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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히어로즈 시절 강정호, 박병호, 김하성, 이정후, 김혜성. /사진=OSEN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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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피츠버그 강정호, 미네소타 박병호, 탬파베이 김하성, 샌프란시스코 이정후, LA 다저스 김혜성. /AFPBBNews=뉴스1, 김진경 대기자 |
2015년 강정호(38·은퇴)가 피츠버그 파이어리츠로 향한 것을 시작으로 2016년 박병호(39·삼성 라이온즈), 2021년 김하성(30·탬파베이 레이스), 2024년 이정후(27·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2025년 김혜성(26·LA 다저스)까지 벌써 5명이다. 누적 포스팅비 수익만 600억원을 돌파했다. 강정호가 500만 2015달러, 박병호가 1285만 달러, 김하성이 552만 5000달러, 이정후가 1882만 5000달러, 김혜성이 440만 달러로 총 4660만 2015달러(약 669억 원)다. 다른 구단이 한 명꼴에 그친다는 걸 생각하면 확실히 노하우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아마추어 특화' 단장이 이끄는 스카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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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고형욱 단장(왼쪽)과 이수범 스카우트가 KBO 신인드래프트 지명을 위해 고민하고 있다. |
한 메이저리그 스카우트 A는 스타뉴스에 "키움은 분명 스카우트에 있어 노하우가 있는 구단이다. 거기에는 아마추어에 관심이 많은 고형욱 단장이 있다. 고 단장을 필두로 지금까지 선수들을 잘 뽑아왔고, 그 노하우는 다른 구단과 비교해 나은 점이 있다. 그래서 확률적으로 키움이 계속 좋은 선수들을 데려갈 수 있다는 생각은 든다"고 말했다.
고형욱 키움 단장은 2009년 스카우트 팀장으로 시작해 단장까지 이르렀음에도 여전히 목동야구장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단장 중에선 거의 유일한 인사다. 단장직을 소화하면서도 아마추어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소통한 덕에 KBO 타 구단, 메이저리그 현장 스카우트들도 고 단장의 의견은 존중한다.
그렇다고 스카우트 만능론에 빠지지도 않는다. 잘못된 건 빠르게 인정하고 대안을 찾는 모습도 메이저리그를 닮았다는 평가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 A는 "솔직히 프로에서 구단 운영은 키움처럼 선택과 집중을 잘해야 한다고 본다. 스카우트로 뽑은 선수가 다 성공할 순 없다. 그렇기에 우리 구단에선 성장하기 힘들 것 같은 선수는 빨리 트레이드하고, 그때그때 필요한 선수들을 데려올 수 있어야 한다. 메이저리그가 지금 하는 운영이 바로 그것이고, 키움이 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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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포스트시즌 당시 키움 선수단 더그아웃. /사진=뉴스1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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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김준완 코치(오른쪽)가 야시엘 푸이그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
그에 맞춰 코칭스태프에도 젊은 선수들과 조금 더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는 젊은 코치들이 많다. 그렇다고 지도자 이력이 거의 없는 코치들을 아무나 데려오는 것은 아니다. 구단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키움은 상대 퓨처스리그팀을 살필 때 선수뿐 아니라 상대팀 코치들도 전력 분석 대상이다. 훈련과 경기 중 선수들과 소통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그 코치의 됨됨이를 살핀다. 은퇴 2년 만에 올해 지도자로서 키움에 돌아온 김준완(34) 코치도 그 중 하나였다.
은퇴 후 국군체육부대(상무) 야구단의 주루를 맡던 김준완 코치는 키움의 제안에 선뜻 복귀를 결정했다. 키움에서 2022~2023년, 단 2년밖에 머무르지 않았으나 선수를 존중했던 그 분위기에 함께하고 싶었다는 것이 이유다. 최근 키움 미국 스프링캠프에서 스타뉴스와 만난 김준완 코치는 "내가 키움에서 고작 2년밖에 있지 않았지만, 너무나 행복한 시간이었다. 사실 방출됐을 때 야구를 그만둔 것 말고도 더 이상 내가 키움의 일원이 아니라는 게 너무 슬펐었다. 그만큼 이곳에서 너무 좋은 기억만 있었다"고 복귀 소감을 밝혔다.
꾸준한 동기부여, KBO 타 구단 비해 탁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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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선수단이 2022년 한국시리즈 진출을 확정한 후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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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선수단이 끝내기 승리에 기뻐하고 있다.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
김 코치도 그 문화를 선수들과 활발한 소통으로서 이어 나가려 하고 있었다. 그는 "아직 내 지도 철학이 어떻다고 말하긴 이르다. 하지만 일단 선수에 따른 접근 방식이 다르고 지켜봐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예를 들어 선수들에게 연습 때만큼은 실수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한다. 본인의 한계를 미리 가두면 안 된다. 선수들이 보통 연습 때 실수를 안 하려고 하는데 연습은 실수가 허용되는 유일한 시간이다. 나는 연습 때 실수하는 걸 너무 좋아한다. 과감하고 적극적으로 해봐야 시야도 넓어진다고 생각한다"고 힘줘 말했다.
좋은 유망주를 뽑아 선수들이 잘 클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까진 KBO 다른 구단도 비슷할 수 있다. 여기에 어린 선수들이 꾸준히 발전하기 위해 노력하는 향상심을 심어주는 동기부여가 더해져 지금의 독보적인 '메이저리그 사관학교'로 자리매김했다고 봤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 A는 "키움은 동기부여 관리를 굉장히 잘해준다. 대부분의 구단은 그걸 잘 못 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유망주들은 비슷하다. 그런데 그 어린 선수가 1군에 정착할 때까지 동기부여를 꾸준히 해준다는 게 쉽지 않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대부분 성장을 못 하는 선수들을 보면 그 동기부여를 잃어버린 경우다. 예를 들어 지난해 키움의 1라운드 신인 투수 김윤하(20)만 봐도 선수 본인이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보여주니 바로 1군에 넣고 풀타임으로 써버린다. 그러면 선수들은 '정말 나만 열심히 하면 되겠다'는 생각하게 된다. 김하성, 이정후, 김혜성 등이 다 그렇게 컸다"고 높게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