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들 잘 따라갔죠" 임시현 AG 양궁 3관왕, '막내 에이스'는 파리행을 꿈꾼다... 안산 꺾고 '37년 만에 쾌거' [항저우 현장]

항저우=안호근 기자 / 입력 : 2023.10.07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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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현(오른쪽)과 안산이 7일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양궁 여자 개인전 결승 시상식을 마치고 시상대를 내려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내가 언니들을 정말 잘 따라 갔구나 이런 생각이 많이 들어요."

활만 내려놓으면 영락없는 막내다. 그런 막내 임시현(20·한국체대)이 '에이스'라는 호칭을 얻고 한국 양궁의 대들보로 거듭났다.


임시현은 7일(한국시간) 중국 저장성 항저우 푸양 인후 스포츠센터 양궁장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양궁 리커브 여자 개인전에서 안산(22·광주여대)을 6-0(29-26, 29-26, 29-28)로 크게 이겼다.

2020 도쿄 올림픽이라는 더 큰 무대에서 3관왕을 차지한 안산을 제치고 이번 대회 한국 양궁의 최고 영웅으로 등극했다. 무서운 신예를 넘어 '신궁'의 탄생을 알린 대회다. 1986 서울 대회에서 양궁 4관왕을 차지한 양창훈, 3관왕의 김진호, 박정아 이후 무려 37년 만에 나온 3관왕이다.

앞서 임시현은 1일 예선라운드에서 678점을 쏴 전체 1위에 등극해 혼성전 진출 자격도 얻었다. 이우석(26·코오롱)과 나선 혼성전과 예선 3위 안산, 4위 최미선(27·광주은행)과 함께 출전한 여자 단체전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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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시위를 당기는 임시현.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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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현(오른쪽)이 우승을 차지하고 안산에게 축하를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단식 결승은 한국의 잔치였다. 올림픽 3관왕 안산과 임시현의 대회 3관왕을 둔 자존심 대결이 펼쳐졌다. 그러나 이번 대회 임시현이 얼마나 컨디션이 좋은지 알 수 있는 경기였다.

1,2,3세트 모두 단 1점씩만 잃었다. 1,2세트 영점을 잡지 못했던 안산이 따라갈 수 없는 수준이었다. 결국 임시현은 3관왕 쾌거를 이뤘다.

임시현의 3관왕은 역사에 없을 뻔했다. 지난해 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했던 것.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대회가 1년 연기되면서 다시 기회를 잡았고 영광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경기에 이어 시상식까지 마친 뒤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만난 임시현은 "많이 열심히 준비를 했는데 노력한 결과가 이렇게 빛나는 순간이어서 너무 행복하다"며 안산과 대결에 대해선 "(다른 나라 선수와 할 때보다) 더 긴장이 많이 됐다. 그래도 (안)산이 언니와 최선을 다해 경기를 즐기려고 마음먹고 경기에 들어가서 정말 제가 하고 싶은 걸 다 했고 많이 경기를 즐긴 것 같다"고 말했다.

2년 전 '막내 에이스' 타이틀을 넘겨주게 된 안산은 "축하한다고 전해주고 싶다"며 "이 경험을 잘 살려서 나중에 국제대회에서도 활용한다면 더 좋은 선수가 될 것 같다"고 덕잠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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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현(가운데)과 안산(왼쪽)이 시상대에서 메달을 들어올리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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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관왕을 나타내는 숫자 3을 그리고 있는 임시현. /사진=뉴시스
대회 3관왕에도 아직은 '언니 바보'다. "체전이 끝나고 있을 선발전에 또 열심히 준비해서 내년에 파리 올림픽 출전권을 얻게 되면 잘 준비해서 좋은 결과를 가지고 오겠다"며 "언니들을 잘 따라다니면서 많이 배우고 같이 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괜한 말은 아니다. 경험이 부족한 임시현은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면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혼성전 금메달을 합작한 이우석도 "시현이의 눈에 초점이 없는 게 보여서 긴장을 풀어주려고 노력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렇기에 더욱 언니들의 존재가 소중하다. 임시현은 "언니들이 앞에서 잘 이끌어줘 언니들만 따라가고 싶었다"면서도 "그런데 막내 에이스라든지 이렇게 잘 얘기해 주시고 잘 봐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내가 언니들을 정말 잘 따라갔구나' 이런 생각이 많이 든다"고 전했다.

대회 3관왕에 오르며 수영에서 3관왕에 등극한 김우민(22·강원도청)과 함께 가장 강력한 한국의 대회 최우수선수(MVP) 후보로 떠올랐다.

거금의 상금까지 있다는 이야기를 전하자 임시현은 잠시 망설이더니 이렇게 말했다.

"저 뽑아주세요."

든든한 한국 양궁의 에이스로 거듭났지만 경기장 밖에선 여전히 언니들만 찾는 '막내'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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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후 관중석에 손을 흔드는 안산(왼쪽)과 임시현.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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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상식 후 관중석에 손을 흔드는 안산(왼쪽부터)과 임시현.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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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근 |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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