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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잠실구장. /사진=김진경 대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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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한화생명 볼파크 전광판에 '전석 매진' 문구가 표출되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
작년 이맘때는 유무선 중계의 유료화가 야구팬들 사이에 화두였는데, 올해는 선예매 제도가 논란이 되고 있다. 선예매 제도란 말 그대로 남들보다 먼저 예매할 수 있는 권리를 주는 것이다. 좀더 좋은 자리에서 관람하기 원하는 팬들에게 일정 금액을 더 받고 한정된 수량의 자리를 먼저 살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팬들은 좀더 편하게 티켓팅을 할 수 있고 판매자는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프로야구의 경우, 선예매 제도가 2010년대부터 있었다. 당초 취지는 충성 고객의 확보에 있었다. 당시 프로야구 인기가 그리 높지 않아 구단들은 충성 고객 확보에 역점을 뒀고, 이를 위해 각종 멤버십(회원) 제도를 운영했다. 프로야구 창설부터 있었던 어린이 회원도 멤버십의 일환이었다. 과거 어린이 회원은 일반석에 한해 홈경기 무료 입장이 가능했다.
이런 멤버십 혜택 중 하나가 선예매였는데, 프로야구 경기의 좌석 점유율이 높지 않은 시기에는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일반 팬들도 구단이 충성 고객에게 제공하는 혜택 가운데 하나로 인식했다. 당시는 당일 야구장에서 현장 구매가 어렵지 않았기 때문에 팬들 입장에서는 예매 수수료를 지불하는 것이 아까울 정도였다.
그러다 코로나19가 종식되면서 프로야구 인기가 치솟았고, 매진 경기와 좌석 점유율이 크게 늘었다. 이에 따라 입장권 예매는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됐다. 예매 수수료를 지불하는 게 아깝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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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구장의 응원 모습. /사진=김진경 대기자 |
수요·공급의 시장 경제 원리에 따라 야구장 입장권의 수요가 크게 늘어났으니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 시즌 티켓, 멤버십 가격 인상도 충분히 납득이 된다. 그런데 야구팬들의 반감을 사고 있는 선예매 제도의 등급별 세분화는 야구단 입장에서 재고할 부분이 있다. 충성 고객 확보가 멤버십 제도나 선예매 제도의 당초 취지인데, 선예매 제도가 세분화됨에 따라 하위 등급 회원들은 반감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실제 B구단의 경우 1시간 빠른 차등 회원제 도입을 하루 만에 철회했다.
프로야구단이 지자체 소유의 야구장을 사용한다고 해서 프로야구 경기가 공공재의 일종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이는 타당하지 않다. 구단은 생존을 위해 자생력을 키워야 하고, 구단의 가장 큰 수익원인 입장 수익을 늘리기 위해 다양한 가격 정책을 도입하는 건 비난받을 일이 아니다.
그러나 선예매의 세분화가 충성 고객들의 반감을 산다면 당연히 재고해야 한다. 구단 수익 확대를 위해선 입장권 가격 인상폭을 높인다든가 '시가(時價)' 개념을 적용하는 '다이내믹 프라이싱(dynamic pricing·탄력 가격제)' 도입을 추진하는 것이 보다 나은 방법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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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 /사진=OSEN |
다이내믹 프라이싱 도입 첫해인 2022년 60억원이던 NC 다이노스의 입장권 판매수입은 2023년 92억원으로 53.3%나 증가했다. 팬데믹 이전인 2019년 입장권 판매수입(81억원)과 비교해도 13.5%나 늘어난 액수다. 특히 관중수(2019년 71만274명→2023년 55만7607명)가 줄었음에도 판매수입은 늘어나 구단 수익 확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KBO리그의 최대 고객으로 등장한 2030 세대는 공정성을 최우선의 가치로 받아들인다. 현재 일부 구단들의 선선선예매는 이들이 볼 때는 공정하지 않게 보일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선예매가 늘어날수록 암표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입장권 가격 인상이나 다이내믹 프라이싱 역시 전체 야구팬들을 만족시키지는 못하겠지만, 누구에게나 공정한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대안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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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선규 전 단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