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돌풍 주역, '바람의 손자'→'ML 마지막 7관왕의 손자'도 있다 [이종성의 스포츠 문화&산업]

이종성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 /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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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야스트렘스키(왼쪽)과 이정후.  /AFPBBNews=뉴스1
마이크 야스트렘스키(왼쪽)과 이정후. /AFPBBNews=뉴스1
2025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시즌을 앞두고 내셔널리그(NL) 서부지구의 샌프란시스코(SF) 자이언츠는 고전이 예상됐다. 같은 지구에 지난 시즌 우승팀 LA 다저스와 최근 4년간 3차례나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속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 시즌 초반 SF는 예상을 뒤엎고 MLB 팀 가운데 최고 수준의 승률을 기록 중이다. 17일(한국시간) 현재 13승 5패로 승률 0.722를 기록하고 있다. 같은 지구에 속해 있는 샌디에이고(15승 4패·0.789)에 이어 전체 30개 팀 중 2위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다저스는 14승 6패(0.700)로 전체 승률 1~3위가 모두 NL 서부지구에 모여 있다.


SF 자이언츠 돌풍의 진원지는 단연 이정후(27)다. 0.338의 타율을 기록 중인 이정후는 현재 2루타 10개를 때려내며 이 부문에서 MLB 전체 단독 1위에 올라 있다. 그는 OPS(출루율+장타율) 부문에서도 1.042를 기록하며 전체 8위, NL 4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 14일 뉴욕 양키스와 원정 경기에서 이정후는 연타석 홈런을 터트리며 팀의 5-4 승리를 견인했다. 이날 이정후의 홈런 2개는 상대 투수의 슬라이더와 커브를 공략해 터져 나온 것으로 실투를 놓치지 않는 그의 장점이 유감없이 발휘됐다는 평가다.

이정후.  /AFPBBNews=뉴스1
이정후. /AFPBBNews=뉴스1
이번 홈런포는 무엇보다 MLB에서 이정후를 보는 시각을 바꿨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SF 자이언츠가 이정후와 계약을 한 이유는 정교한 타격 능력 때문이었다. 홈런을 포함한 장타보다는 단타 위주의 타자로 그를 평가한 셈이다. 올 시즌 3번 타자로 나선 이정후에게 팀이 기대한 것도 홈런보다는 뛰어난 컨택트 능력이나 선구안을 바탕으로 한 단타와 출루에 무게가 실렸다.


하지만 이날 이정후가 기록한 두 개의 홈런으로 그는 중요한 시점에 홈런을 쳐낼 수 있는 타자라는 인식이 생겨났다. 상대 투수의 입장에선 그에 대한 대처가 더욱 어려워졌다는 점을 의미한다.

SF 자이언츠의 밥 멜빈(64) 감독은 지난 12일 지역 언론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을 통해 "이정후는 지난 해 운이 좋지 않았다. 지금까지 미국에서 제대로 뛴 적이 없었기 때문에 이번 시즌에 좋은 출발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멜빈 감독의 바람대로 이정후는 2025 시즌 쾌조의 출발을 하고 있다. 이런 활약에는 그가 팀 분위기에 잘 어우러질 수 있도록 해준 주변 동료들의 도움도 있었다. 그 중에서도 SF의 더그아웃 리더 마이크 야스트렘스키(35)를 빼놓을 수 없다. 이정후는 "나를 잘 보살펴주는 야스트렘스키는 내 큰 형(Big Brother)이나 다름없다"며 친밀감을 드러냈다.

마이크 야스트렘스키. /AFPBBNews=뉴스1
마이크 야스트렘스키. /AFPBBNews=뉴스1
예비역 군인들과 저소득층 청소년들을 위한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야스트렘스키는 샌프란스시크 지역사회에서 신망이 높은 선수다. 그는 2019년과 2020년 팀의 중심 선수로 발돋움했지만 2021년 이후 부진했다. 핵심적인 문제는 밀어치기 안타가 별로 나오지 않는 점이었다. 왼손 타자인 그는 좌익수 방향으로 타구를 쳐내지 못했다.

하지만 올 시즌 들어 그는 공을 조금 더 오래 보면서 의도적으로 좌익수 방향으로 좋은 타구를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그는 17일 현재 0.314의 타율을 기록 중이다. SF에서 3할 이상의 타율을 기록 중인 선수는 이정후와 야스트렘스키, 그리고 타일러 피츠제럴드(28) 등 3명뿐이다.

타격에 자신감을 찾은 야스트렘스키는 지난 10일 신시내티 레즈와 홈경기에서 10회말 끝내기 2점 홈런을 쏘아 올리며 팀의 8-6 역전승을 이끌어 냈다. 그의 이 홈런은 2025 시즌 야스트렘스키의 부활을 알리는 중요한 홈런이었다.

야스트렘스키는 1967년 MLB에서 마지막으로 타격 7관왕(타율, 홈런, 타점, 안타, 득점, 출루율, 장타율)을 달성한 보스턴 레드삭스의 전설 칼 야스트렘스키(86)의 손자로 유명하다. 그는 지난 해 할아버지의 등번호 8번이 레드삭스의 영구결번이 되던 날 보스턴 펜웨이 파크에서 홈런을 기록해 미디어의 주목을 받았다.

마이크 야스트렘스키 이상으로 올 시즌 SF 자이언츠의 돌풍의 핵으로 떠오른 이정후의 별명은 '바람의 손자'다. 그의 아버지 이종범이 '바람의 아들'이었기 때문에 붙여진 별명이다.

'바람의 손자'와 '7관왕의 손자'가 주도하는 SF 자이언츠의 2025 시즌이 더욱 흥미롭게 다가오는 이유다.

이종성 교수.
이종성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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