어(엔젤시티FC)를 중심으로 천가람(화천KSPO), 지소연이 스리톱으로 나섰다. 조소현(버밍엄시티)과 장슬기가 중원을 조율했다. 양 측 윙백은 추효주(인천현대제철), 이은영(창녕FC)이 맡았다. 스리백은 심서연(수원FC), 고유나(화천KSPO), 이영주(마드리드CFF), 골문은 베테랑 김정미(인천현대제철)가 지켰다.


한국은 초반 필리핀의 공격에 고전했으나 팀을 정비, 전반 중반부터 분위기를 되찾았다. 전반 15분 빗나갔지만, 케이시가 헤더슈팅으로 좋은 장면을 만들었다. 이어진 찬스에서 케이시는 터닝 슈팅까지 날렸다. 이번에도 골대를 외면했다. 한국은 좋은 크로스와 높은 타점을 앞세워 상대 골문을 위협했다.

한국의 공격이 또 한 번 몰아쳤다. 전반 28분 케이시가 날카로운 왼발 슈팅을 시도했다. 전반 30분 천가람도 이은영의 크로스를 잘라먹으며 헤더슈팅으로 연결했다. 하지만 두 차례 모두 골대를 살짝 벗어났다. 전반 38분 추효주의 슈팅도 옆그물에 걸렸다.

전반 막판에는 천가람의 슈팅이 골대를 때려 아쉬움을 삼켰다. 역습 상황에서 천가람은 폭풍 같은 드리블로 상대 페널티박스까지 치고 들어갔다. 강력한 슈팅까지 때렸지만 골대를 맞았다. 전반은 0-0으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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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에 집중하는 케이시 페어(왼쪽).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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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가람(가운데).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하프타임에는 '레전드' 전가을의 은퇴식이 열렸다. 전가을은 인천현대제철, 화천KSPO, 세종스포츠토토에서 뛴 공격수다. 2010년에는 팀의 첫 WK리그 우승을 이끌며 챔피언결정전 MVP를 수상했다. 인천현대제철에서도 3차례(2013·2014·2015) 더 정상에 올랐다. 미국 웨스턴뉴욕플래시, 호주 멜버른빅토리, 잉글랜드 브리스톨시티, 레딩 등 해외무대에서도 활약했다.

태극마크 유니폼을 입고는 2007년 베이징 올림픽 예선 베트남전을 통해 데뷔, 마지막경기였던 2019년 아이슬란드전까지 101경기를 뛰고 38골을 기록했다. A매치 38골은 지소연에 이어 한국 여자선수 통산 득점 2위다. 특히 2015 캐나다 여자월드컵 코스타리카전에서 골을 터뜨려 여자대표팀 사상 첫 16강 진출에 기여했다. 이날 뜨거운 눈물을 흘린 전가을은 마이크를 잡은 뒤 "감사했다"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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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린 벨 감독(왼쪽).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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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식에서의 전가을(왼쪽)과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후반에도 케이시의 좋은 피지컬은 확실한 무기였다. 전체적으로 신장이 높은 필리핀 수비진을 상대로도 공중볼을 따냈다. 하지만 이를 지원해줄 선수가 부족했다. 후반 7분 장슬기의 중거리슈팅은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한국의 아쉬운 찬스는 이어졌다. 후반 10분 고유나의 헤더슈팅이 골대 위로 넘어갔다. 케이시도 골키퍼와 일대일로 맞섰지만 그 전에 오프사이드가 선언됐다. 후반 13분 기회가 가장 아쉬웠다. 교체로 들어간 최유리가 상대 수비 실수를 놓치지 않고 공격권을 가져왔다. 곧바로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 하지만 슈팅이 너무 정직했다. 다시 한 번 골키퍼에게 걸렸다. 경기가 풀리지 않자 지소연도 과감한 중거리 슈팅을 날렸으나 골대 위로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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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자축구대표팀.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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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소현(가운데).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최유리가 직접 답답한 흐름을 깨뜨렸다. 후반 28분 선제골을 뽑아내 이전 실수를 만회했다. 이번에도 상대 수비진에서 미스가 나면서 최유리에게 찬스가 났다. 최유리는 골키퍼 속이며 침착한 슈팅을 날려 골망을 흔들었다. 최유리는 손가락으로 하트를 만들어 관중석 쪽으로 화살을 쏘는 듯한 깜찍한 세리머니를 펼쳤다. 지소연 등 동료들도 함께 기쁨을 나눴다. 최유리의 득점은 결승골이 됐다.

한국은 후반 31분 지소연의 프리킥 결승골을 앞세워 2-0으로 달아났다. 후반 43분에는 장슬기가 쐐기골로 확실한 마침표를 찍었다. 한국은 마지막까지 탄탄한 수비를 과시하며 한국 축구팬들에게 승리를 선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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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에 집중하는 지소연(가운데).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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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뻐하는 한국 선수단.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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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희 | mellorbiscan@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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