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에 나선 연극연출가 이윤택 / 사진=이기범 기자 |
잇단 성추문에 휘말린 '연극계 대부' 이윤택 연출가에 대한 연극계의 퇴출 움직임이 일고 있다. 그는 19일 기자회견을 통해 사죄하면서 일부에서 제기한 성폭행 혐의에 대해서는 "인정할 수 없다"고 부인했지만 연극계는 잇단 제명 결정을 내렸다.
이윤택 연출가에 대한 성추문 폭로의 물꼬를 튼 것은 극단 미인의 김수희 대표다. 김 대표는 지난 14일 자신의 SNS를 통해 10년도 더 전의 일이라며 연극 '오구' 지방공연에 투입됐을 당시 이윤택 연출이 자신을 방으로 불러 안마를 시키며 성추행했고, 그 일로 극단을 나왔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이 사실을 묻어두고 지내다가 "그(이윤택) 연출이 국립극단 작업 중 여배우를 성추행했고 국립극단 작업을 못하는 벌 정도에서 조용히 정리가 됐다는 기사를 접했다"며 분노해 고민 끝에 글을 썼다고 밝혔다.
이윤택 연출가는 15일 연희단거리패를 통해 사과하고 연희단거리패, 밀양연극촌, 30스튜디오 예술감독직에서 모두 물러난다고 밝혔으나 파문은 쉬 가라앉지 않았다. '간접사과'에 대한 지적도 잇따랐다.
이윤택 연출로부터 성폭력 피해를 당했다는 폭로가 이어졌다. 지난 17일에는 성폭행 피해를 당했다는 글이 커뮤니티에 게재되기까지 했다.
쉬쉬하던 연극계에서도 퇴출 움직임이 일었다. 한국극작가협회가 이윤택 연출을 회원에서 제명했으며, 한국여성연극협회 또한 이씨를 연극계에서 영구 제명해야 한다고 입장을 냈다. 서울연극협회 또한 지난 17일 긴급 이사회를 열고 '이윤택 회원의 성폭력 사실을 묵과할 수 없는 심각한 범죄행위라 정의하고, 정관에 의거 최고의 징계조치인 제명할 것을 결정했다'고 19일 밝혔다.
기자회견에서 사과하는 연극연출가 이윤택 / 사진=이기범 기자 |
한편 이윤택 연출은 19일 오전 서울 명륜동 30스튜디오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갖고 "그 동안 제게 피해를 입은 당사자들에게 진심으로 사죄를 드린다. 부끄럽고 참담하다" "제 죄에 대해서 법적 책임을 포함해서 그 어떤 벌도 받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또 "저는 더이상 연극을 할 수 없을 것 같다"고도 말했다.
이윤택 연출은 성폭력 문제에 대해 그간 극단에서 지적을 받고 더 이상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음에도 번번이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며 "저의 잘못이고 제 탓"이라고 밝혔다. 또 "이제 극단 내에서 18년 가까이 진행된, 관습적으로 일어난 아주 나쁜 행태라고 생각한다. 제가 정작, 어떤 때에는 나쁜 죄인지 모르고 저질렀을 수도 있고 알면서도 나쁜 욕망을 이겨내지 못하고 그랬을 수도 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이 연출은 성추행 외에 제기된 성폭력 의혹에 대해서는 "인정할 수 없다"고 버텼다. 그는 피해를 주장한 당사자와 성관계가 있었다는 것을 시인하면서도 "폭력적이고 물리적인 방법으로 성폭행한 것이 아니다"라며 "이 문제는 법적 절차를 따라서 가려지길 바라겠다. 성실히 수사에 임하겠다"는 입장을 취했다.
기자회견에 나선 연극연출가 이윤택 / 사진=이기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