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건창(왼쪽)과 임기영.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
7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KIA는 시즌 후 3명의 선수가 FA를 선언했다. 내야 백업 서건창과 롱릴리프 임기영 그리고 필승조 장현식(29)이다. 이 중 장현식이 가장 먼저 새 팀을 찾았다. 장현식은 지난달 11일 4년 52억 원 전액 보장의 파격적인 조건으로 LG 트윈스로 향했다. KIA는 FA B등급이었던 장현식의 보상선수로 2021년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LG에 1차 지명됐던 강효종(22)을 선택했다.
우승팀 KIA의 이번 오프시즌 최우선 순위는 FA가 아니었다. 가장 먼저 에이스 제임스 네일(31)을 잡는 데 주력했고, 외국인 선수 구성에 공을 들였다. 우승으로 인해 선수단의 연봉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 가운데 전력 업그레이드 측면에서 FA보다 외국인 선수 영입이 더 낫다고 본 것이다.
그 의지를 보여주듯 외국인 선수 구성에서는 과감한 행보를 보였다. 올해 70만 달러(계약금 20만 달러, 연봉 35만 달러, 옵션 15만 달러)였던 연봉을 180만 달러(계약금 40만 달러, 연봉 120만 달러, 옵션 20만 달러)로 올려주면서 놀라움을 안겼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올해 타율 0.310, 26홈런 97타점을 올린 소크라테스 브리토(32)도 교체하는 강수를 뒀다. 외국인 투수 남은 한 자리는 메이저리그 36경기 경력의 우완 아담 올러(30)로 채웠고, 빅리그 88홈런의 거포 패트릭 위즈덤(33) 영입도 눈앞에 두고 있다.
외국인 선수 영입 때와 달리 FA 시장에서 KIA의 반응은 미온적이다. 내부 FA인 서건창, 임기영과 협상에서도 결코 먼저 찾아 나서지 않았다. 그들이 자신의 가치를 알아보기 위해 FA를 선언한 만큼 그 뜻을 충분히 존중하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FA 영입에 적극적이지 않은 데는 이유가 있다. 샐러리캡을 준수하려는 의지도 있지만, 무엇보다 해당 포지션에 선수가 급하지 않아서다. 먼저 서건창의 경우 올해 고향 팀 KIA로 와 분명히 반등에는 성공했다.
윤도현.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
박준표.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
주로 대타, 대수비로 나와 94경기 248타석을 소화하면서 타율 0.310, 1홈런 26타점 40득점 3도루, 출루율 0.416 장타율 0.404 OPS(출루율+장타율) 0.820으로 준수한 성적을 남겼다. 하지만 제한적인 수비 포지션이 KIA와 협상에서 그의 발목을 잡고 있다. 그가 어필할 수 있는 수비 위치는 2루수와 1루수로 내년 주전은 각각 김선빈(35)과 이번에 영입될 위즈덤이 될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 선수가 웬만하면 전 경기 출장을 목표로 한다고 했을 때 1루는 쉽지 않다. 백업에도 이미 황대인(28), 변우혁(24) 등이 대기하고 있어 이들에게 줄 타석도 벅차다. 최형우(41), 나성범(35)이 주로 나올 지명타자 자리는 더 요원하다. 2루에도 아직 기회를 주지 못한 젊은 선수들이 차고 넘친다. 김도영(21)의 라이벌로 불린 윤도현(21)을 비롯해 박민(23), 김규성(27) 등 백업으로는 충분한 어린 자원들이 많다.
임기영도 마찬가지다. 2014시즌 종료 후 한화 이글스에서 KIA로 이적한 임기영은 선발과 불펜 모두 뛸 수 있는 우완 사이드암이다. 사이드암이라는 특색에 풍부한 선발 경험으로 롱릴리프도 가능해 어느 팀에든 있으면 좋을 선수다. 지난해는 그 절정이어서 64경기에 출전해 4승 4패 16홀드 3세이브 평균자책점 2.96, 82이닝 57탈삼진으로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냈다.
하지만 올해는 부상이 겹쳐 37경기 6승 2패 2홀드 평균자책점 6.31로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그사이 젊은 후배들이 많이 치고 올라왔다. 장현식이 떠났어도 마무리 정해영(23), 필승조 전상현(28), 곽도규(20)가 건재하다. 같은 사이드암이자 기존 필승조였던 박준표(32)도 퓨처스리그 32경기 평균자책점 1.90으로 좋았음에도 1군에 8경기밖에 올라오지 못할 정도로 KIA 불펜진은 탄탄했다. 여기에 선발 자원인 김도현(24), 김기훈(24), 황동하(22) 등도 언제든 롱릴리프 자원으로 활용될 수 있어 KIA는 한층 여유롭다.
KIA 이범호 감독도 지난 9월 정규 우승 확정 후 "퓨처스리그서 올리고 싶은 선수가 참 많다. 그런데 내릴 선수가 마땅치 않다"고 흐뭇한 미소와 함께 고민을 드러낸 바 있다. 협상에서 KIA가 유리한 키를 쥔 가운데 서건창과 임기영이 자신의 가치를 입증하고 또 한 번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을지 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건창(위)과 임기영.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