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정 극렬항의→양팀 감독 총출동... '20승 에이스'와 심판 왜 충돌했나

수원=양정웅 기자 / 입력 : 2023.10.31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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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페디(오른쪽)가 30일 수원 케이티 위즈 파크에서 열린 2023 KBO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5회 말 볼 판정에 불만을 품자 2루수 박민우가 달래주고 있다. /사진=NC 다이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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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페디가 30일 수원 케이티 위즈 파크에서 열린 2023 KBO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5회 말 더그아웃에 신호를 보내고 있다.
14일 만에 마운드에 돌아온 '에이스' 에릭 페디(30·NC 다이노스)가 여전한 호투를 선보였다. 그리고 양 팀 감독을 모두 소환하는 논란의 중심에도 섰다.

페디는 30일 오후 6시 30분 수원 케이티 위즈 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 2023 신한은행 SOL KBO 플레이오프 1차전(5전3선승제)에 선발 등판, 6이닝 3피안타 1사사구 12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하며 승리투수가 됐다.


이날 페디는 올해 포스트시즌 처음으로 선발투수로 나섰다. 그는 지난 16일 광주 KIA전에서 타구에 오른쪽 팔뚝을 맞고 타박상을 입었다. 그동안 페디는 와일드카드 결정전과 준플레이오프에서 부상 부위에 불편감과 불안함을 느껴 등판하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 27일 43구 불펜 투구를 성공적으로 마쳤고, 드디어 2주 만에 실전에 나섰다.

페디 없이도 포스트시즌 4연승을 질주 중인 NC지만 페디가 필요하지 않다는 뜻은 아니었다. 올 시즌 KBO 리그 최고의 투수인 페디는 정규시즌 30경기 180⅓이닝을 던져 20승 6패 209탈삼진 평균자책점 2.00의 성적을 거뒀다. 1986년 해태 선동열 이후 무려 37년 만에 20승-200탈삼진 시즌을 만들었고, 2011년 KIA 윤석민 이후 12년 만에 투수 3관왕(트리플 크라운)에 올랐다. 이런 에이스가 전열에서 이탈했던 건 크나큰 타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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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페디가 30일 수원 케이티 위즈 파크에서 열린 2023 KBO 플레이오프 1차전 1회 말 시작 전 심판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NC 다이노스
오랜 휴식을 취한 페디는 주심에게 폴더 인사를 하며 경기를 출발했고, 초반부터 위력적인 공을 뿌려댔다. 투심 패스트볼과 스위퍼, 체인지업, 커터 등을 섞어 던진 그는 최고 구속 155km를 자랑하며 KT 타선을 압도했다. 1회를 땅볼 2개와 삼진 하나로 마감한 페디는 2회 박병호와 장성우를 연속 삼진 처리하며 2이닝 연속 삼자범퇴를 만들었다.


페디는 3회 말 선두타자 문상철에게 우측 담장을 넘어가는 솔로홈런을 맞은 후 다음 타자 문상철에게도 내야안타를 맞았지만, 키스톤 콤비의 호수비 속에 무실점으로 이닝을 마감했다. 4회 말에는 앤서니 알포드-박병호-장성우의 클린업 트리오를 연이어 삼진 처리하며 상대를 압도했다.

문제의 장면은 5회에 나왔다. 페디는 첫 타자 조용호를 삼진으로 돌려세웠지만, 7번 문상철에게 풀카운트 승부 끝에 던진 스위퍼가 볼로 판정받았다. 중계화면 상에서는 스트라이크처럼 보이는 공이었다. 결국 문상철을 볼넷을 기록하며 1루에 살아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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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페디(오른쪽 2번째)가 30일 수원 케이티 위즈 파크에서 열린 2023 KBO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5회 말 볼 판정에 항의하자 강인권 감독이 나와 말리고 있다. /사진=NC 다이노스
스트라이크인 줄 알았던 페디는 두 팔을 들어 강한 제스추어를 선보였고, 이민호 주심에게 볼 판정에 대해 강력히 항의했다. 이에 이 주심도 페디 쪽으로 다가오는 일촉즉발의 상황이 벌어졌다. 그러자 2루수 박민우가 마운드로 다가와 페디를 진정시켰고, 강인권 NC 감독 역시 더그아웃을 박차고 나와 이 주심을 말리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이어 김수경 투수코치가 마운드로 올라와 페디를 달래주고 내려갔다.

그러자 이번엔 이강철 KT 감독이 그라운드에 나와 항의를 펼쳤다. 1루 쪽 KT 팬들은 이 감독의 이름을 연호하며 열기를 고조시켰다. 한동안 항의를 이어가던 이 감독은 심판진의 설명을 들은 후 더그아웃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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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이강철 감독(오른쪽 2번째)가 30일 수원 케이티 위즈 파크에서 열린 2023 KBO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5회 말 NC의 마운드 방문 횟수에 대해 항의하고 있다.
이 감독은 왜 항의한 것일까.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그는 "(강인권) 감독이 라인을 넘어왔고, 코치가 올라왔기에 교체해야 하는 거 아니냐 했다"고 설명했다. 규칙상 감독이나 코치가 마운드에 같은 이닝 2번 올라가면 투수를 교체해야 하는데, 강 감독과 김 코치 모두 파울라인을 넘었기 때문에 판단에 따라 페디가 마운드를 내려갈 수도 있었다. 하지만 심판진은 강 감독이 투수 페디가 아닌 심판진을 향해 나왔다고 판단, 강 감독의 등장을 마운드 방문 횟수에 산정하지 않은 것이다.

강 감독은 경기 후 "페디가 흥분하는 모습이 보였다. 앞서고 있는 상황에 결코 좋은 모습 아니라 생각했다"며 마운드에 올라간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제지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 나갔다"는 말도 이어갔다. 당사자인 페디는 "1차전이기도 하고 중요한 경기였기에 그런 부분이 나왔다. 감독님이 나오셔서 진정시켜줬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면서 "심판이 어려운 직업이라는 걸 알기에 평정심을 바로 찾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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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강인권 감독(왼쪽)가 30일 수원 케이티 위즈 파크에서 열린 2023 KBO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5회 말 에릭 페디가 볼 판정에 항의하자 이민호 주심을 진정시키고 있다.
결과적으로 페디는 흔들리지 않았다. 배정대를 중견수 플라이로 잡아낸 페디는 9번 대타 이호연에게 좌익수 옆 안타를 허용하며 위기에 몰렸다. 그러나 김상수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면서 이닝을 마무리했다. 팀이 8-1로 이기던 상황이었기에 페디는 승리투수 요건을 갖췄다. 경기 전 강 감독이 언급한 한계 투구 수(100개)에 2개 모자란 98구를 던진 페디는 7회 말 김영규와 교체돼 임무를 완수했다.

NC 타선도 페디를 도와줬다. 1회 초 이닝 시작과 함께 손아섭과 박민우의 연속 안타로 2, 3루 찬스를 만든 NC는 4번 제이슨 마틴의 희생플라이로 선취점을 올렸다. 이어 2회 초에는 선두타자 오영수가 풀카운트 승부 끝에 높은 패스트볼을 밀어쳐 좌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비거리 120m의 솔로홈런을 터트렸다. 3회 초 NC는 박건우의 1타점 2루타와 권희동의 우전 적시타로 2점을 추가했고, 4회에는 손아섭의 적시타로 쿠에바스를 마운드에서 조기 강판시켰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박건우의 희생플라이와 권희동의 우중간 2타점 3루타까지 나오면서 NC는 4회에만 4득점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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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페디. /사진=NC 다이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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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페디. /사진=NC 다이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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