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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문(횐쪽) 한화 감독-김태형 롯데 감독. /사진=OSEN |
20세기에 창단한 프로야구 팀 가운데 가장 오랫동안 한국시리즈 우승의 기쁨을 맛보지 못한 구단은 롯데 자이언츠와 한화 이글스다. 롯데는 1992년, 한화는 1999년 우승이 마지막이다.
롯데와 한화는 스포츠에서 흔히 말하는 '우승 가뭄'을 겪고 있는 대표적인 팀들이다. 이 두 팀은 최근 '가을 야구'도 경험하지 못했다. 롯데와 한화가 마지막으로 '가을 야구' 무대에 올랐던 건 각각 2017년과 2018년이다.
그 어떤 팀보다 가을 야구와 한국시리즈 우승을 애타게 기다렸던 롯데와 한화는 2025년 시즌 초반 동반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한화는 28일 현재 17승 13패(승률 0.567)로 3위에 올라 있고 롯데는 16승 1무 13패(승률 0.552)로 4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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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선수들. /사진=OSE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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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폰세. /사진=한화 이글스 |
한화의 불펜진도 연승 행진에 큰 역할을 했다. 한화의 중간투수들과 마무리는 8연승 기간 평균자책점 2.18, 피안타율 0.219로 대활약했다. 시즌 초반 한화의 마무리로 전격 등용된 김서현(21)은 그 사이 3개의 세이브를 기록했다. 그는 현재 7세이브로 세이브 부문 공동 3위에 올라 있으며 평균자책점은 0.66이다.
최근 10경기에서 8승 2패를 기록 중인 한화에서 크게 달라진 건 도루다. 한화는 2024년과 2023년 각각 팀 도루 69개와 67개에 머무르며 10개 구단 중 9위였던 느림보 팀이었다.
하지만 2025년 한화는 '발야구' 군단으로 재탄생했다. 현재 팀 도루 29개로 삼성과 함께 공동 1위에 올라 있다. 지난 4월 10일 두산 베어스전에서는 역대 최다 타이인 한 이닝 5개의 도루를 성공하기도 했다.
놀라울 정도로 향상된 한화의 도루 숫자는 김경문(67) 감독의 야구 철학이 반영된 부분이다. 이미 두산 감독 시절 '발야구'로 새 바람을 일으켰던 김 감독은 도루를 포함한 주루 플레이를 통해 '한 베이스'를 더 나아가는 야구를 추구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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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전민재. /사진=OSEN |
전민재는 28일 현재 타율 0.378로 1위에 올라 있다. 전민재의 타격이 살아나면서 그는 사실상 롯데의 주전 유격수로 자리잡았다. 전민재는 두산 시절 강한 어깨를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탄탄한 기본기와 깔끔한 송구 동작으로 인정을 받았다. 그는 주로 대주자로 기용되다가 2024년 100경기에 출전(276타석)해 경험을 쌓을 수 있었고 이 부분이 올 시즌 대활약에 큰 역할을 했다.
정철원의 활약도 눈에 띈다. 지난 2022년 23홀드로 신인왕을 차지한 정철원은 마무리 투수 김원중(32)과 함께 롯데의 뒷문을 지키는 불펜진의 핵심자원이다. 정철원은 현재 9홀드로 이 부문 단독 선두에 올라 있다.
흥미롭게도 전민재와 정철원은 김태형(58) 롯데 감독이 두산 감독 시절 지켜본 선수들이다. 그는 두산 감독으로 3번의 한국시리즈 우승과 4번의 준우승을 이끈 명장으로 타자들에게 적극적인 타격을 주문하는 스타일이다. 번트를 비롯한 세밀한 작전 야구보다는 선이 굵은 빅볼을 선호한다. 현재 롯데는 팀 타율 0.282로 2위에 올라 있을 정도로 분위기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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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선수들. /사진=OSEN |
오랫동안 우승을 기다려온 롯데와 한화 팬들은 시즌 초반 두 팀의 돌풍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두 팀의 어떤 팬들에게는 '희망 고문'이 될 수도 있지만 스포츠 팬의 숙명은 '기다림'이다. 그리고 그 애타는 기다림이 현실로 나타났을 때 팬들은 기쁨의 눈물을 흘린다.
2016년 일본 프로야구(NPB) 히로시마 카프는 1991년 이후 25년을 기다렸던 센트럴리그 우승에 감격했다. MLB(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구단으로부터 거액의 연봉 제안을 뒤로 하고 2015년 친정팀 히로시마에 복귀한 '의리남' 구로다 히로키(50)가 당시 팀의 우승을 확정짓는 경기에 나서 의미를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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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히로시마 카프의 센트럴리그 우승 기념 엠블럼.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
2025년 롯데와 한화 팬들도 이런 '카프의 눈물'을 경험할 수 있을까. 아직 시즌 초반이라 섣부른 예상은 금물이지만 두 팀의 돌풍이 얼마나 계속될지 궁금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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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성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