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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열린 2025시즌 K리그1 개막 미디어데이에서 각 팀 대표 선수들이 우승 트로피를 두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OSEN |
국제 축구계의 헤게모니를 잡고 있는 유럽의 영향력은 매우 강하다. 유럽 프로축구의 기본 운영 방침인 상위 리그와 하위 리그 간의 승강 시스템이 전 세계적으로 일반화한 것은 유럽 축구의 영향력이 크다는 중요한 증거다.
하지만 다른 대륙에서 유럽 프로축구가 채택하고 있는 추춘제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려웠다. 유럽과 기후 조건이 다르기 때문이다. 한국과 일본을 위시한 동아시아 국가가 '춘추제'를 택한 이유다. 특히 일본에 비해 한국은 겨울철 기온이 낮은 편이다. 매서운 칼바람이 불고 잔디가 딱딱하게 굳어있는 겨울철에 K리그를 운영한다는 게 선수들의 경기력은 물론 관중 동원이라는 면에서도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일본 프로축구 J리그와 미국 프로축구 MLS(메이저리그사커)는 추춘제로의 전환을 준비중이다. J리그는 2026~2027시즌부터 추춘제로 전환할 예정이며 MLS도 빠르면 2026년부터 추춘제 시행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J리그가 추춘제 전환을 시행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이미 2023년부터 ACL(아시아챔피언스리그)운영이 추춘제로 변화하면서 J리그는 전향적인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춘추제를 채택하고 있는 J리그 클럽들이 비시즌에 ACL 경기에 출전해야 하기 때문이다. J리그 클럽들이 실전 감각이 떨어진 상황에서 ACL에 나서게 되면 경기력 저하를 피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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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를 비롯한 유럽 축구리그는 '추춘제'를 채택하고 있다. 사진은 장갑을 끼고 경기를 하는 토트넘 손흥민. /AFPBBNews=뉴스1 |
여기에 J리그는 여름철에 선수들의 경기력이 급감하는 특징이 나타나 리그 흥행에 악영향을 미쳤다. 추춘제를 채택하면 경기력이 떨어지는 여름철에 펼쳐지는 정규시즌 경기를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는 셈이다.
현재 춘추제를 적용 중인 J리그는 보통 2월 중순에 개막해 7월 셋째 주까지 경기를 치른 뒤 약 일주일 남짓한 혹서기 동안 휴식했다. 이후 8월 초 리그를 재개해 12월 첫째 주까지 나머지 정규시즌을 치렀다.
반면 J리그가 2026~2027 시즌에 추춘제로 전환하면 8월 첫째 주부터 12월 둘째 주까지 경기를 치른 뒤 이듬해 2월 둘째 주까지 겨울철 휴식기를 갖게 된다. 이후 5월 마지막 주까지 나머지 정규시즌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MLS가 추춘제 도입을 모색하는 이유는 상업적인 측면이 크다. MLS 시즌의 하이라이트인 플레이오프는 보통 10월 말에서 11월 초에 열린다. 하지만 이 시기에는 MLB(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플레이오프가 열리고 NBA(미국 프로농구) 정규시즌도 한창일 때라 스포츠 팬들의 관심이 분산돼 왔다.
만약 MLS가 추춘제로 전환해 5월 중에 플레이오프를 치르게 되면 미국의 다른 프로 스포츠 리그 일정과 충돌을 최소화하며 상업적인 수익을 신장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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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K리그1 우승팀 울산 HD의 홈구장인 울산 문수 축구경기장. /사진=울산 HD 제공 |
또한 K리그가 추춘제로 전환해 프로야구와 일정 중복을 최소화하게 되면 K리그의 관심도 증가와 흥행 등에서 유리하다는 측면도 고려해볼 만한 대목이다. K리그 파이널 라운드가 4~5월에 진행되면 '가을 야구' 일정과 중복되지 않아 K리그의 미디어 노출 확대를 통한 중계권료 증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K리그는 올 시즌 역사상 가장 빠른 2월 15일에 개막전을 치른다. 이는 4, 5월 ACL과 6월 FIFA(국제축구연맹) 클럽 월드컵 때문에 빡빡해진 정규시즌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결정된 부분이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K리그 2025 시즌은 추춘제로 나아가기 위한 '리허설'이 될 전망이다. 쌀쌀한 날씨에 펼쳐지는 K리그 개막전은 경기장 잔디 관리, 홈구장 배분 문제를 포함한 겨울철 경기 일정과 관중 동원 지표 등 향후 추춘제 전환 검토에 중요한 기초 자료를 체크할 수 있는 기회다.
K리그가 추춘제 전환을 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우선 겨울철 시즌을 치르기 위해 경기장 잔디 관리를 면밀하게 점검해야 한다. 여기에 겨울철에 각 클럽들이 사용할 수 있는 연습장도 정비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지방자치단체(지자체)와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추춘제는 연도를 넘겨 시즌을 치러야 하기 때문에 지자체의 회계 연도와 일치하지 않는다. 하지만 현재 K리그는 1부와 2부리그를 합쳐 모두 15개 시·도민 클럽(군팀인 김천 상무 제외)이 있다. 이 팀들은 모두 지자체의 재정적 지원을 통해 운영된다. 결국 K리그 추춘제가 정상적으로 운영되려면 해당 지자체가 회계 연도를 바꿔야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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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성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