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프로축구는 왜 전·후기 리그로 나뉘어 열릴까 [이종성의 스포츠 문화&산업]

이종성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 / 입력 : 2024.10.11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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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열린 아르헨티나 프로축구 보카 주니어스(파란색 유니폼)와 아르헨티노 주니어스의 경기 모습. /AFPBBNews=뉴스1
유럽 프로축구 리그는 단일 시즌제로 운영된다. 시즌 동안 가장 많은 승점을 얻는 팀이 리그 정상에 오르는 구조다. 이는 거의 모든 전세계 프로축구 리그에서 사용하는 방식이다. 팬들이 가장 쉽게 리그 우승 팀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미 프로축구 리그는 단일 시즌제를 택하는 국가가 손에 꼽힌다. 대다수 남미 국가의 프로축구 리그는 전기와 후기리그로 나누어져 있다. 시즌 우승 팀 결정은 전기와 후기리그 1위 팀간의 챔피언 결정전으로 치르는 게 일반적이다.


전후기 리그 시스템을 남미에서 가장 먼저 구축한 국가는 아르헨티나였다. 1991년 아르헨티나 프로축구 최상위 디비전인 프리메라 디비전은 전후기 리그 제도를 확립했다. 당시 아르헨티나는 전기와 후기 리그의 명칭을 각각 아페르투라(개막리그)와 클라우수라(종료리그)로 정했고 2012년부터는 이 명칭을 이니시알(전기리그)와 피날(후기리그)로 바꿨다.

아르헨티나 프로축구 리그가 전후기 리그 제도를 택한 이유 중 하나는 유럽 프로축구 시즌과 휴식기를 맞추기 위해서 였다. 유럽 프로축구 클럽에서 선수 이적이 가장 활발하게 일어나는 북반구 기준 여름에 아르헨티나 리그가 휴식기를 가져야 유럽으로의 선수 이적이 용이하다는 판단을 했던 셈이다. 이는 유럽 클럽으로 선수를 보내면서 발생하는 이적료가 클럽 재정에 큰 역할을 하는 아르헨티나 프로 리그의 특징이 적나라하게 나타나는 부분이다.

실제로 아르헨티나 프리메라 디비전의 전기리그는 8~12월, 후기리그는 2~6월에 개최돼 왔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아르헨티나가 속해 있는 남반구의 12월은 섭씨 40도를 넘나드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때라 축구 경기를 하기 매우 어렵다.


그럼에도 아르헨티나 리그는 유럽 시즌과 일정을 맞추기 위해 이 때에 경기를 진행해 왔다. 이 때문에 뙤약볕에서 뛰는 선수들도 힘들었지만 더위에 지친 팬들도 12월에는 경기장을 잘 찾지 않아 리그 흥행에 악영향을 초래했다.

그래서 아르헨티나 프리메라 디비전은 지난 2014년부터 전후기 리그 방식을 버리고 유럽이나 같은 대륙의 브라질 리그처럼 단일 시즌제를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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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카 주니어스의 미구엘 메렌티엘이 지난 6일(현지시간) 아르헨티노 주이너스와 경기에서 골을 넣은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하지만 과거 아르헨티나 프로축구에서 시행됐던 전후기 리그는 다른 남미 국가 리그에 큰 영향을 미쳤다. 우루과이, 볼리비아, 콜롬비아, 에콰도르 프로축구 리그는 전후기 리그 방식을 지금도 계속 유지하고 있다.

지난 1994년 전후기 리그 운영 방식을 채택한 우루과이 리그는 전기리그와 후기리그 우승팀의 챔피언 결정전으로 시즌 우승팀을 가린다. 전기(8월~12월)와 후기리그(2월~5월) 동안에 통합 승점이 가장 높은 팀이라고 해도 시즌 우승을 차지하지 못하는 구조다.

우루과이는 1부리그 축구 클럽 중에 강등 팀을 결정하는 방식도 유럽과 다르다. 우루과이는 해당 시즌과 직전 시즌의 승점 합계가 가장 낮은 2개 클럽이 2부리그로 강등된다. 이는 단 한 시즌의 부진한 성적 때문에 팬덤이 강한 유명 클럽이 2부리그로 강등되는 경우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다. 이 제도는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리그 등에서도 유사한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다.

우루과이를 비롯한 대부분의 남미 축구 리그가 전후기 리그 제도를 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전후기 우승팀이 맞붙는 챔피언 결정전의 흥행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이뿐만 아니다. 적지 않은 남미 축구 리그는 전후기 리그 중간에 '인터메디오'로 불리는 대회도 따로 치른다. 최대한 많은 경기를 펼쳐야 입장권 수입과 TV 중계권료를 더 많이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전후기 리그 운영, '인터메디오' 대회 개최와 복잡한 강등 시스템은 모두 재정 기반이 열악한 남미 프로축구 리그의 고육지책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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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성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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