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대전' 포함됐다, '해태 홈런볼 필드' 같은 구장명은 언제쯤 나올까 [류선규의 비즈볼]

류선규 전 SSG 랜더스 단장 / 입력 : 2025.01.20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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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신축구장 조감도. /사진=한화 이글스
오는 3월 6일 개장하는 한화 이글스의 새 홈구장의 이름이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로 20일 확정됐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신구장의 이름에 '대전'이 빠지는 분위기였는데, 신구장 명명권을 가진 한화생명이 지역 여론을 감안해 '대전'을 추가하기로 한 것이다. 대전시와 지역 여론 입장에서는 광주, 대구, 창원 등 여타 야구장들의 구장 이름에 지역명이 들어가 있는 점과 비교할 수밖에 없지만, 이번 일을 통해 국내 야구장 명명권의 현주소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대전 신구장 명칭 논란에서 드러났듯 국내 야구장 명명권 시장은 프로 스포츠 선진국과는 확연히 다르다. 미국·유럽·일본 등 프로 스포츠 선진국들은 야구장을 포함한 스포츠 경기장 명명권이 활성화돼 있다. 경기장 건립 비용의 일부를 명명권 매각으로 충당할 정도로 거액이 오간다.


미국·유럽·일본의 경기장 이름을 보면 상업성이 절대적이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이름을 가진 미국프로풋볼(NFL) 경기장 '소파이 스타디움(SoFi Stadium)'은 학자금·대출금 재융자 기업인 '소파이(SoFi)'를 내걸었고, 메이저리그(MLB)에서 가장 비싼 이름의 야구장인 '시티 필드(Citi Field)'는 투자 금융 회사인 '시티 그룹(Citi Group)'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들 경기장은 지역명도 없고 구단명도 없다. 거액을 투자한 스폰서나 브랜드의 이름만 보일 뿐이다. 비싸게 팔리는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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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 /사진=-뉴시스
반면 KBO리그는 2014년 개장한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를 시작으로 '수원 KT 위즈파크', '한화생명 이글스파크', '인천SK행복드림구장' 등 야구장들이 차례로 지역명과 구단명을 결합한 새 이름으로 변신했다. 그리고 대구, 창원 등 신설 야구장들에도 이와 유사한 이름이 붙여졌다.

국내 야구장 이름에 모기업(그룹)이 아닌 개별 기업명이 들어가 있는 경우는 '한화생명 이글스파크'나 이번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 뿐이다. 이 역시 야구단의 계열사 이름이다. 해외 사례처럼 구단과 전혀 무관한 민간 기업이 포함된 경우는 보기 힘들다. 국내 다른 종목 역시 경기장 명명권이 활성화돼 있지는 않다. 올해부터 '대구iM뱅크PARK'로 명칭을 바꾼 프로축구 K리그 대구FC의 홈구장 이름도 지난해까지는 'DGB대구은행파크'였다. 대구FC가 시민 구단이고 DGB대구은행이 대구FC의 주요 스폰서이라는 점이 반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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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FC 홈구장 명칭 변경 안내 이미지. /사진=대구FC
그러면 왜 국내에서는 야구장 명명권이 상업적으로 활성화돼 있지 못할까. 이는 두 가지의 한국만의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첫째, 이번 대전 신구장 사례처럼 지역명을 제외할 경우 지역 사회의 반감이 강하다. 명명권이 활성화되려면 민간 기업이 원하는 이름을 붙이는 데에 제약이 없어야 한다. 그리고 거액을 투자한다면 전국적으로 브랜딩을 해야 되는데, 지역명이 들어간다면 스폰서 입장에서 난감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지역명을 제외시킬 경우 지역 사회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만약 삼성 라이온즈의 계열사인 삼성전자가 자사 브랜드인 '갤럭시'를 활용해 대구 야구장의 이름을 '대구 삼성 갤럭시 필드'로 한다면 '갤럭시'가 대구에 국한되는 이미지를 줄 수 있고, '삼성 갤럭시 필드'로 하면 대구 지역 사회의 반감을 감수해야 된다.

둘째, 대부분의 야구단들이 다수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그룹의 자회사라는 점이다. 이는 야구단과 전혀 무관한 민간 기업의 참여를 어렵게 만든다. 특히 모기업의 계열사와 업종이 겹치는 민간 기업이 야구장 명명권을 산다면 야구단 입장에서는 무척 곤란하다.

만약 해태제과가 사직야구장의 명명권을 구매해 '해태 홈런볼 필드'로 정한다고 상상해 보라. 롯데제과가 계열사로 있고 사직야구장을 홈구장으로 사용하는 롯데 자이언츠는 반발할 수밖에 없다. 2006년 부산시가 사직야구장의 명명권을 민간 기업에 판매할 계획을 가졌으나 롯데 자이언츠의 입장을 배제하고 추진할 수는 없어 현실이 되지 못했다. 또 2023년 해태제과가 프로야구단 마스코트와 로고가 그려진 '홈런볼'을 판매했지만 롯데 자이언츠는 유일하게 참여하지 않았다.

사직 야구장이 '해태 홈런볼 필드'로 변신하는 건 언감생심이다. 사직 야구장이 롯데 자이언츠와 전혀 무관한 민간 기업에 판매된다면 아마도 부산을 기반으로 하는 'BNK부산은행' 정도가 가능하지 않을까. 이 역시 국내 야구장 명명권 시장에서는 파격적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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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새 홈구장의 외부 전경. 1층에 불이 켜진 왼쪽이 구단 굿즈를 판매할 이글스숍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사진=김동윤 기자
이러한 제약이 많다 보니 국내 야구장 명명권은 도입된 지 10년이 지났어도 가격대가 높게 형성돼 있지 못하다. 계약 금액이 공개되지 않는 것도 가격대가 낮은 이유가 있다고 본다. 야구장이 새로 지어지면 야구장의 주인인 지방자치단체가 해당 야구장 건설에 투자한 야구단이나 모기업에 야구장 운영권, 광고권과 함께 명명권을 넘기는 것도 명명권이 단독으로 팔리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일 수 있다.

결국 국내 야구장 명명권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 시민, 구단이나 모기업이 상업적인 야구장 이름을 전향적으로 수용하는 분위기가 형성돼야 한다. 그래야 국내 야구장에도 '비싼' 이름이 나올 수 있다. 그러면서 야구장 명명권 금액은 시장 경제 원리가 작동해 가격이 점점 올라갈 수 있다. 이번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 사례 역시 국내 야구장 명명권의 현주소를 다시 한 번 보여줬다.

KBO리그 야구장 가운데 서울시와 부산시만 명명권을 판매하지 않고 있다. 각각 2031년과 2032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는 부산 신구장과 잠실 신구장이 개장할 때에나 한국에도 '시티 필드'와 같이 '비싼' 이름이 나올지 기다려봐야 할 것 같다. 서울과 부산이 우리나라 제1, 제2의 도시이기 때문에 더 많은 기대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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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선규 전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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