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장의 꿈이 물거품으로 사라졌다. 과거 한국 사이클을 군림했던 조호성(36)이 다시 한 번 금빛 바퀴를 꿈꿨지만 사고에 눈물을 흘렸다.
조호성은 17일 낮 중국 광저우 광저우벨로드롬에서 열린 사이클 남자 포인트레이스(30km)를 완주했지만 금메달 획득에는 실패했다.
전날 대후배인 장선재(26) 등과 함께 단체추발에서 금메달을 차지했던 조호성은 대회 2관왕을 노렸지만 예기치 못한 사고에 꿈을 접어야 했다.
이날 조호성의 레이스는 그야말로 아쉬움 그 자체였다. 조호성은 자신의 텃밭이었던 포인트레이스에서 노익장을 과시했다. 장거리에 어려움을 느끼기는커녕 노련미로 젊은 선수들을 압도했다.
그러나 치열한 선두 다툼에 그만 사고가 일어났다. 조호성은 63바퀴를 남긴 시점에서 두 번의 추월으로 43점을 확보해 3위로 올라섰지만 바딤 샤코프(우즈베키스탄)와 충돌로 넘어지고 말았다. 지난 16일 나아름의 대형사고가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조호성은 재빨리 레이스를 재개했지만 이번에는 사이클에 문제가 생겼다. 조호성은 51바퀴를 남기고 잠시 레이스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규정 상 레이스를 중단한 선수는 1200m가 지나기 전 자신의 그룹에 합류하면 페널티를 받지 않는다.
그러나 선두 그룹은 이미 조호성을 훌쩍 뛰어넘는 점수를 챙긴 뒤였다. 다른 선수를 추월하면 20점을 따낼 수 있지만 이미 추월할 만만한 선수도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조호성은 포기하지 역주했지만 순위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고 9위로 레이스를 마감했다.
조호성에게 이번 대회가 더욱 아쉬운 것은 다른 선수들과 의미가 달랐기 때문이다. 이번 대회 그리고 다음 올림픽을 목표로 성공이 보장된 경륜을 포기하고 아마추어로 돌아온 조호성이었기 때문이다.
그 동안 조호성은 "나에게 보장된 시간은 2년밖에 없다. 나이가 들면서 체력에서도 한계가 느껴진다"며 "아시안게임이 나에게는 큰 산이다. 이 산을 넘어야 다음 올림픽을 노릴 수 있다"고 말해온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