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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선수들이 지난 24일(한국시간) 아시안컵 홍콩전에서 골을 넣은 뒤 기뻐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
이번 아시안컵에 나선 팔레스타인 축구 국가대표 선수들은 훈련을 하면서도 가자 지구에 살고 있는 그들의 가족과 친척의 생사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했다. 어찌 보면 이들은 축구에 전념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팔레스타인은 지난 24일(한국시간) 조별리그 C조 최종 3차전에서 홍콩을 3-0으로 제압하고 1승 1무 1패(승점 4), 조 3위로 사상 첫 아시안컵 16강에 올랐다. 경기가 끝나자 가자 지구 출신의 수비수 모하메드 살레흐(31)는 눈물을 흘리며 그라운드에서 이슬람식 기도를 했다. 응원을 나왔던 팔레스타인 팬들도 "이 승리는 자유를 위해 싸우는 우리를 뭉치게 했다"며 감격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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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람 다붑 팔레스타인 축구대표팀 감독. /AFPBBNews=뉴스1 |
다붑 감독은 선수 운용과 전술적인 면에서도 큰 변화를 줘야 했다. 아시안컵 예선부터 팔레스타인은 전쟁으로 대표 선수 차출이 쉽지 않아 공격수와 중앙 미드필더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선수 부족 때문에 다붑 감독은 남미 칠레에서 활약하고 있는 선수도 대표팀에 불러 들여야 했다. 50만 명의 팔레스타인 이민자들이 살고 있는 칠레에는 1920년 창단한 팔레스타인 클럽 데포르티보 팔레스티노가 있다. 이번 아시안컵에도 이 클럽에서 뛰고 있는 선수 2명을 대표팀에 선발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국민들에게 축구가 자부심이 되도록 하겠다'는 다붑 감독의 지휘 아래 끈끈하게 뭉친 팔레스타인은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 조별리그 2차전(1-1 무)부터 살아났고 홍콩전에서 폭발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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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한국시간) 홍콩전에서 응원하는 팔레스타인 팬들. /AFPBBNews=뉴스1 |
이스라엘에 밀렸던 팔레스타인 축구는 지난 2017년 새로운 역사를 이뤘다. 팔레스타인은 이때 처음으로 FIFA 랭킹에서 이스라엘에 앞서게 됐다. 당시 팔레스타인의 FIFA 랭킹은 82위, 이스라엘은 90위였다. 이듬해인 2018년 팔레스타인의 FIFA 랭킹은 73위까지 상승해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다. 2023년 12월 현재 팔레스타인은 99위이고, 유럽축구연맹(UEFA) 소속의 이스라엘은 75위이다.
2023 아시안컵에서 팔레스타인은 오는 30일 오전 1시 개최국이자 디펜딩 챔피언인 카타르와 16강전을 치른다. 전쟁 중에 축구로 희망을 쏘아올린 팔레스타인의 기적이 어디까지 계속될 수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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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성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