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선수들이여, 비시즌 학교 방문해 학생들을 만나라 [류선규의 비즈볼]

류선규 전 SSG 랜더스 단장 / 입력 : 2024.12.24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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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 랜더스 출신 투수 고효준(가운데)이 인천시 소재 한 고교에서 강의를 마친 뒤 학생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필자 제공
필자는 최근 인천시 남동구 소재 A고등학교를 방문했다. 저녁 식사 이후인 오후 7시 10분부터 9시까지 사전에 선발된 50여 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야구 속에 숨어 있는 수학'을 주제로 강의를 했다.

필자가 고등학교 수학 교사와 함께 '야구 수학'을 주제로 책을 쓰고 있는데, 이와 연계하고 프로야구 프런트로서의 경험을 덧붙였다. 개인적으로는 학생들한테 정해진 시간에 많은 내용을 전달하려는 욕심에 두서가 없는 느낌이었지만, 10명 이상의 학생들이 수준 높은 질문을 해 강의장 분위기는 무척 뜨거웠다.


얼마 전에는 한 프로야구 선수가 인천시 미추홀구 소재 B고등학교를 방문해 강의를 하는 걸 참관하기도 했는데 여기서도 학생들이 질문을 적극적으로 하고 진지하게 경청하는 모습이었다. 참가한 선수도 보람을 느꼈다. 반면 필자가 약 한 달 전에 경기도 군포시 소재 C중학교에서 강의를 했을 때는 학생들이 야구에 대한 관심이 그다지 높아 보이지 않았다.

최근 인천시와 군포시에 있는 3개 중·고등학교를 방문하면서 프로야구단이 소재한 도시와 그렇지 않은 도시의 야구 열기 차이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인천시 소재의 A학교와 B학교는 인천SSG랜더스필드와 각 10km, 5.2km 거리, 군포시 소재 C학교는 가장 가까운 프로야구장인 수원KT위즈파크와 8.7km 거리다. 대중 교통을 이용할 경우 각 50분, 30분, 30분이 소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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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 한 고교에서 강의를 하는 필자. /사진=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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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오른쪽)와 홍석만 인항고 수학교사. /사진=필자 제공
군포시 소재 C학교와 수원KT위즈파크의 거리는 인천시 소재 A학교와 인천SSG랜더스필드 사이보다 가까웠다. 그러나 인천시 학생들은 야구장을 가본 경험이 절대 다수였고, 반대로 군포시 학생들은 야구장 관람 경험이 확연히 떨어졌다. 지역에 프로야구단이 미치는 영향이 확실히 달라 보였다.

2001년 12월 필자가 처음 인천(SK 와이번스)에 왔을 때는 인천시 소재 학교를 방문하면 인천팀을 응원하는 학생 수가 적었다. 당시는 현대 유니콘스가 수원으로 연고지를 이전해 인천의 야구 열기가 크게 식은 상황이었다. 그로부터 20여 년이 지난 지금, 인천시 남동구 소재 A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SSG 랜더스를 응원하는 학생들의 손을 들어 보라고 했더니 90% 가까운 절대 다수가 손을 들었다. 필자는 그 모습을 보면서 무척이나 뿌듯했다.

필자도 어린 시절에 프로야구 선수한테 사인을 받은 기억이 있고 지금까지도 잊지 못한다. 그래서 프로야구 프런트로서 재직하는 동안에 학생들에게 평생 남을 추억을 남겨주고자 노력했다. 학교가 단체 관람을 오면 야구장 체험이나 프로야구 선수, 응원단을 만날 기회를 최대한 제공했다.

SK 시절 2018년부터 2년간 진행한 '야구수학 토크 콘서트'가 대표적인 프로야구단의 학교 연계 행사였다. 야구와 수학을 접목한 강의를 야구장에서 수강하고 경기 관람으로 이어지는 코스였는데, 이때 참가한 학생들이 지금 20대 성인이 됐고 야구장의 핵심 관람층으로 자리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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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SK 야구 수학 토크 콘서트 모습. /사진=필자 제공
이번에 프로야구 선수의 강의를 보면서 2004년 필자의 미국 메이저리그 구단 연수가 떠올랐다.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더블A팀인 알투나 커브스(Altoona Curves)라는 팀의 선수들이 시즌 중 학교를 방문해 강의하는 행사를 참관했는데 지역사회 연계 활동 가운데 가장 인상적이었다. 마이너리그 선수의 학교 방문에도 해당 지역에서는 메이저리그 선수 수준으로 뜨거운 반응이었다.

KBO리그의 경우 프로야구 선수들이 시즌 중에 학교를 방문하는 행사를 진행하기는 여의치 않다. 경기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구단 입장에서도 조심스럽다. 그러나 비시즌에는 충분히 가능하다. 최근 프로야구 선수들이 비시즌에 사회공헌활동에 적극적이고, KBO리그 은퇴 선수들이 직접 학교를 찾아가 티볼을 가르쳐주는 '찾아가는 티볼교실'을 KBO(한국야구위원회)가 2016년부터 꾸준하게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 프로야구 선수들이 연고지 학교를 방문해 야구에 대한 질의응답을 중심으로 강의 시간을 갖는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강의라면 선수들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야구를 주제로 학생들과 대화를 나눈다고 생각하면 어렵지 않다.

앞으로 프로야구 선수들의 비시즌 학교 방문이 필수 코스로 자리잡기 바란다. 프로야구 선수들의 학교 방문은 학생들에게는 평생 남을 추억이 된다. 그리고 선수들에게는 최고의 재능 기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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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선규 전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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