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 후보가 PO라니..." 손아섭 후배들 향한 고마움, "재밌게 뛰어줘 나도 힘 났다" [인터뷰]

NC 손아섭이 창원NC파크에서 스타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양정웅 기자

NC 손아섭이 23일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 2023 KBO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8회 초 1타점 2루타를 터트린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경기장 안팎에서 캡틴으로서의 모범을 제대로 보이고 있는 손아섭(35·NC 다이노스). 이제 동료들과 함께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손아섭은 최근 플레이오프 대비 훈련이 열렸던 창원NC파크에서 스타뉴스와 만나 "꼴찌 후보가 플레이오프까지 올라간 것에 대해 후배들에게 감사하다. 제일 높은 곳에 올라가고 싶고, 하늘에서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 2021년 말 4년 64억 원의 FA(프리에이전트) 계약을 맺고 NC로 이적한 손아섭은 지난해 타율 0.277 4홈런 48타점으로 다소 부진한 시즌을 보냈다. 절치부심한 그는 시즌 전 미국에서 전 메이저리거 강정호와 훈련하는 등 노력을 아끼지 않았고, 이는 성과로 드러났다. 올해 140게임에 출전한 그는 타율 0.339와 187안타로 두 부문 1위에 올랐다. 특히 2번이나 2위로 마감했던(2013, 2020년) 타율 순위에서 선두에 오른 건 주목할 성과였다. 또한 주장 완장을 차면서 선수단의 분위기를 끌어올린 것도 긍정적이었다.

손아섭의 활약 속에 NC는 4위로 정규시즌을 마감, 2020년 이후 3년 만에 가을야구에 진출했다. 손아섭 개인으로서도 롯데 자이언츠 시절인 2017년 이후 무려 6년 만에 맛보는 포스트시즌이었다. 두산 베어스와 와일드카드 결정전, SSG 랜더스와 준플레이오프 등 가을야구 4경기에서 손아섭은 18타수 6안타(타율 0.333) 1타점 3득점으로 선봉장 역할을 맡고 있다.

NC 손아섭이 23일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 2023 KBO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8회 초 2루타를 터트리고 있다. /사진=뉴스1

힘들지만 흥이 나는 가을야구 "이래서 포스트시즌 와야하는구나 느꼈다"

NC 선수단이 25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2023 KBO 준플레이오프 3차전 승리 후 기쁨을 나누고 있다.

NC는 5전3선승제 준플레이오프에서 3전 전승을 따내며 KT 위즈와 플레이오프 1차전(30일 오후 6시 30분 시작)까지 4일의 휴식을 벌었다. 정규시즌 막바지부터 치열한 경쟁을 이어오고 있는 NC 입장에서는 꿀맛 같은 휴식이다. 손아섭은 "포스트시즌은 지든 이기든 한 경기의 데미지가 크다. 다행히 쉴 시간을 벌어서 선수단 전체에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4일 동안 최고의 컨디션으로 다시 경기를 하게끔 체력 회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포스트시즌 4경기에서 NC는 모든 게임에서 중반까지 접전모드를 이어가고 있다. 준플레이오프 1차전(4-3 승)과 3차전(7-6 승)은 한 점 차 승부가 펼쳐졌고, 나머지 2경기 역시 막판에야 흐름이 NC로 넘어왔다. 손아섭은 "집중도가 정규시즌보다 훨씬 높다 보니 정신적으로도 힘들다"고 털어놓았다.

그래도 앞선 준플레이오프에 대해서는 "후배들이 정말 재밌게 뛰어줘서 같이 보는 나도 힘이 났다"며 "오랜만에 포스트시즌을 하니까 너무 흥도 나고 재밌었다. 이래서 '포스트시즌을 와야 하는구나'라는 걸 많이 느꼈다"며 미소를 지었다.

손아섭(가운데)이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사진=NC 다이노스

주장이 몸소 끌어올린 NC 팀 분위기 "야구장에선 고참 눈치 보지 마라"

NC 손아섭이 23일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 2023 KBO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8회 초 1타점 2루타를 터트린 뒤 2루에서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번 가을야구에서 NC의 팀 분위기는 하늘을 찌를 듯하다. 선수들은 득점이 올라가면 더그아웃에서 엄청난 환호를 보내고, 안타를 친 선수들도 적극적으로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손아섭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지난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팀이 5-3으로 앞서던 8회 초 1사 2루에서 1루수 미트를 맞고 옆으로 튕겨나가는 2루타를 터트렸다. 2루에 안착한 손아섭은 주먹을 불끈 쥔 후 엄지를 들어올리는 세리머니를 하며 격한 기쁨을 표현했다.

손아섭은 "대기타석부터 혼자 상상했던 상황이 있었는데 실제로 이뤄져서 그게 더 기분이 좋았기에 세리머니를 크게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언제 또 그런 타점을 올릴 수 없는 것이기에 할 수 있을 때 세리머니도 마음껏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손아섭은 "우리 팀이 KBO에서 가장 젊은 팀이고, 라인업에도 젊은 선수들이 많다 보니 분위기를 탈 수밖에 없다"며 "세리머니나 퍼포먼스 등이 다른 팀보다 크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지금은 젊음이 오히려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했다.

