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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원기(왼쪽) 키움 감독이 지난 8일 한국시리즈 6차전을 마친 뒤 김원형 SSG 감독과 악수하며 엄지를 치켜들고 있다. /사진=OSEN |
KBO리그에서 정규시즌 1위 팀의 한국시리즈 우승 확률이 높은 이유는 명확하다. 1위 팀은 한국시리즈에 직행하기 때문이다. 2위 이하의 팀은 와일드카드,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 등을 거쳐야 한다. 이 때문에 투수진은 물론 야수들도 체력적인 문제로 정작 한국시리즈에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양대 리그로 나뉘어져 있어 포스트시즌 경기 체제가 다른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나 일본 프로야구와는 다소 다른 부분이다. 그래서 한국시리즈는 우승 팀이 정해져 있는 이른바 '답정너 시리즈'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포스트시즌에서는 두산 베어스가 '답정너'에 도전장을 던졌다. 두산은 정규시즌 4위였지만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격전을 치르며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했다. 이미 정규시즌 3위로 2001년과 2015년 한국시리즈 패권을 거머쥐었던 두산의 또다른 기적이었다. 당시 두산 선수들은 '가을 야구' 경험이 풍부했다. 2021년까지 두산은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팀이었다. 하지만 오랜 포스트시즌으로 투수력이 고갈된 두산은 한국시리즈에서 단 한 경기도 승리하지 못하고 KT 위즈에 패했다. 화려했던 두산 왕조가 막을 내리는 순간이었다.
지난 8일 SSG의 우승으로 막을 내린 2022년 한국시리즈는 정규시즌 1위 팀이 더욱 유리한 시리즈였다. 한국시리즈가 7차전까지 진행될 경우 1위 팀 홈구장에서 5경기가 펼쳐지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한국시리즈에서 홈 경기의 중요성을 감안하면 키움 히어로즈에 매우 불리한 상황이었다. 6차전에서 우승을 거머쥔 SSG는 홈구장에서 4번 경기를 치렀고 그 중 3승을 따냈다.
한국시리즈 편성을 정규시즌 1위 팀 홈에서 최대 5경기를 하게 된 것은 2020년부터였다.하지만 그해와 2021년에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고척 스카이돔에서 한국시리즈 전 경기가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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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 선수단이 8일 한국시리즈 우승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OSEN |
하지만 키움은 1차전 연장승부에서 승리를 거두면서 기적의 가능성을 조금 열었다. 문제는 1차전에서 손가락 물집 부상으로 조기에 마운드에서 내려온 에이스 안우진이었다. 비록 승리를 거뒀지만 안우진이 한국시리즈 남은 경기에서 좋은 활약을 하기에 쉽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여기에 준플레이오프부터 풀 가동된 키움 불펜진에도 의문부호가 달려 있었다. 김재웅, 최원태 등이 시리즈 막판까지 체력과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었다.
이 같은 불안요소에도 키움은 4차전까지 시리즈 전적 2승 2패를 만들었다. 그리고 5차전에 안우진이 다시 마운드에 올라 6이닝 동안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경기 초반 손가락 물집 부상을 의식한 듯 구속을 낮춰가며 SSG를 상대했던 안우진의 대활약으로 키움은 5차전 승리를 눈앞에 두고 있었다. 하지만 키움의 불펜은 막판 SSG의 홈런 2개로 무너졌다. 특히 9회말에 나온 김강민의 끝내기 3점 홈런에 키움의 최원태는 고개를 숙여야 했다. 사회복무요원으로 병역을 이행하고 있는 키움의 마무리 투수 조상우의 공백이 아쉬운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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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선수단이 8일 한국시리즈 6차전을 마치고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OSEN |
스포츠는 그 어떤 분야보다 확실한 승패의 빛과 그림자가 존재한다. 그래서 스포츠는 승자가 모든 걸 독식한다. 가을야구도 마찬가지다. 승패의 잔인한 이분법이 가을야구를 지배하기 마련이다. 그렇지만 한국시리즈는 패자의 역할도 중요하다. 키움은 정규시즌 1위 팀이 우승한다는 한국시리즈 '법칙'을 깨지는 못했다. 하지만 키움이 보여준 근성의 야구는 왜 프로야구 한국시리즈가 국내 스포츠 최대 제전인지를 실감케 했다. 창단 2년 만에 과감한 투자로 우승을 차지한 SSG 이상으로 키움 히어로즈의 '영웅적 패배'가 의미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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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성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