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G 때문에...' 리그앙이 무너진다, 보르도·리옹 등 줄줄이 재정난 [이종성의 스포츠 문화&산업]

이종성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 / 입력 : 2024.12.02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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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G 구단기. /AFPBBNews=뉴스1
유럽 5대 리그의 한 축이었던 프랑스 프로 축구에서 잇단 파열음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 7월 FC 지롱댕 보르도는 재정난으로 파산 신청을 했다. 프랑스 프로축구 1부리그인 리그1(리그앙)에서 6번이나 우승했던 명문 클럽 보르도는 결국 3부리그로 강등됐다. 11월 초에는 2000년대 리그1에서 7연패(2001~2002시즌-2007~2008시즌)를 달성했을 정도로 절대강자였던 올랭피크 리옹이 불어난 부채로 인해 2부 리그 강등 위기에 봉착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현재 리옹의 부채는 7000억 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리옹의 구단주는 그가 공동 소유하고 있는 잉글랜드 프로축구팀 크리스탈 팰리스의 45%의 지분을 팔아 리옹의 부채를 갚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 지분 매각이 적기에 이뤄지지 않을 경우 리옹은 2부 리그로 강등될 가능성이 높다.

리옹은 최근 4시즌 동안 부채가 지속적으로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최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에 실패한 게 하나의 원인이 됐다. 리옹은 멤피스 데파이(30·AT 마드리드)와 브루노 기마랑이스(27·뉴캐슬)가 활약했던 2019~2020시즌에 4강에 진출한 이후 챔피언스리그에 나서지 못했다.

보르도와 리옹 외에도 한때 프랑스 축구 역사에서 중요한 발자취를 남겼던 낭트, 몽펠리에, 로리앙 등의 중소 규모 클럽들도 재정적 위기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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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랭피크 리옹의 로고. /AFPBBNews=뉴스1
대체 왜 프랑스 프로 축구는 이렇게 무너지고 있을까.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급격하게 줄어든 TV 중계권료 때문이다.

2018년 프랑스 프로축구연맹(LFP)은 미디어프로 등의 방송사와 중계권 계약을 체결했다. 1년에 11억 5000만 유로(약 1조 7000억 원)에 달하는 거액의 계약이었다. 당시 이 계약이 성사됐을 때 프랑스 축구 클럽들은 쾌재를 불렀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 이어 유럽 프로축구 역사상 두 번째로 높은 금액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대급 중계권료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전통적으로 프랑스에서는 유료로 프로축구를 보는 시청자가 스페인, 독일, 이탈리아처럼 많지 않았다. 자연스레 프랑스 프로축구의 중계권사인 미디어프로가 유료 회원을 신장시키는 일은 어려웠다. 더욱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미디어프로는 경영난에 빠졌고 급기야 2020년 중계권료 분납금을 내지 못해 LFP와의 계약이 파기됐다.

거액의 중계권료 배분금을 기대하며 팀 운영을 했던 프랑스 클럽들은 자연스레 부채가 쌓여갔다. 1994년 스페인에서 창립한 방송사로 2018년 중국인 투자자가 최대주주였던 미디어프로가 프랑스 프로축구 시장에 독이 된 셈이다.

LFP는 급하게 새로운 중계 파트너사를 찾아야 했다. LFP가 2021년 방송사와 새롭게 체결한 중계권료는 1년에 6억 6000만 유로(약 9733억 원)에 불과했다. 2018년보다 7000억 원 가량 인하된 금액이었다. 설상가상격으로 2024년 방송사와 새로운 계약을 통해 LFP가 받은 중계권료는 4년 전 금액보다 약 11% 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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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G 선수들이 지난 달 27일(한국시간) 바이에른 뮌헨과 유럽챔피언스리그 경기를 앞두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2018년 미디어프로의 잘못된 판단으로 거품이 잔뜩 끼게 된 프랑스 축구의 중계권료가 급전직하한 이유는 단순했다.

프랑스 리그의 팀간 전력 균형이 지난 2011년 카타르 자본이 매입한 파리 생제르맹(PSG)때문에 완전히 무너졌기 때문이다. 두둑한 지갑으로 세계적 선수를 끌어 모았던 PSG는 지난 12시즌 동안 국내리그에서 10번이나 우승했다. 한 마디로 프랑스 프로축구라는 '작은 연못'에 PSG는 '황소 개구리'나 다름 없었다. 방송사 입장에서는 PSG의 대항마가 없는 프랑스 리그는 매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지난 7월 리그1은 이제 산업적 측면에서 포르투갈이나 네덜란드 리그 수준에 가까워졌다는 냉혹한 진단을 내렸다. 이 신문은 LFP가 중계권 판매를 위해 만든 LFP 미디어가 제대로 역할을 못했을 뿐더러, LFP 미디어와 미국 투자사 CVC 캐피털 파트너스의 지분 판매 계약도 프랑스 축구 클럽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했다고 꼬집었다.

지난 2022년 CVC 캐피털 파트너스는 프랑스 프로축구 중계권료가 다시 2018년 수준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측하고 LFP 미디어의 지분 13%를 약 15억 유로(약 2조 2115억 원)에 사들였다. LFP는 CVC 캐피털 파트너스의 지분 매입금으로 재정적 어려움을 겪었던 프랑스 축구 클럽에 지원금을 수혈할 수 있었다. 하지만 프랑스 프로축구 중계권료가 다시 하락하자 LFP 미디어는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없었다.

여기에 지난 달에는 프랑스 금융검찰청이 자금 횡령과 뇌물수수 혐의로 LFP과 CVC캐퍼털파트너스에 대한 강도 높은 조사에 착수했다. 만약 LFP 미디어를 둘러싼 부정부패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프랑스 프로축구는 지금보다 훨씬 더 심각한 재정적 위기를 맞게 될 가능성이 짙다. 유럽2 5대 프로축구 리그였던 리그1이 맞이할 2024년 겨울은 그 어느 때보다 추워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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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성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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