손아섭. /사진=NC 다이노스

강인권 NC 감독은 팀의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손아섭 등 고참 선수들을 향해 "젊은 선수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젊은 선수들이 부담을 갖는 건 사실인데, 고참들이 잘 이끌고 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에 손아섭은 "스프링캠프 때부터 항상 얘기했던 게, 젊은 선수들이 야구장에서는 선배 눈치를 보면 안 된다. 본인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분위기를 주장으로서 만들어주고 싶다고 했다"고 밝혔다. 야구장에서는 다른 걸 떠나 야구에 집중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물론 기본적인 규율은 무시할 수 없다. 손아섭은 "후배들에게 강조하는 점은, 단체운동에는 규칙이나 규율이 있기 때문에 그것만 잘 지키자고 한다. 팀 분위기를 해치는 행동에는 주의를 준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외에는 정말 선수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자유로운 분위기를 만들어주려고 한다"고 이야기했다.

손아섭은 "그런 분위기가 NC의 전통으로 자리잡았으면 좋겠다. 내가 주장을 하지 않고, 나중에 은퇴한 후에도 고유의 팀 문화나 분위기가 이어질 수 있게 만들고 싶다"는 바람도 드러냈다.

NC 손아섭이 경기 중 후배 김주원을 안아주고 있다. /사진=NC 다이노스

11년 만에 밟는 PO 무대에 기대감 "전력은 KT가 세지만, 분위기 탄다면 아무도 몰라"

손아섭. /사진=NC 다이노스

손아섭에게 이번 플레이오프는 11년 만에 밟아보는 무대다. 그는 롯데 시절인 2011년과 2012년 2년 연속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통산 플레이오프에서 40타수 15안타(타율 0.375)의 맹타를 휘둘렀지만, 팀은 두번 다 5차전 승부 끝에 탈락했다. 특히 2011년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는 9회 말 끝내기 찬스에서 통한의 병살타를 기록했다. 손아섭은 지난해 "그날 3안타를 치고 있어서 겁없이 돌렸는데 하늘이 도와주지 않았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오랜만에 올라간 플레이오프지만 손아섭은 들뜨거나 하지 않았다. 그는 "결국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플레이오프까지는 똑같은 것 같다. 하나의 과정이기 때문이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결국 한국시리즈 진출이 더 큰 목표이기 때문이다.

손아섭은 누구보다도 한국시리즈 진출이 간절하다. 2007년 데뷔 후 정규시즌 2000경기 출전을 눈앞에 두고 있는(1974경기) 그지만 한국시리즈 경험은 한번도 없다. 그는 과거 팀 동료 강민호(2233경기)에 이어 한국시리즈 경험이 없는 선수 중 2번째로 많은 정규시즌 출전 기록을 가지고 있다.

"한국시리즈는 아직 안 뛰어봤기 때문에 그 무대에서는 다른 감정은 있을 것 같다"고 말한 손아섭은 "모두가 가고 싶어하지만, 뛰고 싶다고 뛸 수 있는 곳도 아니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올해는 하늘에서 정말 많이 도와주고 있어서 긍정적이다. 한국시리즈 냄새는 맡아봐야 하지 않겠나"고 말했다.

손아섭. /사진=NC 다이노스

KT 만나는 손아섭 "친한 (황)재균이 형 있어 재밌을 것 같아" 기대

KT 황재균(맨 왼쪽)과 NC 손아섭(가운데).

KT는 정규시즌 79승 62패 3무(승률 0.560)를 기록, NC와 4.5경기 차로 앞서나갔다. 여기에 상대전적도 NC가 6승 10패로 밀린다. 손아섭도 "전력이 세다는 점은 당연히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단기전은 분위기 싸움이다. 정규시즌 성적은 아무 의미 없다. 분위기를 탄다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단언했다.

특히 KT에는 롯데에서 함께 뛰었던 황재균과 장성우, 배제성, 오윤석, 이호연 등이 있어 손아섭에게는 반가운 시리즈가 됐다. 그는 "가장 친한 (황)재균이 형도 있고 해서 다른 팀과 할 때보다 재밌을 것 같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또한 수원에서 개인적으로 좋은 기억이 많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손아섭은 데뷔 첫 안타(2007년 4월 7일 현대전)를 수원 케이티 위즈 파크(당시 수원야구장)에서 때린 바 있다. 그는 "그런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고 KT에 도전해보겠다"고 했다.

끝으로 손아섭은 "지금 플레이오프도 대부분 KT 우세를 점치는 것 같은데, 그마저도 똘똘 뭉친다면 예상을 깰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도전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제대로 KT에 도전해보겠다"는 출사표를 던졌다.

NC 손아섭이 23일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 2023 KBO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8회 초 1타점 2루타를 터트린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NC 손아섭이 23일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 2023 KBO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8회 초 1타점 2루타를 터트린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