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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강 진출팀 중 평균연령이 가장 낮은 스페인 축구 대표팀의 가비(왼쪽)와 페란 토레스. 각각 18세와 22세의 어린 나이다. /사진=AFPBBNews=뉴스1 |
승부를 예측하기 힘든 종목인 축구의 특성상 매우 많은 변수가 존재한다. 하지만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서는 특히 참가국 스쿼드의 평균연령이 중요한 변수가 될 가능성이 짙다.
이번 대회에는 추가시간이 많이 주어졌다. 심판들은 VAR 판정시간과 선수 부상으로 인해 소멸된 시간을 전·후반 인저리 타임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경기시간은 90분이라기보다는 100~110분에 가까워졌다. 선수들의 체력 문제가 경기를 거듭할수록 중요해지는 이유다.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선수들의 평균연령이 승패를 가르는 잣대가 될 가능성도 커졌다.
1950년 브라질 월드컵부터 지난 2018년 러시아 월드컵까지 대회 우승국 선수들의 평균연령은 약 26세였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한 독일의 평균연령은 26.22세였으며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우승국 프랑스의 평균연령도 26세였다.
월드컵 결승까지 진출하려면 참가국은 조별리그 3경기를 포함해 모두 7경기를 치르게 된다. 지금까지 평균연령이 높은 팀은 토너먼트 8강 전 이후부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비일비재였다. 압박의 강도가 떨어지고 수비 배후 공간을 상대에게 내어주는 경우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토너먼트에서는 이른바 '쉬어가는' 경기가 없어 2진급 선수를 투입해 주전 선수들의 체력을 비축할 수 있는 여유도 없다. 이 때문에 전력상 앞서고 있는 팀이라고 하더라도 불의의 일격을 당하는 상황이 발생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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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축구 대표팀 선수들. /AFPBBNews=뉴스1 |
반면 유럽 축구 강국의 평균연령은 상대적으로 낮다. 내심 월드컵 패권을 꿈꾸는 포르투갈(27.3세)과 네덜란드(27.1세), 프랑스(27.09세), 잉글랜드(26.9세)의 평균연령은 모두 27세에 수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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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랜드 대표팀 선수들. /AFPBBNews=뉴스1 |
최근 펼쳐진 4차례 월드컵에서도 남미의 강호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평균연령이 높은 편이었다. 어쩌면 지난 2002년 월드컵에서 브라질이 우승을 차지한 뒤 남미의 월드컵 우승 가뭄이 계속되고 있는 현상도 이 문제와 관련이 깊을 수 있다. 반대로 지난 4차례 월드컵에서 우승을 번갈아 가면서 차지한 유럽 국가들(이탈리아-스페인-독일-프랑스)의 평균연령은 낮았다.
이번 카타르 월드컵은 그 어느 때보다 경기시간이 늘어났다는 점에서 평균연령이 낮은 유럽 축구 강국이 유리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그래서 평균연령이 높은 남미의 축구 거인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체력전'을 이겨낼 수 있을지 여부는 카타르 월드컵을 즐기는 또 다른 흥미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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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성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