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AIN 1994? 새 'LG왕조' 향해 달려가야" 프로 18년 만에 첫 우승, 그래도 김현수는 미래만 본다

양정웅 기자 / 입력 : 2023.10.05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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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김현수(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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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김현수.
프로 생활 18년 만에 드디어 페넌트레이스 우승이라는 타이틀을 들었다. 베테랑 김현수(35·LG 트윈스)가 본인의 아쉬움을 대체해준 동료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김현수는 4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2023 신한은행 SOL KBO 리그 원정경기(7-6 승)를 앞두고 "(개인적으로는) 좋은 거 하나 없는데, 우승했지 않나. 선수들이 내가 못한 걸 감싸줬다"고 밝혔다.


앞서 LG는 지난 3일 부산 원정을 위해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 페넌트레이스 우승을 확정지었다. 정규시즌 1위 매직넘버를 '1'로 줄인 상황에서 같은 날 2위 KT 위즈와 3위 NC 다이노스가 나란히 패배하면서 순위 역전의 가능성을 삭제했다. 이로써 LG는 역대 3번째이자 지난 1994년 이후 무려 29년 만에 정규리그 제패에 성공했다.

김현수 본인에게도 처음 있는 일이다. 지난 2006년 두산 베어스에 입단한 그는 지난해까지 17년 동안 많은 가을야구 경험을 해왔다. 통산 포스트시즌 87경기에 출전한 그는 한국시리즈 역시 4차례(2007, 2008, 2013, 2015년) 경험한 바 있다. 2015년에는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차지했다. 하지만 정규시즌 우승은 없었다. 메이저리그(MLB) 볼티모어 시절 가을야구 경험(2016년) 역시 와일드카드 진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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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김현수(왼쪽 2번째)가 4일 사직 롯데전 종료 후 2023 정규시즌 우승 축하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김현수는 "우승하니까 너무 좋다"며 "매직넘버도 처음 받아봤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시리즈 우승과는 느낌이 다른 것 같다. 물론 그것도 매우 큰 기쁨이었지만, 지금은 장기 레이스 우승이다. 시즌 초부터 생각해왔던 것들이 잘 됐든 안 됐든 목표를 이뤄서 또 다른 감정인 것 같다"고 밝혔다.


그래도 한국시리즈 경험이 거의 없는 LG 선수단에 있어 김현수의 존재는 크기만 하다. 이날 김현수는 동료 임찬규에게 "한국시리즈 우승 해보셨어요?"라며 장난을 쳤는데, 역으로 생각하면 우승 경험이 있는 김현수가 선수들에게 주는 메시지는 묵직할 것이다.

올 시즌 LG는 초반부터 상위권에 위치하며 선두 경쟁을 펼쳤고, 6월 27일 문학 SSG전 승리 이후로는 쭉 1위 자리를 지켰다. 겉으로 보기엔 순조로운 시즌으로 보였지만, 염경엽 감독이 "감독 생활 중 가장 힘든 시즌이었다"고 고백할 정도로 어려움도 있었다. 초반에는 임찬규와 애덤 플럿코를 제외하면 선발진이 궤멸됐고, 후반기에는 그 플럿코가 부상으로 이탈하며 어려움을 겪었다.

김현수 역시 "쉬운 시즌은 아니었다"고 단언했다. 그는 "올라오는 팀도 많고, 지금도 순위 싸움이 치열하지 않나"며 "저희 선수들이 정말 잘 뭉쳤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우승하는 팀을 보면 항상 말도 안 되는 선수가 한 명씩 나온다"며 "우리도 홍창기나 케이시 켈리 같이 좋은 선수도 많지만 '특급이다' 하는 선수는 없었다. 그래서 더 좋은 팀이고 값진 시즌인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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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수.
이전까지 두산의 프랜차이즈 스타 이미지가 강했던 김현수는 메이저리그 도전을 마친 후 2018시즌을 앞두고 잠실 라이벌 LG로 둥지를 틀었다. 김현수가 입단한 이후 LG는 2019년부터 5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그는 "한국시리즈에 나갈 수 있는 걸 영광으로 생각한다"면서도 "가장 중요한 건 LG가 5년 연속 가을야구에 갔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김현수는 "가을야구를 계속 나가면서 선수들이 한 단계 발전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1등을 하지 않으면 다 묻히는 상황이 됐지만 이에 대해 자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김현수는 LG의 라커룸 문화를 바꾸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본인은 "선수들이 스스로 잘 바뀌었다고 생각한다"며 손사레를 쳤다. 그는 "팀에 리더는 항상 있었고, 내가 적극적으로 하는 걸 원하는 스타일이다보니 달랐을 뿐이다"며 "(임)찬규나 (오)지환이 같이 나보다 LG에 오래 있던 선수들이 훨씬 더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공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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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수.
팀에 있어서는 잊지 못할 시즌이지만, 김현수 개인에게는 만족스럽지 못한 한해였다. 그는 4일 기준 올 시즌 126경기에 출전해 타율 0.291 6홈런 87타점 OPS 0.744의 성적을 기록했다. 4월 한 달 동안 4할 타율(0.400)을 기록하며 쾌조의 감을 보여줬지만, 5월에는 0.148로 추락했다. 한때 34연타석 무안타를 기록하기까지 했다. 이후 타격감은 회복했지만, 홈런 개수는 2년 차 시즌인 2007년(5개) 이후 가장 적다.

김현수는 올 시즌에 대해 "나쁘다. 좋은 거 하나 없었다"고 자평했다. 그러면서도 "우승했지 않나. 선수들이 내가 못한 걸 감싸줬다"며 고마움을 드러냈다.

올 시즌 김현수는 커다란 꿈을 꾸고 있다. 그는 "1994년을 재현할 게 아니라, 새로운 왕조로 가는 길로 가야 한다"고 밝혔다. 김현수는 "뒤를 보지 말고 앞을 향해 계속 다가갔으니까 또 새로운 왕조를 향해서 달려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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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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